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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동대표 선거, 후보가 누군지는 알고 합시다" 기사를 통해 인천 효성동에 있는 한 아파트의 동 대표 선거에 관해 보도했다.

당시 인천 효성동 현대 3차 아파트에서 치러진 동 대표 선거에 대해서는, 후보자에 관하여 사전에 충분히 알려주지 않아 불만이 크다는 주민들의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다. 

그렇다면 후보자에 관한 충분한 공지 없이 이뤄진, 동 대표 선거의 결과는 어떠했을까?

투표는 각각의 후보들에 대해 찬성과 반대를 표시하는 방식이었고, 후보마다 주민 과반의 찬성표를 얻어야 동대표로 선출되는 것이었다. 4월 7일, 동 대표 선거에 나온 후보들은 주민 과반의 찬성표를 얻지 못했고, 동 대표로 선출되지 못했다. 후보자에 관한 공지 없이 이뤄지는 선거에 불만을 갖고 있던 주민들이 '반대표'를 던짐으로써 자신들의 의사를 표시한 것이었다.

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는 동 대표 당선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해 매우 당혹스러워하면서도, 즉시 동 대표 후보자 지원 공고를 냈다. 선관위는 후보자 지원이 마감된 후, '후보자에 관한 충분한 공지가 없다'는 주민들의 불만을 해결하고자, 후보자들의 신상정보를 각 동 아파트 게시판에 게시했다.

선거일, 선거 방식 등 동 대표 재선거에 관한 제반 사항도 게시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이상한 점이 발견되었다. '무기명 비밀 투표'를 투표의 원칙으로 한다면서, '방문투표'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각 세대를 방문하여 투표를 진행하면서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무기명 비밀 투표'를 진행한다는 것인지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4월 18일, 동 대표 재선거가 시작되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통장들이 각 세대를 방문하여 주민들의 투표를 받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투표가 이뤄지는 동안 '과연 방문투표를 하면서 무기명 비밀 투표가 이뤄질 수 있을까'에 대한 우려도 현실화되었다. 주민들의 투표를 받는 통장들이 각 세대를 방문할 때마다, '후보자들에게 찬성표를 던지지 않으면, 또 다시 동 대표 재선거를 치러야 하므로 되도록 찬성표 던져줬으면 한다'고 말하며, 찬성표를 거의 강요하다시피 한 것이다.

함인숙(48)씨는 "재선거 공고에 '무기명 비밀투표'라고 하면서 '방문투표' 방식으로 진행한다고 할 때부터 이상했다"며 "아무리 시간과 돈이 들어도 제대로 재선거를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또한 함인숙씨는 "후보자에 대해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해줄 것을 요청했는데, 후보자 신상정보 하나 달랑 알려주고… 민주주의 선거의 기본 원칙을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5월 1일부터 새로운 동 대표의 임기가 시작되는데, 이번 재선거에서 동 대표 문제를 확정짓지 못하면 계획된 일정에 차질이 생기게 되고, 재선거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며 이러한 재선거 방식의 불가피함을 강조했다.

물론, '계획된 일정'은 지켜지는 것이 좋고, '선거 비용'도 들지 않는다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계획된 일정'에 차질이 생기고, '선거 비용'이 들더라도,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하고, 지켜져야만 하는 기본 원칙은 훼손되지 않아야 하는 것 아닐까? 가장 중요한 것이 하찮은 부분이나 덜 중요한 부분 때문에 훼손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동대표#재선거#투표#기본원칙#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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