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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자료사진)
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자료사진) ⓒ 남소연

"분당구민은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고달픈 국민의 손을 잡아 드리겠다는 민주당을 선택했다. 1987년 학생들은 화염병을 내려놓고 비폭력으로 저항했고, 넥타이 부대는 그들의 손을 잡아주었다. 결국 6월 항쟁은 승리했다. 중산층과 서민의 동맹이 복원돼야 2012년도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때다."

4월 27일 오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손학규 캠프 사무실엔 웃음이 묻어났다. 출근 투표가 의외로 높게 나왔기 때문이다. 짓궂은 날씨에도 기꺼이 한 표를 행사한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이인영(47) 민주당 최고위원은 "넥타이 부대"라고 말했다. 넥타이 부대가 작심하고 MB에 반기를 든 것이라는 해석이다. 분당 중산층도 MB에 레드카드를 든 것이라고 전략기획 관계자도 거들었다.

오후 들어 노인층의 급격한 투표율 증가가 접수된 뒤에는 일순간 얼어붙었다. 흙빛이 된 캠프 관계자들은 퇴근 투표가 당락을 가른다면서 기자들의 손을 잡고 부탁했다. 투표율에 따라 죽고 살고 명운이 결정된다는 게다.

이변은 발생했다. 퇴근투표가 수직상승했다. 손학규 캠프에는 오후 7시 들어 분당구 여러 투표소에서 투표에 참가하려는 행렬이 줄을 서 있다는 상황 보고도 접수됐다. 이 최고위원은 "그것 보라"고 했다. 그는 넥타이 부대의 행동하는 양심을 믿는 눈치였다.

<오마이뉴스>는 2일 오후 민주당 영등포당사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민주당 연대연합특위 위원장을 맡아 4·27 재보선 야권연대 후보단일화 협상을 지휘했고 성남 분당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선 손학규 캠프 수장을 맡아 총감독했다.

이번 결과는 민주당에게 만족을 넘는 수준이다. 다만 국민참여당과 유시민 대표 문제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상처 난 데 두드리고 소금 뿌리는 것은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다만 협상기간 내내 유 대표와 설전을 편 건 "화딱지가 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선거를 거울삼아 야권이 해야 할 것은 "통합"이라고 강조한 이 최고위원은 남아공 '아프리카 민족회의' 예를 들면서 우리도 못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정파등록제와 30% 전략공천 등으로 얼마든지 하나가 될 수 있다고 피력했다. 이 최고위원은 4·27 재보선 이후 언론과 제대로 인터뷰하기는 처음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한편 3일 오후 민주노동당은 한- EU FTA 국회 강행처리에 반발해 국회 로텐더홀 농성에 돌입했다. 이와 관련한 추가 인터뷰에서 이 최고위원은 무엇보다 민주당의 잘못을 지적했다. 한나라당과 성급하게 합의한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찬찬히 검증해 가면서 대책을 세우고 어떤 문제점이 나타날 수 있는 확인했어야 했다"며 "너무 빨리 또 너무 쉽게 한나라당과 합의한 것은 잘못"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인터뷰 전문.  

"졌을 때 쫀쫀해 보이면 안 된다"

- 4·27 재보궐선거가 끝난 지 6일이 지났다. 이번 선거를 평가한다면.
"4:0으로 이겼다면 아마 한나라당이 지금보다 훨씬 더 괴멸적 상황에 처했을지 모른다. 한동안 회복되기 어려울 정도로, 중앙당이 통째로 날아간 듯한 충격에 빠졌을 텐데, 김해에서 놓친 게 굉장히 아깝다."

- 김해는 왜 졌다고 생각하나.
"솔직히 말하자면 승리를 너무 낙관했던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너무 느슨해졌고. 투표율이 말해 준다고 본다. 김해는 굉장히 젊은 도시다. 투표율이 3~4%만 높았어도 이봉수 후보는 당선됐을 거다."

