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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 참가자] 파리돼지앵(정재형, 정형돈)의 '순정마초'

 아직 '땅고'의 매력을 모르고 있는 정형돈. 그리고 한 켠으로 다소곳이 밀려버린 정재형.
아직 '땅고'의 매력을 모르고 있는 정형돈. 그리고 한 켠으로 다소곳이 밀려버린 정재형. ⓒ mbc


"재형형이 딱 한 번 들려준 '순정마초'!!! 후렴부분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또 듣고 싶어!! 듣고 싶어!!! 완전 좋아!" (김동률 트위터)

요즘 예능감을 보면 <르 쁘띠 피아노(Le Petit Piano)>에서 라벨과 드뷔시를 연상하던 그 피아니스트가 맞는지 의심마저 드는 '노래하는 이봉원' 정재형. 그리고 최근 완전히 물이 오른 '개화동 오렌지족' 정형돈. 이들의 첫 만남은 비록 정재형이 잘 쓰는 표현대로 그지(?) 같았을지 모르지만, 그들은 이제 <무한도전>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의 최대어로 급부상했다.

특유의 섬세한 매력을 숨기지 않고 막걸리 익는 포천에서 '아홍홍홍' 웃으며 아라베스크 1번을 연주하는 정재형과, 임재범의 '너를 위해'를 불러보이며 보컬리스트로서의 본능을 피력하던 정형돈 간의 음악적 접점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했지만, 그 결과는 의외로 '땅고(탱고)'로 밝혀졌다. 역시 생각을 뛰어넘는 존재들은 다르다.

정재형의 음울한 마이너 취향과, 지난 분기 음원수익 2만9800원에 빛나는 정형돈의 음악적 감각, 그리고 대규모 오케스트라가 동원됐다는 점을 상기하면 '파리돼지앵'팀이 들려줄 음악은 약간 예상이 가능해지는데, 예컨대 '땅고'의 거장 제이미 윌렌스키의 'Por estas calles'나 조금 더 어둡게 간다면 다리오 비딸레가 노래했던 'Estampas de barrio'와 같은 비장한 것들이다.

하지만 예상은 예상일 뿐, 이들의 비범함을 어찌 범인이 감히 앞서갈쏘냐. 그저, 마냥, 기다릴 뿐이다.

[2번 참가자] GG(박명수, 지드래곤)의 '바람났어'

 업계에서 까다롭기로 악명 높은 8집 가수 박명수를 만족시킨 권지용. 그리고 그 순간, 그는 탑클래스로 거듭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업계에서 까다롭기로 악명 높은 8집 가수 박명수를 만족시킨 권지용. 그리고 그 순간, 그는 탑클래스로 거듭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 mbc


"야! 그걸(그 노래를) 왜 박명수 주냐?" (양현석)

네덜란드 출신의 뮤지션 씨.씨 케치의 1980년대 명곡 'House of Mystic Lights'를 mp3로 틀면서 파트너 지드래곤에게 마치 전자상가 들른 손님마냥 '야! 이런 거(?) 없냐?'를 연발하던 박명수. 하지만 지드래곤은 이 악조건에서도 기어코 해냈다.

특히 방송에서 잠깐 들려줬던 이들 노래의 훅은 마치 욜란다 비 쿨의 'We No Speak Americano'마냥 사람을 들썩이게 한다. 거기다 YG 특유의 강력한 비트와 GD&TOP에서 보여줬던 검증된 의상과 퍼포먼스, 거기다 박봄의 피처링까지 더해졌다고 하니 '냉면'을 함께 부른 제시카와 최근 <나는 가수다>의 김범수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이어지는 1.5인자 박명수의 파트너복은 가히 천운이라 하겠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가요제에 이들이 만약 대상을 탄다면 "야! 이 노래를 왜 박명수 주냐?"라고 말했다던 양현석 사장에게, 박명수는 독설을 할 게 아니라 외려 고맙다고 술 한 잔 사야 될지도.

[3번 참가자] 철싸(싸이, 노홍철)의 '흔들어 주세요'

 노홍철을 정확히 꽤 뚫고 있는 싸이. 그가 왜 최고의 프로듀서이자 뮤지션인지 증명하는 깨끗한 한 방.
노홍철을 정확히 꽤 뚫고 있는 싸이. 그가 왜 최고의 프로듀서이자 뮤지션인지 증명하는 깨끗한 한 방. ⓒ mbc


"철싸의 '흔들어주세요' D-4. 제 입으로 말씀드리기 좀 뭐하지만 노래가 너무 신나서 어쩌면 좋죠? 철싸 만세!!!" (싸이 미투데이)

박치, 몸치, 음치, 특히 시옷발음에 트라우마까지 가지고 있는 노홍철에게 그의 랩은 너무 가혹했다. "천구백 삼십 삼년 삼월 삼일 세시 삼십분 삼십초 선생님과 삼성동에서 생선가스와 돈가스 삼.선.짬,뽕!"과 같은 고난도 시험을 안기기도 한 그는, 그러나 음악성만큼은 알다시피 엄청나게 역동적이며 또 그의 겨드랑이에서 흐르는 땀만큼 강렬하다.

