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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마시러 갔는데 맞은편 건물 1층에 동전 노래방이 있었다. 가게 유리문을 통해서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던 터라 그 안의 정경을 무심히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특이한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사람들은 가게 안에서 저마다 아주 좁은 캡슐을 하나씩 차지하곤 몸을 구기다시피 겨우 붙어 앉아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는데, 연인이나 친구와 같이 온 사람도 있지만 혼자서 열심히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제법 많아보였다.

 

10년 전에도 분명히 존재하던 동전노래방이지만 세월과 함께 인터넷 동전 노래방이라는 이름으로 보다 업그레이드 됐다 뿐, 혼자 온 손님을 위한 유흥 공간은 도시 곳곳에 여전히 자리 잡고 있단 사실도 그렇거니와, 사회가 발전할수록 개인을 위한 공간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단 의미 같아서 기분이 묘해졌다.

 

굳이 그곳만이 아니라도 우리 주위에는 개인이 어색하지 않게 누릴 수 있는 것들이 너무 많다. 카페에서 혼자 커피 마시며 노트북 펴놓고 일하는 게 어색하지 않은 것도 한참 되었고, 혼자서 밥 먹는 걸 이상하게 보는 분위기도 많이 사라졌다. 1인 문화를 소중히 하는 일본처럼 독서실 칸막이를 두른 것 같은 음식점에서 간단한 끼니를 해결할 수도 있어졌고, 고기구워먹기 같은 혼자서는 도저히 엄두가 안 나던 것도 해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고 보면 1인 문화는 오래전 부터 우리곁에 잠식해 있었다. 동네 쌀집 아저씨가 자전거에 싣고 끙끙 대며 배달해 주던 자루 쌀 대신, 아주 소량으로 포장된 마트 쌀은 빠질 수 없는 진열 상품이 된 지 한참이고, 비싸서 명절 선물로나 건네던 올리브유 같은 것도 작고 앙증맞은 1인 사이즈로 출시되고 있다. 하여간 식생활을 비롯해서 생활 전반에서 모든 것이 1인 기준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게 확연해지는 셈이며, 그럼에 따라 혼자서 누릴 수 있는 공간, 혼자서 먹을 수 있는 양, 혼자서 즐길 수 있는 가격, 그리고 '고독과의 동거에 대면하는 자세'에도 집중하게 된다.

 

'홀로'문화에 대한 관심은 3, 4년 전 부터 이미 사회적으로 회자되었다. 혼자서 밥 먹고 유흥을 즐기는 등 모든 일상을 혼자 해나가는 사람을 일컫는 '글루미족'이란 신조어는 이제 우리가 흔히 만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단어가 되어 더 이상 새롭지도 않다. 게다가 '작고 가벼운 우울' 을 감수성의 한 부분으로 가지면서도 한편으론 그 고독이 가진 특별함과 그로 인한 타인과의 차별성을 마다하지 않는 글루미족들은 사회 문화의 선두에 선 사람들이란 특징답게 흠모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점점 사회가 발전할수록 글루미족은 더욱 증가할 것이고, '홀로' 라는 단어는 더욱 일상이 될 것이다. 그럼에 따라 '홀로' 문화를 즐기는 공간 역시 보다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일부는 이러한 개인화를 우려하며 '자고로 사람이란 함께 어울려 살아야지' 하는 구태의연한 주장을 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사회가 복잡해지고 직업이 다양해지며 그 안에서 서로 다른 군상들이 각자의 영역을 합칠 수가 없다면 차라리 건실한 1인 문화를 이룩하는 것이 오히려 현명할 수도 있다.

 

그건 공동체 붕괴나 인간성 상실과는 개념이 다른 신문화이며,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징검다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여간 이제 세상은 1인 전성시대를 넘어서서 1인분 사회를 향해가는 기분이다. 어쩌면 복어불고기나 찜갈비 같은 대가족 메뉴도 일인분 씩 판매하는 시대가 곧 올런지도 모르겠다.


#개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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