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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진 바람에 실려 돌아가는 친구여
고개를 들어 차마 바라볼 수가 없어
빈 가슴 떨리는 팔론 차마 안을 수 없어
갈라진 입술 허물어진 육신이여
누구더냐 너를 이토록 만든 자
부릅뜬 눈 한입의 아우성으로 일어나
잃어버린 자유를 찾아서 떠나간 그대
통일 그날로 다시 살아올 그대여"
- <한입의 아우성으로> 조성만 열사 추모곡

 지난 5월 19일 7시, 명동성당 가톨릭회관 7층에서 조성만 열사 23주기 추도미사가 열렸다.
 지난 5월 19일 7시, 명동성당 가톨릭회관 7층에서 조성만 열사 23주기 추도미사가 열렸다.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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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북(오마이뉴스 출판 브랜드)>에서 펴낸 요셉 조성만 평전 <사랑 때문이다> 출판 기념회가 19일 오후 7시 서울 명동성당 가톨릭회관 7층 대강당에서 열렸다.

<사랑 때문이다>는 지난 1988년 5월 15일, 명동성당 교육관 옥상에서 할복 투신한 요셉 조성만 열사의 생을 담은 평전이다. 조성만 열사는 투신 직전 한반도 통일과 미군 철수, 군사정권의 퇴진과 서울올림픽 남북 공동 개최 등의 주장을 유서에 담았다. <트랙터 순례자들의 노래>로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한 르포작가 송기역씨가 평전의 집필을 맡아 조성만 열사와 명동성당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1980년대 젊은이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재현했다.   

조성만 열사 추모사업 모임인 '성만사랑'과 <오마이북>의 공동주최로 열린 이날 출판기념회는 추모 미사와 출판기념회, 작은 음악회와 다과회, 조성만 열사 부친과 송기역 작가의 사인회 순서로 진행됐다. 조성만 열사의 부친인 조찬배씨는 "책을 읽었다, 접었다 하며 서너 시간 동안 울었다"며 "성만이를 잊지 않아준 여러분들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모친인 김복성씨는 "마음이 너무 아플 것 같아서 아직 책을 펴 보지도 못했다"고 고백했다. 

"성만이 아버지가 책을 읽어봤냐고 물어봤어요. 저는 책을 읽으면 마음이 너무 아플 것 같아서 조금 더 있다가 읽겠다고 했지요. 살아보니까 자식 일은 부모가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것이더라구요. 성만이 책을 내고 싶어도 그게 잘 안됩디다. 부모도 못한 일을 선배 후배들이 안 잊고 해준 것이 너무 고맙고 감사합니다."

송기역 작가는 "작가라는 직업은 아픔을 대신 겪고 치유하는 무당으로 비견되기도 하는데 이 책을 쓰면서 그런 무당의 역할을 자임하지 않을 수 없는 위치였던 것 같다"며 "개인적으로 이 책은 팔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당시의 청년들과 조성만형에게 빚을 갚는다는 마음으로 썼던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오후 7시부터 서울 명동성당 가톨릭회관 7층 대강당에서 열린 요셉 조성만 평전 <사랑 때문이다> 출판기념회에서 조성만 열사의 부친인 조찬배씨가 책을 구매한 독자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지난 19일 오후 7시부터 서울 명동성당 가톨릭회관 7층 대강당에서 열린 요셉 조성만 평전 <사랑 때문이다> 출판기념회에서 조성만 열사의 부친인 조찬배씨가 책을 구매한 독자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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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에는 조성만 열사의 유족들 이외에도 '성만사랑' 회원들과 독자 100여 명이 함께 했다.

추모미사를 집전한 상지종 베르나르도 신부는 "해마다 추모미사를 봉헌할 때마다 조성만 열사가 다시 살아나 우리를 연결하는 것을 느낀다"며 "조성만 열사와 한 시대를 살았던 사람으로서 그를 생각하면 자기를 추스릴 수 있고 세상이 필요로 하는 일에 투신할 수 있는 힘이 되어주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열사의 가까운 지인으로 평전에도 등장한 박민정씨는 "23년 만에 조성만 열사를 다룬 책이 출간되어 기쁘다"며 "이런 책이 계기가 되어 요즘 대학생들도 통일 문제나 다른 사회 문제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20대 독자인 김진씨는 "책을 보고 조성만 열사가 내 또래 나이에 생을 마쳤음을 알았다"며 "같은 대학생이고 나이도 비슷한데 우리는 열사처럼 진지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해보게 됐다"고 말했다.

☞ [클릭] <사랑 때문이다>는 어떤 책인가


#조성만#사랑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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