한 마디로 이 둘은 제대로 만났다. 그 어느 팀보다 '롤'이 정확한 것이다. 결국 싸이는 녹음도중 노홍철에게 최대한의 찬사를 내비친다. "지금 너무 좋아! 너무 달콤한데, 너무 변태 같은 거". 그러자 그 찬사에 보답하듯 노홍철이 랩을 한다. "셰이키, 셰이키, 이 셰이키(?)....". 노래를 다 들어보지 않아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몸을 흔들라는 표현인 듯한데약간 형이상학적 발음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이들의 명확한 롤은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의 하이라이트인 맨 끝 순서로 자리잡는 행운까지 가져갔다. 역시 럭키 가이.

하지만 지난 방송에서 노래 인트로 부분이 참으로 얄궂게도 장윤정씨가 불렀던 모 침대회사 CM송과 너무 비슷하지 않느냐는 지적을 받았다. 그러고 보면 노홍철이 부르는 그 부분의 노래가사도 '사랑하는 사람 떠나고~ 새로운 만남은 뻔하고~ 이제는 혼자가 편하고~'다. 이쯤되면 노린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4번 참가자] 처진 달팽이(유재석, 이적)의 '압구정 날라리'  

 드디어 유재석의 실체를 알게 된 이적. 유재석, 그는 태생이 '방송기계'고 '날라리'였던 것이다.
드디어 유재석의 실체를 알게 된 이적. 유재석, 그는 태생이 '방송기계'고 '날라리'였던 것이다. ⓒ mbc


"적아, 너 런던나이트 아니?" (유재석)

최초의 이적은 그랬다. 어떡해서든 1인자 유재석의 진지한 면을 이끌어내어 그가 환갑잔치에도 부를 수 있는 감동적인 노래를 만들려했다. 그러나 역시 명불허전. 유재석 그는 소문그대로 '방송하는 기계'였고, 또 '날유'였으니. 이적의 천재성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노래인 '말하는 대로'를 소개하자, 유재석은 의기소침한 표정으로 조용히 이적에게 말했다. "네가 다 불렀으면 좋겠어…"

안타깝다. 그러나 한편으론 또 이해가 되는 순간이다. 예능밖에 모르는 바보 유재석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 

그런 그의 유일한 탈출구와 해방구는 화려한 조명과 신나는 음악이 사방에서 욕망처럼 들끓는 1990년대 나이트클럽과 1980년대 롤러장. 결국 이적은 마치 미국의 펑크, 소울의 대부 제임스 브라운 마냥 '압구정 날라리'를 건반으로 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제서야 유재석은 벌떡 일어나 이렇게 소리친다. "훠우~~~~~~!" 그때 이적은 알았다는 듯이 몸을 젖히며 웃으며 말했다.

"이런 거 좋아하는구나? 형"

[5번 참가자] 바닷길(바다, 길)의 '나만 부를 수 있는 노래'

 <무한도전>의 공식 다큐 커플 '바닷길'. 그러나 이들은 분명 음악이 가지는 '진정성'을 노래하며 가요제 전체의 질을 잡는 팀이 될 듯하다.
<무한도전>의 공식 다큐 커플 '바닷길'. 그러나 이들은 분명 음악이 가지는 '진정성'을 노래하며 가요제 전체의 질을 잡는 팀이 될 듯하다. ⓒ mbc


"일단 멜로디가 평화로워서 좋은 거 같아" (바다)

누가 그랬다. 큰 소리로 세 번만 외치면 나도 모르게 코끝이 찡해지는 단어가 하나있는데, 그게 바로 '엄마'라는 단어라고.

이번 <무한도전>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에서 가장 웃음기를 빼고 진정성을 가지고 노래를 만든 팀은 아마 이들 '바닷길'이 아닐까 싶다. 예전 힘들었던 시절에 어머니의 편지를 꺼내든 길. 그리고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지 못해 눈물 흘리던 바다. 이들은 그렇게 '사랑'이라는 공감대에서 시작해서, 노래가 만들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예능이 아닌 약간은 진지한 다큐로 풀어갔다. 

