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중국 중앙 라디오 인민 방송국 홈페이지  대회를 소개하고 있는 중국 중앙 라디오 인민 방송국 홈페이지
중국 중앙 라디오 인민 방송국 홈페이지 대회를 소개하고 있는 중국 중앙 라디오 인민 방송국 홈페이지 ⓒ 김용환

중국에 있는 친구에게 급하게 연락이 왔습니다. 중국 인민 방송국에서 최고의 아나운서를 뽑고 있는데, 조선족 아나운서가 참가한답니다. 인터넷 몰표가 필요하답니다. 급하게 버튼을 여러 번 눌렀습니다. 그리고 무슨 연유인가 싶어 물어봤습니다. 이야기를 하는데 그 아나운서 분이 한국에 들어오셨답니다. 시간 있으시면 직접 만나서 인터뷰 할 수 있냐고 물어봤는데 운 좋게도 되었습니다.

 

손명화씨는 아나운서로서 정체성의 혼란을 여러 번 겪었습니다. 그녀는 현재 중국 내 조선족들에게 방송을 하는, 30년 경력의 베테랑 아나운서입니다. 그런데 특이하게 경상도 출신의 부모님을 두었습니다. 그녀가 출생한 흑룡강성의 경상도 마을은 방송에 여러 차례 방영된 곳입니다. 일제강점기 시절, 많은 사람들이 일제의 침탈을 피해 피난을 왔는데요. 손명화씨 가족도 이 중 하나였습니다. 그녀는 경상도 사투리를 진하게 쓸 줄 아는 중국 국적의 조선족입니다.

 

그때 당시 중국은 평양 말을 표준을 삼았습니다. 그녀가 참고 삼아서  "위대한 김일성 주석께서 어제 베이징에 도착했습니다"라고 멘트를 들려주는데 북한 방송에서 듣던 그대로였습니다. 또한 90년대에는 아직 한중 수교가 맺어지기 전이었습니다. 한국 라디오는 방안에서 몰래 이불 뒤집어 쓰고 들을 수 밖에 없던 시절이었다고 합니다.

 

그런 그녀가 정체성의 혼란을 한번 더 겪게 된 시기는 한국으로 유학을 온 때부터 입니다. 부모님의 고향을 알고자 하여 한국을 택했습니다. 그래서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언론학을 공부하고, 한국의 한 방송에서 아나운서 연수를 받았습니다. 방송국에서 몇몇 한국 아나운서들이 그녀에게 한국어로 뉴스를 진행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어가 입에 익숙해졌다고 느끼다가도 뉴스 텍스트를 읽을 때는 다시 북한어가 튀어나왔답니다. 하지만 그녀는 "북한 뉴스의 어투는 과장하는 경우가 많은데 비해 서울 방송은 그렇지 않아서 더 알아듣기 쉬웠어요"라고 이야기 하더군요. 그리고 서서히 한국어 방송이 입에 익어갔답니다.

 

하지만 문제는 북경으로 돌아와서였습니다. 북경에서 뉴스를 진행하다 보니 주변 환경상 다시 평양 말을 쓰게 되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전과 다른 것은 북한 어투도 아니고 그렇다고 남한 어투도 아닌 어중간한 발음이었습니다. 굳이 칭하자면 제 3의 한국어랄까요.

 

말하자면 손명화씨 안에는 한반도와 관련된 여러 가지 정체성이 섞여 있었습니다.. 남한의 경상도를 문화의 배경으로 두었고, 중국인의 국적을 가지고 북한 말과 남한 말의 중간을 사용하고 있었죠. 언어라는 것이 문화를 내포하는 것을 생각해볼 때, 여러 문화가 손명화 씨 안에서 하나로 정리가 되었던 것이죠. 정확한 발음에 민감한 아나운서라는 직업이 이런 정리과정에 힘을 실어주었습니다.

 

이야기들 들으면서 저는 손명화씨가 이런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에 이어 오게 될 언어적 통일의 대안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한과 북한의 오랜 기간의 분단은 다른 무엇보다 언어의 단절로 이어졌습니다. 이제는 서로 다른 단어를 사용하고 서로 알아듣지 못할 요소들이 북한 남한 말 사이에 늘어가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녀의 방송에는 정치적으로는 풀지 못했던 두 나라의 문화적 통일이 담겨 있더군요.

 

손명화 씨, 방송이름 해연 아나운서 손명화 씨
손명화 씨, 방송이름 해연아나운서 손명화 씨 ⓒ 김용환

 

홈페이지의 그녀의 투표 버튼을 눌렀습니다.(http://www.radio.cn/yhzt/shijia/) 제 한 표가 얼마나 큰 역할을 할지 모르겠지만 고마워 하는 인사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이번 달 26일에는 내부 심사위원들 앞에서 장기자랑과 자질 테스트가 있다고 하더군요. 그녀는 조용필의 '친구여'를 부를 예정이라고 합니다.

 

꿈은 하늘에서 잠자고

추억은 구름 따라 흐르고

친구여 모습은 어딜 갔나

그리운 친구여

옛일 생각이 날 때마다

우리 잃어버린 정 찾아

친구여 꿈속에서 만날까

조용히 눈을 감네

슬픔도 기쁨도 외로움도 함께 했지

부푼 꿈을 안고 내일을 다짐하던

우리 굳센 약속 어디에

꿈은 하늘에서 잠자고

추억은 구름 따라 흐르고

친구여 모습은 어딜 갔나 그리운 친구여


#손명화#해연#중국중앙라디오인민방송국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