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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게 담지 않아도 좋아. 소박해도 좋으니 제대로 된 한끼를 먹을 만한 가게를 만들고 싶어"
-무레요코 <카모메 식당>中

홍대 미술 학원 거리에 '카모메'란 이름의 주먹밥 집을 자주 다녔다. 가게의 포근한 느낌, 화려하진 않지만 소박한 맛에 반해서 자주 들리게 되는 가게다. 그래서 서점에서 '카모메'라는 단어를 본 순간 책을 집어들었다.

<카모메 식당>은 식당의 주인인 사치에와 미도리, 마사코 라는 중년의 여성들과 토미라는 청년이 함께 엮어가는 이야기이다. 항상 자신의 가게를 차리기를 원하던 사치에는 복권에 당첨되는 것을 계기로 자신의 꿈을 실현시키기로 결심한다.

도쿄는 세련되나 자극적인 맛뿐인 가게들로 뒤덮여 있다. 이러한 환경을 벗어나고자 사치에는 핀란드 헬싱키에 작은 가게를 낸다. 첫 손님은 일본 마니아, 특히 '독수리 오형제'를 좋아하는 청년 토미다. 그리고 안정적인 환경에 안주하고 아무 생각없이 살아왔지만 회사가 망하자 그러한 환경에서 탈출하고자 핀란드로 여행을 온 미도리, 오랜시간 부모님을 모시다가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남동생이 집안의 재산을 날려버리자 그 상황을 피해서 핀란드로 온 마사코. 소설은 사치에, 미도리, 마사코 각각의 개인의 이야기에 중점을 두고 펼쳐진다.

<카모메 식당>의 여성들의 일본에서의 삶은 바로 우리의 삶이다. 안정적인 것에 안주하고 그 의외의 것은 생각하지 못하는 삶. 그러는 동안 우리는 인생의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 많은 시간을 허비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삶. 즉, 우리는 여유가 없다. 그녀들의 팍팍한 삶에 여유가 찾아옴으로 인해서 그녀들의 삶은 이전과는 180도 다른 삶이 펼쳐진다. 그녀들에게 '카모메 식당'은 인생의 전환점인 것이다.

'카모메 식당'의 오니기리처럼 화려한 인생은 아니지만 소박하고 따뜻한 정이 느껴지는 인생. 사치에는 식당의 매출을 올리기위해서 오니기리를 퓨전화하지 않는다. 그녀는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다. 그녀의 가치는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아니라 여유롭고 소박한 분위기를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들과의 정, 그리고 여유 이것이야 말로 인생을 행복하게 하는 요소인 것을 알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도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다. 여유를 가지고 주변을 둘러보고,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공간, 이것이 우리에게는 필요하다. 이 책은 여유의 가치를 알려준다. 지금 당장 <카모메 식당>을 집어들자. 서점, 카페, 거실... 모든 곳이 '카모메 식당'이 될 수 있다.


카모메 식당

무레 요코 지음, 권남희 옮김, 푸른숲(2011)


#카모메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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