- 국민참여당이 이번 선거를 지나치게 낙관해서 졌다는 얘기인가.
"패배보다 더 지독한 잘못은 남 탓이다. 텐션(긴장)의 문제 아닐까. 김태호 후보는 끝까지 긴장했을 게다. 선거기법으로도 몇 가지 살펴볼 수 있다. 현지인이 선거운동 하는 것과 외지인이 선거운동 하는 것은 다르다. 외지인이 하더라도 조용히 스며들어 하는 것과 막 드러내놓고 하는 것은 또 다르다. 분당과 대비된다. 분당도 외지인들이 많았지만 연고자를 찾아 스며들었다. 김해는 외지인들의 활동이 많이 노출됐던 게 아닌가 싶다."

- 단일화 협상과정에서 유시민 대표와 날 선 공방을 했다. 감표 요인이 되지 않았을까.
"유시민 대표와 날 선 공방을 벌인 것은 판을 키우는 목적이 있었다. 김해를 주목하도록 판을 키운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유시민 대 김태호 구도가 됐지만. 선거는 후보가 중심이 돼야 하는데 그렇게 치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이봉수 후보를 자꾸 부각시켰어야 했는데 못했다. 참고로 나는 유 대표와 참여당에게 이번 책임을 추궁할 마음이 전혀 없다."

- 민주당이 돕지 않아 패배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
"김해에 선거지원 차 내려간 일이 있다. 그때 민주당 도의원, 시의원 등 핵심 당직자들에게 부탁했었다. 우리가 마음 쓰라린 것은 사실이지만 경쟁에서 졌을 때 쫀쫀해 보이면 안 된다고 말했다. 어떻게 해서든 이기게 만들라고 당부했다. 그런데 내가 이 얘길 계속해야 하나.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려 있을 때 자꾸 두드리고 소금 뿌리는 것 하고 싶지 않다."

"다 이겼다면 정말 적나라하게 평가할 수 있었는데..."

 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자료사진)
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자료사진) ⓒ 남소연
- 이번 선거결과를 놓고 판단할 때 야권연대가 이겼다고 평가할 수 있나.
"야권연대의 효력은 분명히 있었다. 물론 지방선거 때보다는 약했다. 그나마 연대했기 때문에 이 정도로 이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만일 분열돼 있었다면 더 심하게 졌을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한나라당은 대비를 시작할 것이다. 그러면 야권의 승률 구조는 굉장히 불안정해진다. 더 높은 결속으로 가지 않으면 이기기 어렵다. 통합으로 가야 한다."

- 연대연합 협상과정에서 잡음도 많았다. 그런데 통합할 수 있겠나.
"국민이 짜증 날 정도였으니 막상 협상 당사자들은 어땠겠나.(웃음) 지금까지 협상도 어려웠지만 앞으로는 더 어려울 것이다. 4곳도 이렇게 어려운데 30~40곳 혹은 그 이상을 어떻게 다 할 수 있겠나. 일관된 기준도 없었다. 4곳이 모두 달랐다. 모두 다른 기준을 적용한다면 그조차도 볼썽사나울 뿐 아니라 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하나의 당 속에서 해결해야 한다. 통합으로 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 개표결과가 나오자마자 트위터에는 책임공방이 일었다. 누가 이번 패배의 책임을 질 것인가 하는 문제였는데, 이 위원장께서는 어떻게 보시나.
"야권이 다 이겼거나 다 졌다면 적나라한 평가가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어렵다. 패배한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누구의 탓으로 돌리면서 분열의 골을 더 깊게 파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김해에서도 이기고 분당에서도 이겼다면 서로가 반성적 평가를 하면서 최선의 비전과 대안을 만들기 위해 뭔가 해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어렵다. 정서적 문제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순천도 사실은 전혀 다른 방향에서 평가해야 할 지점이 있다. 그러나 서로 아픈 마음에 도움되지 않는다면 지금 얘기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 유시민 대표 책임론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
"유시민 대표를 죽여서야 되겠나. 그는 여전히 야권의 유력한 대권주자다. 진심으로 더 단단해지고 성숙해지셔서 돌아오리라고 판단한다. 나는 야권의 유력주자들이 잘 커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건 여론조사 경선은 후보단일화의 베스트는 아니라는 게다. 오차가 심각하고, 반드시 역선택이 작용한다. 참여경선이 동원-돈경선으로 마치 '악의 뿌리'처럼 돼 버렸는데 그건 아니다. 솔직히 여론조사 100% 받고 당에 돌아와 엄청 깨졌다. 민주당의 순천 양보에 대해 누가 하라고 했느냐고? 나도 화딱지가 났다."

