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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진안에 있는 장승초등학교에서 아이들과 목조주택 집짓기를 해달라고 해서 허락을 한 적이 있었다. 그후 아이들, 특히 초등학교 2, 3학년 아이들과 어떻게 집짓기를 할까 고심을 했다.

그러다 시기가 다가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시작을 하게 되었다. 아이들과 집짓기를 하기 전에 집에 대해 설명을 했다. 집이란 어떤 집이 있냐고 물으니까 대부분 아파트를 이야기 했다. 그러면 어떤 집이 좋으냐고 묻자, 이구동성으로 아파트가 제일 좋다고 대답을 했다.

 강산들이라는 아이가 목조주택을 그리고 있다.
 강산들이라는 아이가 목조주택을 그리고 있다.
ⓒ 장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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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중에 집을 한 번 그려보라고 했더니 강산들이라는 초등학교 5학년 아이가 그림을 그렸다. 그런데 이상하게 강산들이라는 아이는 내가 집을 짓기로 구상했던 도면과 거의 흡사하게 그림을 그리 된 것이다. .

내가 아무 힌트도 주지 않고 그냥 생각나는대로 그리라고 했더니 정말 목조주택의 사이딩,슁글, 벤트까지 표현을 했다.

 아이들이 나무를 나르고 있다.
 아이들이 나무를 나르고 있다.
ⓒ 장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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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나무와 자재를 느끼고 일을 배우기 위해 자재를 날랐다. 아이들이 힘이 딸리니까 두명이 함께 들고 날랐는데 역시 인해전술처럼 자재를 금방 옮겼다.

첫날은 기초에 바닥을 깔고 합판을 깔았다. 아이들에게 망치질을 가르치기 위해 우선 목수들이 못을 두어 개 박아놓고 먹줄을 튕기고 그대로 못을 박으라고 했다. 아이들에게 줄자와 치수를 재는 걸 가르쳐 주고 톱질을 가르쳐 주었다. 톱질은 흥부가 톱질하듯 슬금슬금 하는 거라고 너무 힘을 들여 톱질에 힘을 주지 말고 슬금슬금 하다보면 나무가 다 잘린다고 가르쳐 주었다.

 아이들이 슬금슬금 톱질을 하고 있다
 아이들이 슬금슬금 톱질을 하고 있다
ⓒ 장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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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정말 아이들은 슬금슬금 톱집을 해서 나무를 끝내는 다 자르곤 했다. 생각보다 아이들이 톱집을 잘 했다. 왼발로 나무를 밟고 톱질을 슬금슬금 하라고 하니까 아이들은 순진하게 잘 따라했다.

 아이들이 물수평으로 수평을 잡고 있다
 아이들이 물수평으로 수평을 잡고 있다
ⓒ 장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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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물수평을 보고 있다. 아이들은 이런 작업을 신기해 했다.  아이들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연필을 귀에 꼽고 목수가 된냥 재미 있어 했다. 제법 뽐을 내고 있다.

 아이들이 귀에 연필을 꽂고 목수가 된 겇처럼 즐거워 했다.
 아이들이 귀에 연필을 꽂고 목수가 된 겇처럼 즐거워 했다.
ⓒ 장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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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째, 아이들이 지칠 만도 할 텐데 못박는데 재미가 들렸나 보았다. 아이들이 얼마나 못을 박고 싶으면 살아 있는 생나무에도 못을 박고 땅에도 못을 막았다. 어떤 아이는 톱으로 돌을 자른다고 멀쩡한 톱을 돌에 문질러 톱을 망치기도 했다.

 아이들이 톱질하고 망치질을 해 만든 창작품
 아이들이 톱질하고 망치질을 해 만든 창작품
ⓒ 장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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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톱으로 자르고 망치로 못을 박을 수 있으니까 남는 자재를 가지고 자기들이 만들고 싶은 걸 만들었다. 어떤 아이는 의자를 만들었고 어떤 아이는 장갑을 걸어놓는 장갑걸이도 만들었다. 

