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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갈종용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남본부장.
제갈종용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남본부장. ⓒ 유성호

"국민과 함께 하는 희망세상, 공무원노동조합이 함께 하겠습니다. 희망을 채찍질하다. 오직 국민의 공무원이 되겠습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오는 9일 저녁 창원 용지공원에서 "6·9 창원 전국공무원결의대회 10주년 기념 문화제"를 열면서 내건 구호다. 10년 전인 2001년 6월 9일 전국 공무원 7000여명이 모여 '전국공무원결의대회'(아래 '6·9창원대회')를 열었던 것. 꼭 10년째 되는 날에 다시 뭉친다.

당시 집회는 그해 3월 만들어졌던 '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총연합'(전공련)이 정부의 탄압을 뚫고 열었는데, 그날 집회가 계기가 되어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결성으로 이어졌던 것. 공무원노조는 '10년을 기억'하면서 이제는 '희망'을 채찍질할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다.

공무원노조는 이번 문화제를 국민과 함께 한다고 밝혔다. 인기 대중가수 태진아, 김범수, 윙크가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른다. 개그맨 노정열 사회로 이날 오후 8시부터 초청가수 공연을 연다. 앞서 이날 오후 6시 30분부터 기념식과 '조합원 문예 경연' 행사가 열린다.

이번 문화제를 기획하고 있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남지역본부 제갈종용 본부장은 "10년 전 사상 처음으로 공무원들이 집회를 열어 '공무원도 노동자'라고 당당하게 밝혔다"면서 "10년째 되는 날 그 정신을 되새기고, '국민의 공무원'이라고 시민들에게 알리는 행사를 연다"고 말했다. 그는 "공무원들이 권력으로부터 맹목적인 굴종을 했던 것에 대해 반성하고, 민주주의에 걸맞는 공무원이 되자는 다짐이었다. 노동기본권을 공무원한테도 보장하자는 선언이었다"고 덧붙였다.

제갈종용 본부장은 합천군청 소속이다. 문화제 준비에 여념이 없는 7일 저녁 제갈 본부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직 '국민의 공무원'이라고 시민들에게 알리는 첫 행사"

- '6·9 창원대회' 10주년 행사를 왜 하는지?
"공무원은 지난 50년간 권력이 시키는 대로, 국민의 뜻과 관계없이 권력의 입맛대로 해왔다. 질곡의 역사였다. 10년 전 사상 처음으로 공무원들이 집회를 열었던 것이다. 당시 민주노총의 연대 속에 가능했던 것이다. '공무원도 노동자'라고 당당하게 밝히면서, 시대에 걸맞는 선언을 했던 것이다. 복종과 침묵으로 일관할 수밖에 없었던 지난날의 잘못을 끊겠다고 선언했던 것이다. 공무원노조에서 볼 때 '6·9 창원대회'를 하나의 시발점이었고 매우 중요하기에, 10년이 지나 다시 그 정신을 되새겨 보고자 하는 것이다. 오직 '국민의 공무원'이라고 시민들에게 알리는 첫 행사다."

- 공무원노조는 현재 집회를 열 수 없는데?
"집회가 아니라 문화제다. '6·9창원 전국공무원 결의대회 10주년 기념 문화제'를 여는 것이다. 노동조합이 집회 신고하고 할 수도 있으나 정부에서 불법으로 규정하고 탄압해서 문화제를 여는 것이다. 꼭 집회를 할 이유는 없다. 자연스럽게 국민과 함께 문화제를 열고자 한다."

- 대중가수들을 초청해 공연하는데, 지금까지 노동조합 행사에서 보면 파격적인 것 같다.
"노동운동은 주장을 외부에 알리는 게 하나의 목적이다. 시민들은 대중가수를 늘 그리워한다. 공무원은 국민과 함께 봉사하는 사람들이고, 공무원노조는 그런 조직이다. 공무원의 업무는 모두 국민과 연관되어 있다. 문화제를 통해 국민들에게 더 다가가자는 취지다. 그동안 여러 단위에서 논의하면서 가수들을 초청해서 공연하자고 했더니 반감은 없었다. 더 유명한 가수들을 초청하고 싶었지만 예산 문제 때문에 하지 못했다."