- 앞으로 통합논의는 어떻게 하는 게 좋겠나. 핵심은 마음의 연대 아니겠나.
"연대연합이 합심협력이 아니라 경쟁이 돼 버렸다. 정파의 이해, 정당의 이해관계가 굉장히 강력했다. 결국 애가 찢어질 것 같으니까 친엄마가 아이의 손을 놓는 꼴이 됐다. 너와 내가 경쟁자가 아니라 우린 하나다 이래야 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적자생존이 아니라 상생공존이어야 하는 데 말이다. 네가 이겨도 내가 행복하고 또 내가 더 경쟁력 있으면 너 대신 내가 하고 이래야 하는데, 너는 너, 나는 나 이랬다. 한나라당을 이기기 위해 불가피하게 힘을 합칠 수밖에 없어 이걸로는 앞으로 어렵다고 본다."

- 왜 어렵다고 보나.
"국민의 마음이 움직일까? 저놈들이 선거에서 질 것 같으니까 힘을 합치는구나, 이게 보이면 감동 안 한다. 국민은 진짜 하나가 되기 바란다. 이번에 적극 투표에 참여한 3040세대 넥타이 부대를 보라. 나는 30~40대 유권자들의 표심을 신나게 풀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마 그들은 세상을 정말 바꿔버릴 것이다. 지역주의 같은 것도 압도해 버릴 거라고 본다."

"남아공 사민당 ANC처럼 우리도 그렇게"

- 통합을 하기에는 묵은 감정이 많은 것 같다.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자신의 블로그에 민주당이 노 대통령의 정신을 당당히 계승하겠다고 했다면 참여당이 생겼겠느냐 구차할 정도의 굴욕감을 줬다고 비판했다. 어떻게 보나.
"참여정부시절을 기억하면서 역으로 얘기하는 사람들도 민주당 안에 있다. 서로 그런 게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뛰쳐나가 따로 하는 게 맞나. 부부싸움 해도 각방 쓰면 화해의 여지가 생기지만 집을 나가버리면 이혼의 위험성이 커지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 소수파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정파등록제를 들었다. 어떻게 하자는 건가.
"남아공의 사회민주주의 정당 아프리카 민족회의(African National Congress, ANC)를 생각해볼 수 있다. 다수 흑인국민들의 권리를 위해 만들어졌지만 백인을 대표하는 국민당과 연합정권을 만든다. 1999년 총선에서 승리했고 2004년엔 더욱 지지도가 올랐다. 이런 형식을 우리도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독일의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당내로 적용해 정파명부식 비례대표 시스템도 가능하다고 본다. 후보나 지도부 선출, 정파에도 투표권을 주는 것이다. 그러면 소수정당에게도 의석이나 지도부 참여가 보장될 수 있다. 현격한 차이가 나면 30% 전략공천제로 보완하면 된다."

- 민주당 내부에 반발은 없겠나.
"혼자서 못 이긴다고 할 때 연합은 불가피하다고들 생각할 것이다. 힘을 합쳐 이기자는 문제의식으로 가면 반발은 별로 없을 것 같다. 단지 배분이 아니라 민주적 절차와 정당한 경선이 보장되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 어차피 민주당도 신인 발굴이나 영입 몫으로 허용해놨던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중산층과 서민의 동맹이 중요한 까닭

 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
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 ⓒ 남소연
- 분당 선거에서 손학규 대표가 '행복한 중산층이 많은 나라' 슬로건을 든 순간 민주당은 이제 중도주의로 가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민주당의 좌클릭은 어떻게 되나.
"삶의 현장으로 내려가면 중산층을 무너뜨린 요인이 서민이 겪는 문제와 다르지 않다. 중소기업가나 자영업자들이 스스로를 중산층이라고 생각할 텐데, 이분들이 현재와 같은 대기업과 대형마트 위주에서 자신의 활로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할까. 대기업 위주 적자생존 시장경제 시스템을 복지로 해결하지 않고 달리 뭐 방법이 있나? 모두가 범진보의 영역이다. 손학규 대표가 지난번 전당대회 때 '삼합론(민주진보개혁의 三合)'을 폈는데 내가 말하는 '생활의 진보'와 일치했다."

