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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에게 벌독을 주사하는 '봉독' 시술을 하면서 알레르기 반응검사는 물론 부작용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아 환자에게 치명적인 쇼크로 상해를 입힌 혐의(업무상과실치상)로 기소된 한의사에게 대법원이 최종 무죄를 선고했다.

한의사 S(41)씨는 서울의 모 한방병원에서 진료부장으로 근무하던 중 2008년 12월 목디스크 환자로 내원한 H(41, 여)씨의 목 부위에 봉침(벌독 주사) 시술을 하게 됐다.

당시 S씨는 봉독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검사를 전혀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부작용에 대해서도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H씨의 목 부위에 1분 간격으로 희석한 봉독 약액 0.1㏄를 4차례 주입했다.

시술 10분 후 H씨는 구토, 발진, 협심증을 일으키는 등 아나필락시 쇼크(과민성 쇼크)가 발생했고, 이후 대학병원에서 3년 이상 벌독에 대한 면역치료가 필요한 진단을 받았다.

봉침은 벌독을 환자에게 주사하는 것으로 소량으로도 환자에게 치명적인 부작용을 발생시킬 수 있는 아나필락시 쇼크는 혈압이 떨어지고 전신무력감, 안면 창백, 피부발진, 오심, 구토, 복통, 빈맥, 오한, 실신 등의 증상이 있고,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1심 업무상과실치상 유죄 인정해 벌금 700만원

이로 인해 한의사 S씨는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됐고, 1심인 서울동부지법 김귀옥 판사는 지난해 2월 S씨에게 유죄를 인정해 벌금 700만 원을 선고했다.

김귀옥 판사는 "피해자가 피고인으로부터 봉침 시술을 받기 전 다른 한방병원에서 봉침 시술을 받았는데 당시에는 아무런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은 점, 피해자는 피고인이 시술한 봉침 때문에 아나필락시쇼크가 발생해 향후 야외 활동을 상당기간 할 수 없고 벌에 쏘이면 즉사할 수 있으며, 벌독 알레르기가 생겨 앞으로 3년 이상 벌독에 대한 지속적 면역치료가 필요한 점 등에 의하면 피고인은 봉침 시술시 한의사로서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업무상 과실이 인정된다"고 유죄 이유를 밝혔다.

항소심과 대법원 무죄로 판단

그러나 항소심인 서울동부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여상원 부장판사)는 지난해 7월 유죄를 인정한 1심 판결을 깨고, 한의사 S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먼저 "비록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봉침 시술의 부작용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알레르기 반응검사를 제대로 실시하지 않은 채 피해자의 환부인 목부위에 봉침을 시술한 잘못은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다른 한편으로 피고인이 봉침을 시술하기 전에 알레르기 반응검사를 실시했다면 피해자에게 발생한 아나필락시 쇼크를 예견할 수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알레르기 반응검사를 하지 않은 잘못으로 아나필락시 쇼크가 발생했다고 보기도 어렵고, 더군다나 피해자가 3년간의 지속적인 면역치료를 요하는 상태에 이른 것은 피해자의 체질로 보일 뿐 피고인의 봉침 시술로 발생한 상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그렇다면, 피고인의 업무상 과실로 인해 피해자에게 아나필락시 쇼크가 발생하고 이후 벌독에 대한 면역치료를 받아야 되는 상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어 무죄를 선고해야 할 것인데도, 원심은 사실을 오인하고 법리를 오해해 유죄로 인정한 잘못을 범했다"고 덧붙였다.

사건은 검사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2부(주심 전수안 대법관)는 봉침 시술을 하면서 알레르기 반응검사를 하지 않아 환자에게 쇼크를 일으킨 혐의(업무상과실치상)로 기소된 한의사 S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아나필락시 쇼크는 봉침 시술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과민반응으로서 10만 명당 2~3명의 빈도로 발생하는데, 봉독액 용량과 반응관계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도 많고 알레르기 반응검사에서 이상반응이 없더라도 이후 봉침시술 과정에서 쇼크가 발생할 수도 있는 등 사전에 예측하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사정이 이와 같다면, 과거 알레르기 반응검사에서 이상반응이 없었고 피고인이 시술하기 12일 전의 봉침시술에서도 이상반응이 없었던 피해자를 상대로 다시 피고인이 알레르기 반응검사를 실시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설령 그런 의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4회에 걸쳐 투여한 봉독액의 양이 알레르기 반응검사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양과 비슷한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봉침시술 과정에서 알레르기 반응검사를 제대로 시행하지 않은 채 봉독액을 과다하게 투여한 경우라고 볼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아나필락시 쇼크는 항원인 봉독액 투여량과 관계없이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투여량에 따라 발생하는 경우에도 쇼크 증상은 누적투여량이 일정 한계를 초과하는 순간 나타나게 되는데, 알레르기 반응검사 자체에 의해 한계를 초과하게 되거나 알레르기 반응검사까지의 누적량이 한계를 초과하지 않더라도 그 이후 봉침시술로 한계를 초과해 쇼크가 발생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알레르기 반응검사를 하지 않은 점과 피해자의 아나필락시 쇼크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같은 취지에서 원심이, 피고인의 업무상 과실로 인해 피해자에게 아나필락시 쇼크가 발생하고 벌독에 대한 면역치료를 받아야 되는 상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한의사의 봉침시술상 업무상 과실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피해자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봉침 시술을 받아왔었고, 봉침 시술로 인해 아나필락시 쇼크 및 면역치료가 필요한 상태에 이르는 발생빈도가 낮은 점 등에 비춰 피고인이 봉침 시술에 앞서 피해자에게 설명의무를 다했더라도 피해자가 반드시 봉침 시술을 거부했을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의 설명의무위반과 피해자의 상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봉침#벌독 주사#업무상과실치상#한의사#아나필락시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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