- 이번 행사를 준비하면서 어려움은?
"공무원노조 내부적으로 야간 이견이 있었는데, 지금은 이해를 얻었다. 공무원노조가 더 멀리 나아가자는데 모두 동의했다. 이외에 특별한 어려움은 없다. 특히 경남지역 공무원노조 동지들은 6·9창원 대회의 정신을 잊지 못하기에, 그 정신을 되새겨 보자는데 동의하고 적극 돕고 있다."

- '6·9 정신'이란?
"공무원들이 권력으로부터 맹목적인 굴종을 했던 것에 대해 반성하고, 민주주의에 걸맞는 공무원이 되자는 다짐이었다. 노동기본권을 공무원한테도 보장하자는 선언이었다. 당시 정부의 탄압도 심했지만, 선배 공무원노동자들이 용기있게 해온 것이다."

- 2011년 6월 9일 행사가 열릴 때 어떤 역할을 하고 있었는지?
"당시 합천군공무원직장협의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었다. 창원 행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당시 조직별로 조합원 숫자에 대비해 인원이 배정되었는데, 합천은 200명이 할당되었다. 막상 대회를 열려고 하니 누구는 가고 누구는 가지 않는 상황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 나왔다. 필수 근무자만 남겨두고 모두 참석하기로 했다. 320명이 모여 버스 8대에 나눠 타고 창원대회에 참석했다. 다른 시군도 마찬가지였다. 합천에서 창원으로 오는 길목마다 경찰에서 탄압을 심하게 했다. 당시 행정자치부는 합천으로 전화를 해서 참석하지 못하도록 했다. 실무자가 고통스러워했다. 그날 창원대회에 와보니 경남지역 20개 시·군지부에서 모두 동지들이 참석했다. 무어라 말할 수 없는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 아직 전국공무원노동조합에 들어오지 않고 개별 노조로 남아 있는 지역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지금은 공무원노조 경남본부에 18개 지부가 가입해 있다. 경남도청과 산청군이 아직 개별 노조로 있다. 노동자는 최대한 함께 해서, 어려움이 있더라도 같이 해나가야 한다. 노동조합은 연대가 생명이다. 큰 틀에서 봐야 한다. 개별 노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겠지만, 대동단결해야 힘을 낼 수 있다. 분열되어 할 수 있는 게 없거나 적다."

- 아직 개별 노조로 있는 두 곳과 가입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지?
"아직 특별한 논의는 없다. 그러나 사안에 따라 협의와 연대를 하고 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결국은 같이 갈 것이라 본다."

"공무원노조 없다면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 권력자는 독선으로 갔을 것"

- 공무원노동조합이 한때 양분되었는데, 교훈은?
"6·9창원대회를 기점으로 힘 있게 싸워나갔다. 권력의 하수인이 아닌 국민의 공무원이 되고자 용기 있는 투쟁을 전개했다. 당시 총파업 등 여러 투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정부의 탄압이 있었다. 공무원노조 활동과 관련해 전국에서 3500여 명이 징계를 받았고, 그 중에는 140여명이 해고되기도 했다. '법외노조'냐 '법내노조'냐를 놓고 생각 차이가 크다보니 분열이 생겼다. 좋은 교훈을 경험했던 것이다. 다시는 공무원노조가 갈라지는 일이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당시 정부의 탄압이 없었다면 분열이 없었을 것이다. 이후 통합을 이루어냈는데, 그 과정은 공무원노동역사에 상당히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것이다."

- 공무원노조가 민주노총에 가입해 있는데, 지금은 내부적으로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아닌지?
"공무원노조 탄생과 활동에 있어 민주노총 선배동지들의 연대가 많은 힘이 되었다. 그런 연대 속에 공무원노조가 성장해 왔다. 공무원노조의 민주노총 가입에 대해 일부에서는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다손 치더라도 분열되었던 공무원노조의 통합과 함께 민주노총 가입을 이루어 낸 이상 그것을 지켜나가야 한다. 침묵하는 많은 조합원들이 민주노총 가입을 이루어냈던 것인데, 조합원들이 위대하고 존경스러웠다."

