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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결혼한 아들이 아내가 차려준 음식 맛이 없을 때 "어머니가 끓여주신 된장찌개"가 생각난다는 말을 했다가 타박을 듣습니다. 그런데 결혼한 딸도 친정 엄마가 해주셨던 음식이 생각나는 경우가 있는데 특히 임신을 했을 때입니다. 1997년 8월 26일, 만난 지 두 달 보름 만에 결혼을 했습니다. 첫 아이를 임신하자 아내는 갑자기 "엄마가 끓여 준 장어국이 먹고 싶다"고 했습니다.

요즘은 건강이 좋지 않아 가게를 그만 두셨지만 장모님 장어국은 정말 진국이었고, 한 번 맛본 사람들은 계속 찾았습니다. 장어국과 고추전에 동동주 한 사발은 우리 장모님이라 그런 것이 아니라 정말 최고였습니다. 그러니 장모님 장어국이라니 참 난감했습니다.

 아내는 큰 아이를 임신 한 후 느닷없이 "엄마가 끓여준 장어국이 먹고 싶다"고 했다.
 아내는 큰 아이를 임신 한 후 느닷없이 "엄마가 끓여준 장어국이 먹고 싶다"고 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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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남자는 추운 겨울에 딸기를 사다주고, 두세 시간을 차를 타고가 아내가 먹고 싶다는 것을 사다 준다는데 그깟 장어국, 한 번 끓여주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입덧으로 밥을 잘 먹지 못하는 아내를 보면서 마음 한켠이 싸해져 그냥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장모님은 사천 계시는데 어떻게 해요?"
"정말 먹고 싶다."
"그럼 내가 한 번 끓여 줄까요?"
"당신이 어떻게 끓일 수 있어요?"
"그래도 자취 생활 20년입니다."

아내, 장어국 네 그릇을 후루룩

중학교 1학년부터 32살까지 자취생활을 하면서 만들어 보지 못한 음식이 없고, 배추김치와 열무김치 그리고 동치미까지 담가 봤으니 장어국은 누워서 떡먹기라고 생각하고 어시장에 갔습니다. 통영은 바닷가라 살아있는 생선을 직접 살 수 있어 장어 신선도는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장어국을 다 끓이자 아내는 정신없이 먹었습다. 정말 정신없이 먹었습니다. 사나흘은 굶은 사람처럼 말입니다.

 아내는 큰 아이를 가진 후 앉은 자리에서 네 그릇을 먹었다. 아내는 그 때를 떠올리면서 자기도 이해를 할 수 없다고 한다
 아내는 큰 아이를 가진 후 앉은 자리에서 네 그릇을 먹었다. 아내는 그 때를 떠올리면서 자기도 이해를 할 수 없다고 한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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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좀 천천히 먹어요."
"진짜 맛있어요. 엄마가 끓인 것과 같은 맛이에요."
"음식 솜씨 괜찮지요? 20년 솜씨 어디 가나."
"여보, 한 그릇 더 주세요."
"진짜 맛있는 모양이네. 장모님 솜씨가 나나?"
"엄마가 끊여 준 것과 똑같아요. 한 그릇 더 주세요."
"뭐라구요? 한 그릇 더 먹겠다 했어요?"

"앞으로 두 그릇은 더 먹을 것 같은데요?"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습니다. 아내는 그 자리에 앉아 무려 네 그릇을 먹었습니다. 작은 그릇이 아니라 중국집 짬뽕 그릇 같은 그릇으로 말입니다. 어떻게 다 먹을 수 있느냐고 하겠지만 정말 아내는 다 먹었습니다. 14년이 지난 지금, 아내도 어떻게 그것을 다 먹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더 황당했던 것은 짬뽕 그릇 네 그릇이나 먹었는데 다음 날 아침 몸무게가 줄었다는 겁니다.

이후 두세 번 더 장어국을 끓여 주었습니다. 집에서 교회 가는 길에 붕어빵을 파는 곳이 있었는데 아내는 지날 때마다 먹고 싶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길가에 파는 음식을 먹이고 싶지 않아 먹지 말라고 타박을 해 미안한 마음이 있었는 데 장어국으로 다 해결했습니다.

우리집 보양식 장어국

이후 장어국은 우리집 보양식이 되었습니다. 여름이면 적어도 네다섯 번은 끓여 먹습니다. 엄마 뱃속에서 장어국 네 그릇을 다 먹어 그런지 몰라도 중1이 된 큰 아이는 심심하면 장어국 타령입니다. 장어국을 한 번 끓여주면 어찌나 잘 먹는지 두세 그릇은 기본입니다. 둘째와 막둥이 역시 오빠와 형처럼은 아니지만 장어국이 먹고 싶다고 합니다.

 모든 생선이 다 그렇듯이 살아있는 장어라야 진국 장어국이 된다
 모든 생선이 다 그렇듯이 살아있는 장어라야 진국 장어국이 된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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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어국을 맛있게 끓이려면 살아 있는 장어를 사야 합니다. 모든 생선이 다 그렇듯이 죽은 장어는 제대로된 맛이 나지 않습니다. 통영보다는 못하지만 집 옆에 있는 시장에서 우리 동네에서는 '아나구(일본말)'라 부르는 붕장어를 샀습니다. 그래도 살아있는 놈이라 기분은 좋았습니다. 장어를 살 때 꼭 "장어국 끓여  먹을 것"이라고 해야 합니다. 그럼 손질을 해줍니다. 장어를 사러 가면서 아내와 말을 나누었습니다.

"여보, 오늘 아이들, 특히 인헌이가 정말 좋아하겠네요."
"아마 허걱거리면서 먹을 겁니다."
"당신 생각나요? 인헌이 가졌을 때 네 그릇 먹은 것."