그렇다고 이 '다큐'라는 표현에 오해는 마시라. 아마 이번 가요제에서 전체적인 음악적 색깔의 다양성이 유지되거나, 일종의 퀄리티가 보장된다면 바닷길의 '나만 부를 수 있는 노래'는 분명 그 축을 담당할지도 모르니 말이다.

그리고 장담하건데 지금의 이들이라면 상당히 드라마틱한 노래가 나올 것 같다. 알다시피 '리쌍'의 사운드와 가사는 원래 그랬고, 바다의 청명하고도 진지한 목소리 또한 원래가 그러했으니 말이다.

[6번 참가자] 스윗콧소로우(정준하, 스윗소로우)의 '정주나요'

 정준하 위주로 노래를 이끌어가는 착한 '스윗소로우'. 파트너 복이 타팀들 보다 좀 없는 듯 하지만, 그래도 이들은 정준하와 함께 간다.
정준하 위주로 노래를 이끌어가는 착한 '스윗소로우'. 파트너 복이 타팀들 보다 좀 없는 듯 하지만, 그래도 이들은 정준하와 함께 간다. ⓒ mbc


"어떤 팀은 한분이 굉장히 바빠 가지고 자주 만남을 못 가진 분도 계세요…" (유재석)

최근 드라마, 뮤지컬, 예능을 종횡무진 휘젓고 다니는 정준하. 덕분에 이상하게 <무한도전>에서 방송 분량과는 딱히 인연이 없었던 스윗소로우는, 이 때문에 또 다시 자신들의 분량을 조금 날려먹고 말았다. 하지만 착하디 착한 이 네 명의 보컬리스트들은 제목에서부터 곡 분위기까지 정준하에게 포커스를 맞춰준다.

이들의 곡은 방송을 통해서 다른 팀들에 비해 노래가 꽤 많이 공개됐는데, 특히 '정주나요~ 안정주나요~'라고 노래하는 후렴부분이 귀에 '착'하고 감기는 게, 예전 '올림픽대로 가요제'에서 말 그대로 마력같은 훅으로 사람들을 세뇌하듯 중독시켰던 '영계백숙'에 버금가는 위력을 발휘할 기세다.

편곡은 잠깐 비친 스틸사진에서 멤버들 모두가 번쩍거리는 턱시도를 입은 걸로 봐선 아마 1960~1970년대를 주름잡았던 미국의 더 포탑스의 노래들처럼 경쾌한 팝 소울곡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아. 그리고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팀 이름이 조금 아쉽다. 유재석이 말하던 대로 '대갈소로우'했으면 대박이었을 텐데.

[7번 참가자] 센치한 하하(하하, 십센치) '죽을래 사귈래'

 1번과 2번의 갈림길에서 2번을 택한 '센치한 하하'. 과연 그 결과는?
1번과 2번의 갈림길에서 2번을 택한 '센치한 하하'. 과연 그 결과는? ⓒ mbc


"여러분. 1번이 좋아요? 2번이 좋아요?" (하하)

홍대와 인디계의 새로운 바람 십센치와, 비록 서래마을에 살지만 마음만은 홍대피플 하하와의 만남은 조합부터 상당히 신선했다. 하지만 그 조합만큼 어떤 스타일의 곡이 나올지 어쩌면 가장 애매한 팀이기도 했는데, 결국 제이슨 므라즈와 같은 편안한 사운드와 레게리듬을 섞은 1번곡. 그리고 리드미컬한 로큰롤 사운드의 2번곡이 자체적으로 경합을 벌이기에 이른다.

자체투표에서는 2:1로 1번곡이 선택됐지만, 대학축제에 모인 관중들은 2번을 택했다. 가요제의 특성상 어쿠스틱한 사운드는 어필하기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결국 조금 더 강한 2번곡이 선택된 듯한데, 사실 십센치의 고유한 음악적 색깔은 그들의 1집 <1.0>을 들어본 팬들이라면 알겠지만 1번곡에 가깝기는 하다. 

하지만 그러면 어떠랴. 그럼에도 '센치한 하하'는 강하게 나가야 제 맛이다. 다만 변수를 몇 개 꼽자면 자신이 운영하는 곱창집 마감하는 시간에 맞춰 새벽 4시에 전화하는 하하의 과도한 음악적 간섭, 그리고 그로인한 십센치의 멤버들의 체력과 컨디션일 듯.


#무한도전#가요제#서해안 고속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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