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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이도 진리마을에서 주민들과 함께
우이도 진리마을에서 주민들과 함께 ⓒ 홍성권

세상을 살다보면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위험한 일이든 별별 희한한 일들을 경험하게 된다. 그런데 나에게 하루에 한 번도 아니고 몇 번의 사건 사고가 연속으로 일어나 천당과 지옥을 번갈아 경험하는 일이 지난 5월 7일 토요일에 발생하였다. 그것도 육지가 아니라 바다에서 아침과 한밤중에 생사를 넘나드는 일을 당했으니 지금도 정신이 아찔하다.

필자의 필명은 '이섬'이다. <한국의 섬>이라는 책을 쓰고 있는 작가이다. 전남 완도군 노화도라는 섬에서 태어났고, 올해로 섬 사랑에 빠진 지 21년이 되었다. 어린 시절 노 젓고 돛 달고 다닌 경험을 살려서 직접 배를 타고 전국의 섬을 두 번씩이나 일주했다.

섬이 겪어온 고유한 문화와 역사적 상황, 주민들의 생활에 대한 관심은 학문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고도 남는다. 그런데 섬은 바다로 둘러싸인 특수한 환경 속에서 방치되어온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는 필자는 직접 배를 타고 섬을 순회 답사하여 섬의 역사, 교통, 환경, 문화, 민속, 애환 등을 포함하여 조선시대 이중환의 <택리지>처럼 11권 분량의 섬 종합인문서 <한국의 섬>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던 중에 이번에 큰 사고를 당하였다.

 하의도 옆 개도 섬 답사를 마치고 등대호로 귀환하는 일행
하의도 옆 개도 섬 답사를 마치고 등대호로 귀환하는 일행 ⓒ 이재언

지난 5월 4일 전남 신안군 섬들을 답사하던 중 4일째 되는 7일 토요일, 수치도에서 이 지역 사정을 잘 모르고 배를 선착장에 정박했다. 그런데 썰물 때 물이 선착장에 넘치는 바람에 배가 선착장 끄트머리에 걸려서 전복될 뻔했는데 극적으로 배를 구해냈다.

전날 밤에 선착장 방파제 끄트머리에 배를 정박시켰는데 그 부분이 낮아 만조 때 물에 잠겼고, 물이 빠지면서 배 옆 부분이 방파제에 닿아 매롱매롱 달려 있다가 바다 속으로 점점 기울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배는 45도 이상 기울어져 있었다. 몇 분 늦게 갔어도 전복되었을 것이다. 단 10분의 차이가 큰 손실을 막은 것이다. 그러나 배에서 가장 중요한 신형 GPS와 카메라와 기타 여러 가지 물건들이 그만 바닷물에 잠기고 말았다. 그때 홍성권 작가와 김준 교수가 아니었으면 100% 배가 전복되어 침수하는 일이 일어났을 것이다.

 동소우이도 섬사랑학교에서 교장 오제신 신정희, 필자
동소우이도 섬사랑학교에서 교장 오제신 신정희, 필자 ⓒ 김준

오전 11시경 목포 해경 P96정에 예인되어 안좌도 읍동항에서 엔진 수리를 하는 순간에 홍 작가와 김 교수는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목포로 향했다. 기관 수리를 마치고 목포 앞 장도에 가서 여천 선박해체 회사 조명수 사장님(2007년 11월에 무안 복길항에서 침수된 배도 무상으로 수리해주신 고마운 분이다)이 기증해주신 구형 GPS를 가지고 혼자서 오후 5시에 출항했다. 그런데 목포에서 여수까지 야간 항해 중 또 사고가 발생하고 말았다.

처음 출발 시에는 안개가 별로 끼지 않았는데 진도 울둘목 쪽으로 오면서 자욱한 안개를 만났다. 바다에서는 파도보다 안개가 더 무서운데, 순간 두려움이 몰려왔다. 그런데 GPS가 오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항해하다가 결국 바다에서 표류하고 말았다. 그래서 다시 해경 122 비상전화로 조난신고를 했다. 낮에 등대호를 예인해준 목포 p96정이 한밤중 10시경에 출동하여 1시간 정도 찾아 헤매다가 그냥 돌아가고 말았다. GPS의 오작동으로 위치를 잘못 알려주었기 때문이었다.

 안개 속에서 gpx 고장으로 완도 해경 p 75정을 따라가는 등대호
안개 속에서 gpx 고장으로 완도 해경 p 75정을 따라가는 등대호 ⓒ 완도해양경찰서

얼마 후 등대호의 위치가 완도 해경 관할 바다인 해남 상마도 근처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밤 11시경에 완도 해경 p75정(정장 박재철 경위)이 짙은 안개속에서 싸이렌을 울리며 비상등을 켜고 출동하여 밤 12시경에 찿아와 만났다. 바다에서 한밤중에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려고 달려온 p75정은 나에게 말 그대로 '구세주'였다. 다시 한번 목포 해경과 완도 해경에 감사드린다.

완도 해경 p75정을 따라서 해남 땅끝 근처 바다 안전한 곳에 정박하고 등대호를 경비정에 묶어놓고 한밤중 2시경에 식사와 커피를 대접받고 경비정에서 1박하였다. 얼마나 친절하게 대해주는지 오히려 몸 둘 바를 몰랐다. 8일 일요일 아침 9시경에 p75정을 따라서, 안개가 자욱하였지만 완도항까지 2시간 정도 따라가서 그곳에서 정박을 하였다.

오후 3시에 여수 쪽에 있는 생일도로 출발하는 섬사랑 5호 뒤를 따라서 1시간 30분 정도 항해하여 생일도에 용출리에 안전하게 배를 대놓고 생일도에서 차를 빌려 고장 난 GPS와 카메라를 들고 여수 집으로 돌아왔다. 3일 후에 GPS를 빌려가지고 가서 등대호를 안개 중에 무사히 여수로 몰고 돌아왔다. 

 고장난 등대호를 안좌도 읍동항에 견인해다 준 목포 해경 p96정
고장난 등대호를 안좌도 읍동항에 견인해다 준 목포 해경 p96정 ⓒ 김준

 gpx 고장으로 안개속에서 한 밤중에 표류하는 등대호를 구해 준 완도 해경 p 75정과 그 직원들
gpx 고장으로 안개속에서 한 밤중에 표류하는 등대호를 구해 준 완도 해경 p 75정과 그 직원들 ⓒ 완도해양경찰서


#섬표류기#해경 경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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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연구원으로 2019년까지 10년간 활동, 2021년 10월 광운대학교 해양섬정보연구소 소장, 무인항공기 드론으로 섬을 촬영중이며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재정 후원으로 전국의 유인 도서 총 447개를 세 번 순회 ‘한국의 섬’ 시리즈 13권을 집필했음, 네이버 지식백과에 이 내용이 들어있음, 지금은 '북한의 섬' 책 2권을 집필중

이 기자의 최신기사책 '북한의 섬'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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