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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0일 새벽에 발생한 낙동강 횡단관로의 유실로 구미시의 일부가 수돗물 공급이 중단된 가운데 한국수자원공사는 유실관로를 복구하기 위해 임시가물막이 공사를 하고 있다.
지난 30일 새벽에 발생한 낙동강 횡단관로의 유실로 구미시의 일부가 수돗물 공급이 중단된 가운데 한국수자원공사는 유실관로를 복구하기 위해 임시가물막이 공사를 하고 있다. ⓒ 조정훈

"날씨는 더운데 하루종일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화장실 가기도 겁이 나고... 이게 바로 지옥이라니까..."
"소 50마리 키우는데 하루종일 물만 날랐어요. 사람은 어떻게라도 견디며 살겠는데 기르는 가축들은 물을 안주면 소리를 지르고 난리에요. 할 수 없어 안쓰던 지하수를 사용하려고 급히 돈을 들여 수리를 했지."

지난 6월30일 새벽 장마로 인해 구미광역취수장에서 구미국가산업4단지 배수지로 연결된 횡단관로가 유실되면서 지난 5월에 이어 또다시 대규모 단수사태가 발생하자 주민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섭씨 30도가 넘는 날씨에 또 다시 단수사태가 일어나 1일 현재 물공급이 중단된 구미시 장천면과 산동면, 해평면 일대의 주민들은 "지난 5월에 일어난 단수로 인해 많은 불편을 겪었는데 또 이런 사태가 일어난 것은 너무 안이하고 무책임한 처사"리며 발끈했다.

장천면 금산리의 김재현 마을이장은 "지난번 단수사태 이후에 마을 이장들을 수자원공사에 데리고 가서 다시는 단수사태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안심을 시켰는데 불과 한 달만에 또 다시 사고가 났다"며 "4대강 공사를 하면서 강바닥을 너무 무리하게 파낸 게 원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 마을의 정운화씨는 "소 50마리 키우는데 한 마리가 식사할 때마다 양동이 2개 분량의 물을 소비한다"며 아침저녁으로 물을 공급하려면 하루종일 양동이로 물을 퍼날라야 해서 돈을 들여 지하수를 수리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구미시의 단수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장천면과 산동면의 일부 마을에 1일부터 2톤짜리 소형 물탱크를 설치했다.
구미시의 단수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장천면과 산동면의 일부 마을에 1일부터 2톤짜리 소형 물탱크를 설치했다. ⓒ 조정훈

구미시는 이번 단수사태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물이 나오지 않는 마을마다 소형 물탱크 20여 대를 이날부터 설치하고 소방차를 이용해 물을 공급하고 있으나 마을 사람들이 느끼는 불편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물을 받으러 나온 마을 주민은 "공동으로 쓰는 물인데 많이 받아가려면 눈치가 보인다"며 "날이 더워도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설거지도 하지 못할 지경"이라며 불만을 나타냈다.

구미시 산동면의 한 주민은 "수자원공사가 우리를 두 번 죽이는 꼴"이라고 비난하고 "우리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낙동강 공사를 하면서 수도관로 하나 제대로 보강하지 못해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며 "즉각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미4공단의 한 공장 관계자는 "급수차로 물을 공급해줘 아직까지는 견딜만 하다"면서도 "장기간 급수가 중단되면 공장 가동을 일시적으로 멈춰야 할 것 같다"며 타격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말했다.

 4대강저지 범대위는 1일 오후 횡단관로 유실로 수돗물 공급이 중단된 한국수자원공사 구미권관리단이 자리하고 있는 낙동강 둔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과도한 준설과 부실시공으로 수돗물 공급이 중단됐다며 4대강공사 중단을 촉구했다.
4대강저지 범대위는 1일 오후 횡단관로 유실로 수돗물 공급이 중단된 한국수자원공사 구미권관리단이 자리하고 있는 낙동강 둔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과도한 준설과 부실시공으로 수돗물 공급이 중단됐다며 4대강공사 중단을 촉구했다. ⓒ 조정훈

한편 이번 단수사태는 4대강 공사를 하면서 횡단관로를 깊이 매설하지 않고 과도한 준설을 한 데서 비롯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하천학회와 4대강사업저지 범대위, 4대강사업저지 대구경북연석회의는 1일 오후 수자원공사 구미광역상수원 옆 낙동강 둔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규모 준설을 하면서 세굴 깊이를 제대로 계산하지 않고 설계에 반영하지 않아 부실공사로 이어졌다"며 "4대강 공사를 전면 중단하고 원상으로 복구할 것'을 요구했다.