- 지금도 공무원노조는 법외 아닌가?
"이명박정부는 불법노조로 규정하고 있다. 설립신고 문제다. 정부가 여러 가지 정치적 판단을 해서 설립신고를 받아주지 않았던 것이다. 공무원노조가 설립 신고하는 데는 아무런 하자가 없는데도 말이다. 소송 진행 중에 있다."

- 공무원노조 해고자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는데?
"해고자들은 9년이나 지났다. 한국 사회는 반목과 갈등을 청산하고 통합으로 가야 한다. 해직 공무원들이 무슨 큰 죄를 지었단 말인가. 국회에 계류 중인 특별법이 빨리 처리되어 해직공무원들이 일터로 돌아오도록 해야 할 것이다. 9월 정기국회에서 해결되도록 모든 역량을 모을 것이다. 전교조 해직교사들도 10년 안에 해결되어 복권되었다. 시대가 발전해 가는데, 해고 공무원들을 복직시키는 게 건강한 한국사회를 위해서 바람직하다. 해직 공무원들이 시간이 더 흐르면 적응하기도 힘들어 진다. 지금도 많이 늦었다."

- 공직사회에서 노동조합이 생기고 난 뒤 달라진 게 많을 것 같은데?
"엄청나게 많다. 특히 공무원직장협의회가 생기고 난 뒤부터 그랬다. 가령 도·시·군청과 협의를 해서 당직 문제를 해결했다. 이전에는 적은 인원에 당직을 서다 보니 밤새도록 일을 하고도 당직을 서는 경우가 있었다. 이전에는 늘 비상근무였다. 50년 넘게 무보수로 동원되다시피 했던 것이다. 그래서 협의를 거쳐 재택근무로 돌리기도 했고, 대체휴일로 바꾸기도 했다. 그리고 공직사회의 수직적 문화를 수평적으로 바꾼 것은 공무원직장협의회와 공무원노조 때문이다. 상사의 불합리한 지시가 없어지거나 줄어들었다.  10년 사이 엄청난 변화가 왔다. 공직사회에서 부정부패도 많이 줄었다. 노조가 있다보니 서로 조심한다. 지금은 교섭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불합리한 부분이 있으면 기관장 면담 등을 통해 개선하고 있다. 공무원노조에서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모두 합리적이라고 보면 된다. 공무원노조가 제대로 해야 공직사회가 건강해지고, 대한민국이 건강해 진다. 공무원노조가 없다면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권력자는 독선으로 갔을 것이다."

- 일부 조합원들은 공무원노조가 해준 게 무엇이냐는 말을 하기도 한다는데?
"하나만 이야기 하겠다. 정년 평준화다. 공무원직장협의회 때부터 정년 평준화를 '7대 과제'로 끌고 나왔다. 이전에는 연차별로 나뉘어져 있었다. 5급 사무관 이상은 정년이 60세였고, 6급 이하는 57세였다. 공무원노조가 줄기차게 정년 평준화를 요구했다. 정부도 심각성을 알고 받아 안은 지 3년 정도 지났다. 지금은 전부 정년이 60세로 된 것이다. 조합원들에게 가장 큰 수혜가 돌아간 것인데, 공무원노조가 조합원들을 위해 해준 게 없다고 하면 말이 안된다."

- 공무원노조의 사회적 역할이라면?
"노동조합은 결코 이기적인 집단이 아니다. 늘 소외된 계층과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한 저명인사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대한민국 사회가 바람직하게 가려면, 정치인은 정치만 하고 경찰과 군인, 노동자들이 사회에 관심도 없이 각자 자기 일만 한다면 아마도 교도소 수감자는 늘어나 부족할 것이고 역사는 퇴보할 것'이라고 했다. 각자 자기 일을 열심히 하면서 사회에 관심을 갖고, 서로 연대할 때 힘이 생기고 그 사회는 건강해 지는 것이다. 공무원노조도 사회적 연대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 부분적으로 모자라기도 하지만, 밝은 미래를 열어나가는데 공무원노조가 해야 할 역할은 당연히 해야 한다. 국민의 공무원노동조합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공무원노조 경남본부#제갈종용 본부장#6.9창원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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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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