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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6년 개교하여 올해로 95주년을 맞이하는 경북고등학교 졸업 동문들이 <경맥문학> 창간호를 발행했다. 2010년 3월 13일 경맥문인협회를 창립한 지 1년 남짓만의 일이다. 책은 500쪽을 넘는 두꺼운 부피에 수준 높은 창작품들로 가득 채워졌다.

경북고 출신 문인들이 낸 <경맥문학> 창간호 개교 95주년을 맞아 발행하였다.
▲ 경북고 출신 문인들이 낸 <경맥문학> 창간호 개교 95주년을 맞아 발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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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고 출신 중 가장 선배 문인은 백기만 시인을 들 수 있다. 양주동 등과 함께 <금성> 동인으로 활동하였던 백기만은 <尙火와 古月>을 편찬하여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이상화와 '봄은 고양이로다'의 이장희, 두 시인을 한국문학사에 영원히 새긴 것으로 유명하다. 상화와 고월이 일찍 유명을 달리하자 그 두 사람과 친구였던 백기만은 '새벽의 빛(상화의 시 모음)', '금붕어(고월의 시 모음)', 이은상의 서문, 양주동·오상순·백기만의 평전, 그리고 백기만의 부기를 엮어 <尙火와 古月>을 펴냈던 것이다. 연구자들은 그가 이 책을 만들어 세상에 내놓지 않았으면 상화와 고월에 대한 연구는 아마도 지지부진을 면하지 못하였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백기만은 대구고보(경북고교의 전신) 3학년에 재학 중이던 1919년 3월, 대구 지역 만세운동의 주요 인물로 활동하다가 일제에 체포되어 옥고를 치른 후 1945년까지 줄곧 독립운동에 매진했다. 그는 1956년 '대구 시민의 노래'를 작시하기도 하지만, 진보주의자였던 관계로 1961년 군사혁명 이후 '사회적으로 침몰(<경맥문학> 65쪽의 표현)'하고 만다. 그의 무덤은 대구광역시 동구 신암선열공원에 모셔져 있다.

백기만 묘소 독립운동가이자 시인이었던 백기만 선생은 대구시 동구 신암동의 '신암선열공원'의 묘역에 모셔져 있다.
▲ 백기만 묘소 독립운동가이자 시인이었던 백기만 선생은 대구시 동구 신암동의 '신암선열공원'의 묘역에 모셔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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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만(경북고 2회) 직후의 경북고 출신 문인으로는 정치인으로 더 알려진 시인 이효상(4회), 항일투사 이시영의 외아들이자 원화여고 설립자인 아동문학가 이응창(7회), 목단강 인근의 백기만 농장에도 자주 들렀다는 북방파 시인 이설주(11회) 등이 있다. <경맥문학> 창간호는 백기만, 이효상, 이설주 세 시인의 작품 15편을 '선배 경맥문인작품선집'으로 묶어 소개하고 있다.

<경맥문학> 창간호는 권두시 '커튼콜'(김원길, 41회), 창간사 '창간을 기다리며'(김유조, 42회)로 시작되어 송춘근 모교의 현 교장, 정종명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김범일(50회) 대구시장, 김문수(51회) 경기도지사의 축사, 유종하(36회) 총동창회장의 축사, 계성문학회 이수남 회장과 대구여성문인협회 김정강 회장의 우정축사로 시작된다.

그 뒤로는 창간 특별 기획이 이어진다. 특별기획은 구석본 대구문인협회 회장의 '우리 시대의 문학', 죽순문학회 하오명(36회) 회장의 '경맥문화여 영원하라', 건국대 김유조(42회) 전 부총장의 '근현대 문학의 생성과 발전', 한국해양문학가협회 황을문(44회) 전 회장의 '한국해양문학의 오늘과 내일', 대한의사협회 박희두(46회) 회장의 '의학과 문학의 공통점', 경맥문인협회 김성태(54회) 사무국장의 '경맥문학의 원류를 찾아서'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바로 뒤에 실려 있는 '중남미 시인' 구광렬(46회)의 시와 에세이도 뜻깊게 읽을 만하다.

<경맥문학> 발간 보고회 경북고 출신 문인들의 모임인 경맥문인협회는 5월 6일 오후 7시에 대구 시내 한 음식점에서 <경맥문학> 창간호 발간 보고회를 열었다.
▲ <경맥문학> 발간 보고회 경북고 출신 문인들의 모임인 경맥문인협회는 5월 6일 오후 7시에 대구 시내 한 음식점에서 <경맥문학> 창간호 발간 보고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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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경맥문학>에는 손장락(28회) 외 21명 동문의 시, 이규직(36회) 외 17명 동문의 수필, 박양근(51회) 외 2명 동문의 문학평론, 김범선(44회) 외 4명 동문의 소설만이 아니라 재학생 4명의 글도 게재되어 있다. 또 김상훈(36회) 시조시인 등 부산에 거주하는 경북고 출신 문인들을 탐방한 김광수(45회) 소설가의 '부산의 경맥 문학인들'과 김응곤(37회) 외 12명 동문의 서예, 그림, 사진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창간호의 제자는 황갑용(37회) 서예가, 표지화는 공성환(55회) 서양화가의 작품이다.

창간호에 실려 있는 작품 중에서 <경맥문학>과 같은 책이 왜 이 세상에 태어나야 하는지를 잘 형상화하고 있는 듯 여겨지는 시 한 편을 감상해본다. 황성길(47회) 시인의 절창이다.

무지개

빨강 하나로
무지개가 되지 않는다

빨주노초파남보만으로도
무지개가 되지 않는다

무지개가 되려면
하늘과 산
비와 바람이 있어야 하고

무지개를 바라보는 새와 꽃
그리고 눈물 가진
우리가 있어야 한다

경북고 47회 이후 졸업 문인들이 2010년에 낸 <돌탑반세기> 재학 시절 '돌탑'이라는 문학회 활동을 했던 47회 이후 졸업생들이 2010년 11월 30일 펴낸 394쪽의 <돌탑 반세기>
▲ 경북고 47회 이후 졸업 문인들이 2010년에 낸 <돌탑반세기> 재학 시절 '돌탑'이라는 문학회 활동을 했던 47회 이후 졸업생들이 2010년 11월 30일 펴낸 394쪽의 <돌탑 반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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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맥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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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한인애국단><의열단><대한광복회><딸아, 울지 마라><백령도> 등과 역사기행서 <전국 임진왜란 유적 답사여행 총서(전 10권)>, <대구 독립운동유적 100곳 답사여행(2019 대구시 선정 '올해의 책')>, <삼국사기로 떠나는 경주여행>,<김유신과 떠나는 삼국여행> 등을 저술했고, 대구시 교육위원, 중고교 교사와 대학강사로 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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