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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개그콘서트> 코너 '생활의 발견'
KBS<개그콘서트> 코너 '생활의 발견' ⓒ KBS 개그콘서트


"오빠 혹시 나 선 본 것 때문에 그러는 거야? 
이거 먼저 깔고요. (음식을 테이블에 놓으려는 배달원을 제지하며 신문지를 깔고) 그냥 그 남자랑은, 탕수육 가운데요, 그냥 만나서 차 마신게 다야." 
"그 남자가 나아. 가버려. 쿠폰은요?"

지난달 17일 처음 대중에게 선보인 후 <개콘> 간판 코너 '달인'의 아성을 위협할 만하다는 호평을 받은 '생활의 발견' 한 장면이다. 이별을 앞둔 두 남녀가 슬픈 상황에서도 자장면을 시켜먹는 등 최후의 만찬 가운데 주고받는 지극히 현실적이만 실제 현실에선 누구도 입 밖으로 내뱉지 않는 천연덕스러운 대화.

송준근, 신보라, 김기리 등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멤버들이 주축이 돼 만든 코너 '생활의 발견'에는 <개콘>의 12년 장수비결이 함축돼 있다. 1999년 9월 4일 첫 방송 이래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 MBC <개그야> 등이 사라지는 동안 <개콘>은 꾸준한 인기를 끌며 개그계의 <전원일기>로 통하고 있다. 

개콘은 생활의 발견이다

최근 시작한 '생활의 발견'을 비롯해 현재 인기 코너 '달인'과 '두분 토론', '9시쯤 뉴스' 그리고 최장수 코너 '봉숭아 학당'까지. <개콘>의 인기 견인차 격인 이 코너들의 핵심은 누구에게나 있는 일상생활 속에서 반전을 꾀하는데 있다.
 
개그 아이디어를 내며 코너를 꾸려가는 개그맨들은 주변 일상에서 개그 소재를 발견하고 이를 대중의 웃음코드와 맞도록 절묘하게 반전을 준다. 여타 타 방송사 개그프로그램과 달리 유행어나 억지 웃음에 치중하지 않는 이 생활 밀착형 코미디는 결국 대중이 자신을 둘러싼 일상 생활 속에서 <개콘>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다. 

김병만은 진짜 달인? 캐릭터 승부

<개콘>이 일상을 비트는 개그로 시청자와의 공감대를 이뤄 상황과 과정 자체에서 웃음을 준다는 점 외에도 그 절묘한 반전을 빛나게 하는 각 개그맨들의 캐릭터 역시 인기 요소다. 
<개콘> 대표 캐릭터로 두말 할 것 없는 김병만을 비롯해 키컸으면 이수근, 닥터피쉬 유세윤, 분장실의 강선생 강유미 등 <개콘>이 배출한 스타들에게는 나름의 고유한 캐릭터가 있다.
 
개그맨 각자의 캐릭터 하나를 여러 코너에 걸쳐 유지시키는 탓인데 김준호의 경우 '씁쓸한 인생'의 모자라고 당하기만 하는 조폭 형님 역과 현재의 '감수성'에서 임금 역할이 비슷하다. 박영진과 박성광 역시 날카롭고 이기적인 막무가내 이미지와 만날 당하기만 하는 어리바리 이미지를 여러 코너에 걸쳐 수년 동안 유지하고 있다.
 
이는 시청자들은 인물의 행동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고 동화돼 상황에 쉽게 몰입할 수 있게 한다. 또 유행어가 소진되면 전혀 새로운 개그를 짜야 했던 다른 개그 프로그램과 달리 코너가 폐지돼도 캐릭터가 생명력을 갖고 살아있기 때문에 변주를 통한 개그도 가능하다.
 
코미디는 역시 블랙 코미디

인생이 고달픈 국민의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던 코너들이야말로 <개콘>의 진짜 인기비결. 보수언론단체의 공개적 비판 이후 폐지된 '동혁이형'은 등록금을 내려달라고 시원하게 '샤우팅' 하던 유일한 사람이었다. 또 "일등만 생각하는 더러운 세상"을 외쳐 되던 '나를 술푸게 하는 세상'도 사라졌다. 장수하지 못한 이 코너들을 대중이 기억하는 건 요즘 거의 찾아보기 힘든 대표적 시사풍자 코너였기 때문일 터.
 
현재 남하당 김영진과 여당당 김영희가 격돌하는 '두분토론'과 '9시쯤뉴스'가 약하게나마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지난주 '9시쯤뉴스'에서는 얼마 전 한복 착용으로 신라호텔 출입이 금지됐던 이슈를 정면으로 비판한 개그를 선보여 <개콘>의 블랙 코미디 부활이 아니냐는 대중의 기대 섞인 호응이 이어지고 있다. 
 
1980년 10월 21일 첫 방송 이후 2002년 12월 29일 종료까지 20여년 세월 동안 안방극장에 방영된 대한민국 장수 드라마 <전원일기>는 등장인물들의 성장과정이 눈에 보일 정도로 오랫동안 국민들과 함께 해왔다. 한국의 일상적인 전원을 배경으로 남다른 캐릭터의 등장인물들이 '지지고볶고' 사는 우리네 모습. 현실에 힘든 일이 닥치면 <전원일기> 속 주인공들에게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일상의 소재를 바탕으로 독특한 캐릭터들 간의 현실반영 이야기. <전원일기>에서 <개콘>을 발견하는 건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생활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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