박창근 관동대 교수는 "2009년 국토해양부의 설계도에는 7미터 깊이의 준설을 하면서 횡단관로는 그보다 최소한 3미터 아래에 묻도록 되어 있다"며 "이번에 유실된 관로는 공학적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부실공사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강바닥을 준설하게 되면 기존의 횡단관로가 노출되기 때문에 본격적인 준설을 하기 전에 새로운 횡단관로를 더 깊이 묻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번 횡단관로 유실사고는 홍수로 유속이 증가하여 횡단관로 밑부분까지 모래가 세굴되어 흐르는 물의 수압을 이기지 못하고 유실된 것이다.

박 교수는 또 "이번 횡단관로 유실의 사고원인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횡단관로 설치 깊이를 확인해야 한다"며 "수자원공사가 유실관로를 재설치하는 것은 똑같은 사고위험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새로 설치하려 할 것"이라고 말하고 "사고를 은폐하기 위해 횡단관로의 설치 깊이를 확인하지 않을 우려도 있다"며 투명하고 객관적인 조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관동대 박창근 교수가 횡단관로 설치상의 부실시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관동대 박창근 교수가 횡단관로 설치상의 부실시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조정훈

4대강사업저지 범대위는 "이번에 발생한 해평취수장은 지난 5월 현장조사에서 땅 속에 묻혀 있어야 할 해평취수장 관로가 드러나 있는 등 홍수시 유실 위험이 큰 것으로 예견된 지점이었다"며 "이번 횡단관로 유실사고의 근본 원인은 4대강 사업 속도전에 있다"며 비난했다.

이들은 이와 같은 사고는 비단 구미지역만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며 "'4대강 사업을 전면 중단하고 국민과 국토의 안전을 객관적으로 점검하는 것부터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관련자들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해평취수장 인근 낙동강 횡단면도. 국토해양부가 2009년 설게한 이 도면에는 횡단관로를 준설깊이보다 3M이상 깊게 묻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횡단관로를 깊게 묻지 않고 막무가내식 공사를 하다가 관로가 유실되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해평취수장 인근 낙동강 횡단면도. 국토해양부가 2009년 설게한 이 도면에는 횡단관로를 준설깊이보다 3M이상 깊게 묻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횡단관로를 깊게 묻지 않고 막무가내식 공사를 하다가 관로가 유실되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 조정훈

이에 대해 수자원공사는 1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강우로 인한 유수량의 증가가 직접적 원인으로, 4대강 준설로 인한 사고가 아니"라며 "사고 예상지점은 하도 준설을 시행하지 않은 구간이며 매설심도가 3m인 곳으로, 4대강사업저지범대위가 주장하는 '7m 정도 파내어서 금번 강우로 인하여 추가로 3m가 더 파여 나갔다는 것'과 '설계 및 시공 시 세굴심도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수자원공사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용수로 인한 불편과 조업 중단은 없다"며 "다소 시일이 걸릴 수 있으나 공사를 서둘러 시행하여 구미시민과 4공단 입주업체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구미시 관계자는 "수자원공사에서 아직 복구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알려주지 않아 임시 물공급만 하고 있을 따름"이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소방차와 급수차 등을 이용해 물을 공급하는 방법밖에는 없다"며 "당분간 주민들이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지만 구미시도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고 말했다.

1일 오후 6시 현재 구미에는 산동면 358세대와 장천면 606세대, 해평면 161세대 등 총 1125세대 가량과 구미4공단의 공장들이 공업용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구미4공단 도로에 공업용수를 가득 실은 급수차 수십여 대가 공장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구미4공단 도로에 공업용수를 가득 실은 급수차 수십여 대가 공장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 조정훈


#구미 단수#수자원공사#4대강 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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