수평이 왜 필요하고 어떻게 보는 것인지 아이들이 신기해 했다. 집은 수평과 수직이 맞아야 한다. 그러려면 이런 수평대로 수직과 수평을 봐야 한다고 가르쳐 주었지만 아직 이 아이들에겐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다만 이후 어른이 되어서 자기들이 집을 짓고 수평과 수직을 보았던 걸 기억하리라. 그러면 그때 옛날 자기들이 집을 지었던 걸 추억으로 간직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아이들과 벽체를 세웠다. 수직과 수평을 보고 이젠 서까래를 걸어야 했다. 서까래 작업은 아이들이 위험해 생략하고 어른들이 작업을 했다.

 아이들과 함께 쓴 상량보
 아이들과 함께 쓴 상량보
ⓒ 장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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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상량보도 만들어 상량식을 했다. 상량보는 먼저 언제 집을 짓고 누가 집을 지었는지 왜, 무엇을 기원하는지 내용만 쓰면 된다고 이야기 해주었다. 요즘은 굳이 한문으로 안 쓰고 이런 내용을 한글로 적어놓는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벌떼들처럼 달려들어 벽체 합판 못을 박고 있다. 생각했던 것보다 아이들이 망치질을 잘하고 있다.

 목조주택 벽체 합판 붙이기
 목조주택 벽체 합판 붙이기
ⓒ 장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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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창호를 쉽게 붙이냐고 묻는 아이들도 있었다. 금방 뚝딱하니까 집이 생기고 그런 일을 자기들이 하고 있다는 게 신기한가 보았다

내가 원래 대안학교로서의 목조주택학교를 고민했다. 우리나라 대안학교 대부분이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다는 아니겠지만 대부분 대안학교가 학교를 졸업하면 검정고시를 보고 대학교에 가는 게 현재의 대안학교의 실상이다. 이런 대안학교는 기형적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의 교육현실을 따라가는 게 어떻게 대안학교가 될 수 있을까? 내가 다닐 때만 해도 공고나, 상고 등 대학을 가지 않아도 되는 학교들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학교들이 대학을 가야 하는 구조로 되어 있는 게 슬픈 현실이다.

  시스템 창호를 붙이고 있는 아이들
 시스템 창호를 붙이고 있는 아이들
ⓒ 장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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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내가 생각한 게 공부하기 싫은 아이들, 대학을 가지 않아도 되는 아이들, 영 공부에 소질이 없고 가정형편상 수천만 원 들어가는 대학을 가지 않아도 되는 학교는 없을까? 자기들이 하고 싶은 것, 자기들이 꿈을 꿀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해보다 대안학교를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나 요즘은 목조주택학교를 모집하면 보통 정년퇴직한 어른들과 자기집을 짓고 싶은 어른들, 직업이 애매해 오는 어른들 뿐이라 그리 신나지는 않았다.

지난번에 홈스쿨링하는 중학교 나이의 아이들과 함께한 이틀동안 생태 화장실 짓기도 이런 차원에서 시도해본 결과다. 이번 장승초등학교 아이들과 집짓기를 고민하면서 이런 나의 꿈을 생각하고 너무나 즐거웠다. 

 아이들과 함께 만든 목조주택 골조가 완성되었다.
 아이들과 함께 만든 목조주택 골조가 완성되었다.
ⓒ 장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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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아이들과의 집짓기는 행복했다. 아이들이 왜 이렇게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망치질을 할까? 컴퓨터 게임이나 하고 축구나 해야 할 아이들이 어울리지 않게 망치질에 흠뻑 빠져 있다.

어떤 아이는 생나무에다 못을 박기도 하고 심지어 땅에다도 못을 박는 아이들도 있었다.
어느 누구 고개 하나 드는 아이가 없었다. 망치질이 그리도 하고 싶었나. 집을 짓기에 몰입하고 있는 아이들도 어른들이 도와주니까 훌륭한 집이 되었다.

4일동안 아이들과의 집짓기는 이것으로 끝냈고 나머지는 우리 목수들이 마무리를 할 계획이다. 장승초등학교내 이 건축물을 영원히 보관해서 아이들이 크고 어른이 되더라도 이걸 내가 2학년, 3학년때 지었노라고 이야기 할 때가 있으리라.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카페 장목수의 목조주택이야기(cafe.daum.net/jangmoksun)(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목조주택학교 #장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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