"생각나죠. 정말 맛있는데. 엄마가 끓여준 것보다 더 맛있어요."
"아마 이제는 그런 맛이 나지 않을거요. 당신에게 장어국 끓여준 것은 붕어빵 사 먹지 못하게 한 것이 미안해서 그랬던 거요."
"정말 그 집 붕어빵 막있어 보였는데."
"장어 주세요. 장어국 끓여 먹을 게예요."

 장어는 끈적끈적한 느낌이 있기 때문에 소금으로 다시 씻어 주면 좋다
 장어는 끈적끈적한 느낌이 있기 때문에 소금으로 다시 씻어 주면 좋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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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어는 끈적끈적하기 때문에 손질한 장어를 집에 가져와서 소금을 뿌리고 다시 한 번 씻어주면 좋습니다. 물을 조금만 붓고 끓입니다. 20~30분 끓이면 물이 뽀얗게 우려나는데 그럼 뼈를 추려낸 후 물을 더 붓고 끓입니다. 장어국에는 각종 채소를 넣는데 우리집은 고사리, 숙주나물(콩나물도 가능), 배추를 넣습니다. 중요한 것은 배추과 고사리, 숙주나물을 먼저 뜨거운 물에 데쳐야 한다는 겁니다. 데친 나물 간은 된장만으로 하는데 식성에 따라 소금과 우리나라 간장으로 해도 됩니다.

 장어국에는 각종 채소가 들어가는 데 우리 집은 숙주나물과 배추,고사리, 파 따위를 넣는다
 장어국에는 각종 채소가 들어가는 데 우리 집은 숙주나물과 배추,고사리, 파 따위를 넣는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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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에서는 내가 끓였는데, 오늘은 당신이 끓인 장어국 먹겠네요."
"인헌이 임신했을 때만 당신이 끓였지, 이후에는 끓인 적이 있어요? 그 때만 생각하면 웃음 나온다. 어떻게 네 그릇이나 먹었는지."
"아마 다시는 그런 장어국 먹지 못할 거요. 딸은 임신하면 엄마가 만들어 준 음식이 제일 생각난다잖아요. 엄마 생각도 나겠다, 장어국도 생각나고, 배도 고프니 네 그릇을 먹었지."
"간이 맞나. 한 번 드셔 보세요."
"진국입니다."

어떤 분은 장어뼈를 그대로 먹지만 아이들이 먹기에는 힘들어 채에 살만 걸러내고 뼈는 버립니다. 그리고 물을 4리터 정도(장어1kg 기준) 더 붓고 데친 채소와 함께 다시 40분 정도 더 끓이면 정말 맛있는 장어국이 됩니다. 이렇게 끓인 장어국은 며칠을 먹습니다. 먹기 싫을 때까지 먹습니다.

 장어와 각종 채소와 된장으로 간을 한 장어국이 먹음직하게 끓고 있다.
 장어와 각종 채소와 된장으로 간을 한 장어국이 먹음직하게 끓고 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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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뱃속에 네 그릇 먹은 큰 아이 두 그릇은 기본

둘째와 막둥이는 학교에서 돌아왔지만 장어국을 끓인지 몰랐다가 저녁 때가 되어서야 끓인 줄 알고 오늘은 밥을 두 그릇 먹겠다고 했습니다. 원래 우리 집 저녁은 오후 5시였다가 큰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간 후로는 오후 7시로 바뀌었습니다. 집에 오는 형을 창문으로 본 막둥이는 창문을 통해 장어국을 끓였다고 말했습니다. 온 동네에 알린 거지요.

"형아, 장어국 끓였다."
"정말?"
"빨리 올라와. 지금 상 차렸다."
"목소리 좀 낮춰라. 다른 사람들 듣겠다."
"형아가 장어국 좋아하잖아요."

큰 아이는 허겁지겁 씻은 후 장어국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아빠, 집에 오면서 장어국 먹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공부는 안 하고 장어국 생각만 했어?"
"집에 오는데 무슨 공부 생각을 해요. 저녁을 먹지 않고 오기 때문에 배가 많이 고파요."
"그래. 많이 먹으라."
"아빠!"
"왜? 우리 예쁜 아이."
"학교 급식 때 친구들이 장어국 안 먹으면 내가 먹어요. 그런데 엄마가 끓여준 것보다는 맛이 없어요."

"당연하지. 학교는 장어가 적게 들어가고 우리 집에 많이 들어가니까. 우리 집처럼 장어가 들어가면 급식하는 사람들 망한다."

 우리 아이들은 장어국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 특히 큰 아이는 두 그릇은 기본이다.
 우리 아이들은 장어국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 특히 큰 아이는 두 그릇은 기본이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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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아이는 생각대로 두 그릇을 먹었고, 막둥이도 형이 두 그릇 먹는 것을 보더니 더 달라고 합니다. 아이들은 장어국을 잘 먹지 않는데도 우리 아이들을 정말 잘 먹습니다. 장어국 보양식은 아주 저렴하게 먹을 수 있어 참 좋습니다. 오늘 우리 가족이 장어국 끊이는 데 들어간 돈은 장어1kg(1만5000원), 숙주나물(2000원), 배추(2000원), 고사리(2000원), 파(1000원)가 들어 총 2만2000원입니다. 2만 2000원으로 2~3일 동안 매 때마다 먹습니다. 이렇게 한 번 먹고 나면 정말 힘이 납니다.

삼계탕 한 그릇에 8000원 이상합니다. 올 여름도 우리 가족은 삼계탕 같은 보양식보다는 2만 2000원짜리 장어국으로 보낼 것입니다. 2만2000원 들여 2~3일 동안 때마다 먹을 수 있는 보양식이 있나요. 아직 먹어보지 못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여름을 시원하게 나만의 보양식 응모



#보양식#장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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