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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주차장에 주차된 고객 차량의 번호판을 알아보지 못하게 가린 혐의(자동차관리법 위반)로 기소된 호텔종업원에게 항소심 재판부가 유죄를 인정해 벌금형을 선고했으나, 대법원은 무죄 취지 판결을 내렸다.

검찰은 호텔종업원 L(35)씨가 2008년 10월 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재 Y호텔 주차장에서 호텔에 출입하는 고객 차량 2대의 번호판을 호텔에서 사용하는 간판으로 가려 번호판을 식별하지 못하게 한 혐의로 기소했다.

1심,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 무죄

하지만 1심인 서울중앙지법 형사14단독 안성준 판사는 2008년 12월 호텔종업원 L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안 판사는 "피고인은 호텔종업원으로서 호텔 주차장에 주차된 차량의 번호판을 가리는 행위를 했더라도, 이는 호텔 이용자의 요청에 따라 그들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한 행위이고, 자동차의 효율적 관리나 안전 확보와 별다른 관련이 없는 장소에서 이뤄진 행위여서 자동차관리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며 밝혔다.

항소심, 1심 무죄 판결 깨고 유죄 인정해 벌금 5만 원

그런데 항소심인 서울중앙지법 제4형사부(재판장 김필곤 부장판사)는 2009년 3월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깨고, 유죄를 인정해 L씨에게 벌금 5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자동차는 재산적 가치가 비교적 커 자동차에 관한 권리관계의 변동을 외부에서 인식할 수 있도록 공시하도록 하는 자동차등록제도를 채택하는 한편, 자동차는 가장 중요한 운송수단으로서 항상 도로교통망을 통해 이동하는 것이 보통이므로,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교통상의 위험이나 장애 등을 방지하고 관리하기 위해 등록된 자동차의 동일성을 외관상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등록번호판을 부착하도록 하는 자동차등록번호판 제도의 입법 취지에 비춰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자동차관리법 제10조 제5항은 '누구든지 자동차 등록번호판을 가리거나 알아보기 곤란하게 하여서는 아니 되며, 그러한 자동차를 운행하여서도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또 제82조는 고의로 제10조 제5항을 위반한 경우에는 1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유죄 인정한 항소심 판결 깨고 무죄 취지 파기환송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3부(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25일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호텔종업원 L(35)씨에 대한 상고심(2009도2800)에서 벌금 5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라"며 서울중앙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먼저 "자동차관리법 규정은 자동차 등록번호판을 가리거나 알아보기 곤란하게 하는 모든 행위에 대해 무차별적으로 적용된다고 할 수는 없고, 자동차관리법이 자동차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자동차의 성능 및 안전을 확보함으로써 공공의 복리를 증진함을 목적으로 하는 점 등에 비춰 그 행위가 이루어진 의도, 목적, 내용 및 장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자동차관리법 위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자동차 등록번호판을 가리는 등의 행위가 자동차의 효율적 관리나 자동차의 성능 및 안전 확보, 교통·범죄의 단속과는 무관하게 사적인 장소에서 이를 저해하거나 회피할 의도 없이 행해진 경우에는 처벌 대상이라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호텔종업원으로서 호텔 주차장에 주차된 차량의 번호판을 가리는 행위를 했더라도, 이는 호텔 이용자의 요청에 따라 그들의 사생활 노출 방지 등을 목적으로 한 행위이고, 자동차의 효율적 관리나 자동차의 성능 및 안전, 교통·범죄의 단속과는 별다른 관련이 없으므로 자동차관리법을 적용해 처벌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자동차관리법 제10조 제5항을 함부로 제한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를 들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으니, 이런 원심판결에는 자동차관리법 조항의 해석·적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어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케 하기 위해 원심법원으로 돌려보낸다"고 설명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자동차관리법#번호판 가리기#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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