- 생활의 진보는 뭔가.
"이념적 진보가 아니라 생활의 진보이슈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한국 진보정당도 온건 사민주의지 급진 사민주의는 없다. 민주당이 중도 자유주의에서 진보 자유주의, 더 나가 사회적 자유주의로 이동하면 진보정당은 어떻게 할 것인가. '3무1반'을 넘어 비정규직과 주거복지에 대한 사회적 대안을 내고 말 그대로 정책과 노선에서 사회적 자유주의를 완성하면 그땐 진보정당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 결국 신자유주의 문제 아니겠나.
"맞다. 지금 강조하고 싶은 건 '눈앞의 정치'다. 금융의 과도한 지배, 노동유연성, 공기업 민영화, 부자감세, 규제완화, 작은 정부, FTA 등등. 참여정부 때는 이 문제들이 굉장히 헷갈렸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민주당은 이 부분을 비판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현상적으로는 진보정당들과 마찬가지로 다 반대하게 됐다. FTA 때문에 통합 못 한다? 그건 아닐 것이다. 한미FTA는 나도 이 당(민주당) 안에서 반대한 사람이다. 자유무역을 공정무역으로 하자는 것이지 무역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닐 것이다."

- 지금이 통합의 적기라고 보는 건가.
"조금 더 지나면 민주당도 많이 바뀔 것이다. 그땐, 진보경쟁이 일어날 것이다. 2012년 이후에도 민주당이 그대로? 지금이야 맛탱이 간 민주당과 같이 못 한다, 이럴 수 있지만 그때가 되면 그렇게 말하지 못할 것이다."

- 진보경쟁은 어떤 차원의 경쟁을 말하는 건가.
"일자리, 보육, 교육, 노후, 주거 등등 고달픈 삶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진보적 해법이 필요한 상황 아닌가. 그럼 수권 가능한 진보가 누구냐 국민들은 그걸 볼 것이다. 20년 뒤에 가능한 수권 진보? 국민이 그걸 원할까? 국민은 절대로 민주당 재끼고 진보정당부터 우선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함께 하지 못하고 버티면 결국 국민에게 외면받는다. 여기에 분열적 요소까지 비춰지면 국민은 우리를 용서치 않을 것이다."

- 성남 분당 선거를 총지휘했다. 대한민국 대표 중산층 도시에서 생활의 진보는 구현 가능한 것이었나.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고달픈 국민의 손을 잡아 드리겠다는 콘셉트는 민주당의 뉴 버전이었다. 한나라당은 조직과 권력을 동원해 색깔을 퍼부었다. 결국 국민은 민주당의 뉴 버전을 택했다. 87년 6월이 떠오른다. 우리는 86년, 87년을 지나면서 화염병과 돌, 쇠파이프를 내려놓고 비폭력으로 갔다. 넥타이 부대가 그때 학생들의 손을 잡아주었다. 국민의 마음이 움직였고 6월 항쟁은 승리했다. 중산층과 서민의 동맹이 복원돼야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때라고 생각한다."

- 민주노동당은 3일 오후 한-EU FTA 국회 비준과 관련해 로텐더홀 농성을 시작했다. 야권연대는 선거 때만 유효한 것이냐 탄식이 쏟아진다. 어떻게 보나.
"민주당이 왜 그렇게 성급하게 한나라당과 합의했는지 모르겠다. 너무 성급했다. 찬찬히 검증해가면서 대책을 세우고 어떤 문제점이 나타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했는데 너무 빨리, 또 너무 쉽게 한나라당과 합의하고 결론을 내린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민주당이 한나라당과 합의한 것은 잘못됐다고 판단한다."


#이인영#민주당#중산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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