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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곡마을 고성군 죽왕면 오봉리에 집성촌으로 구성이 된 왕곡마을
왕곡마을고성군 죽왕면 오봉리에 집성촌으로 구성이 된 왕곡마을 ⓒ 하주성

속초에서 7번 국도를 이용해 강원도 고성군 간성읍을 향해 가다 보면, 우측에 '왕곡마을'이라는 안내판이 보인다. 고성군 죽왕면 송지호 뒤편에 위치한 왕곡마을은 오봉1리의 옛 명칭이다. 14세기경 강릉 함씨, 강릉 최씨가 용궁 김씨와 함께 집성촌을 형성하고 있는 마을이다.

왕곡마을은 고려 말 두문동 72인 중의 한 분인 함부열(咸傅烈)이 조선왕조 건국에 반대하여 간성에 은거한데서 연유되었다. 그 후 임진왜란으로 폐허가 된 후 150여 년에 걸쳐 형성된 마을이다. 왕곡리에는 함씨, 최씨, 진씨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이밖에 이씨, 박씨, 김씨, 한씨, 윤씨 등이 살고 있다. 현대문화의 범람에도 변하지 않은 옛 모습 그대로의 전통을 보존하고 있는 왕곡마을을 둘러보았다.

굴뚝 왕곡마을의 굴뚝은 담장에 붙여서 조성한다. 바람이 강해 버팀이 없는 굴뚝은 넘어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굴뚝왕곡마을의 굴뚝은 담장에 붙여서 조성한다. 바람이 강해 버팀이 없는 굴뚝은 넘어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 하주성

굴뚝 연도를 길게 빼 담장에 붙인 굴뚝
굴뚝연도를 길게 빼 담장에 붙인 굴뚝 ⓒ 하주성

19세기에 조성된 왕곡마을

지난 10일(일), 왕곡마을을 찾았다. 날씨가 좋아 답사에 제격이다. 왕곡마을에는 19세기를 전후해 지어진 북방식 전통한옥 21채가 있다. 전국적으로 유일하게 옛 모습을 지켜오는 밀집된 전통한옥마을이다. 이 마을은 마을을 둘러쌓고 있는 5개의 봉우리로 인해, 6.25 한국동란 때에도 한 번도 폭격을 당하지 않았다.

왕곡마을의 가옥구조는 안방과 사랑방, 마루와 부엌을 20~30평 규모로 한 건물 내에 수용하고 있다. 이 마을에는 유난히 기와집들이 많다. 이 집들은 모두 강원도 북부지방에서만 볼 수 있는 양통집이다. 또한 부엌의 앞에 외양간을 덧붙여, 겨울이 긴 추운지방의 기온을 버틸 수 있도록 꾸며진 집들이다. 왕곡마을은 동해안의 수려한 자연을 가까이 하고 있으며, 주변을 산이 둘러쳐진 병풍 안에 자리한 마을이기도 하다.

굴뚝 굴뚝 위에 올린 항아리의 용도는 무엇이었을까?
굴뚝굴뚝 위에 올린 항아리의 용도는 무엇이었을까? ⓒ 하주성

항아리 많은 곳은 굴뚝 위에 세 개의 항아리를 올려놓았다
항아리많은 곳은 굴뚝 위에 세 개의 항아리를 올려놓았다 ⓒ 하주성

담장 위에 올린 항아리 무엇이지?

이렇게 왕곡마을에 기와집이 많은 이유는, 인접하고 있는 구성리에 기와를 굽는 곳이 있어서라고 한다. 그런데 왕곡마을을 돌다가 보면 두 가지 이상한 것이 있다. 첫째는 담장에 낸 굴뚝이다. 마을의 집집마다 굴뚝이 서 있는데, 그 굴뚝을 담장에 붙여서 조성을 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굴뚝 위에 올려놓은 항아리들이다. 왜 이렇게 항아리를 담장에 붙여 조성한 굴뚝 위에 올려놓은 것일까? 고성군의 설명으로는 특별한 이유없이 예부터 전해오는 풍습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마을에는 우물이 없는데 그런 이유도 마을의 형성된 모습이 배처럼 생겨, 우물을 파면 마을이 망한다는 전설 때문이라고 한다.

즉 우물을 파는 것은 배에 바닥에 구멍을 내는 격이라 배가 침몰하듯, 마을에 안 좋은 일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렇게 전해지는 이야기를 들으면, 왜 굴뚝 위에 항아리를 올린 것인지 그 이유를 알만하다.

굴뚝 왕곡마을의 굴뚝은 기와를 이용해 단단하게 올린다
굴뚝왕곡마을의 굴뚝은 기와를 이용해 단단하게 올린다 ⓒ 하주성

굴뚝 왕곡마을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굴뚝의 모습이 이채롭다
굴뚝왕곡마을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굴뚝의 모습이 이채롭다 ⓒ 하주성

항아리의 용도는 물을 가두어 두는 것

마을에 우물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물이 귀하다는 뜻이다. 물론 동네를 가로질러 흐르는 작은 내가 있지만, 여름철에는 그 물만 갖고는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되는 물의 양을 대기에는 부족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굴뚝 위에 올린 항아리는 빗물을 모으기 위한 것이었을 수가 있다.

하필이면 왜 굴뚝 위에 올렸을까? 왕곡마을의 굴뚝은 담장에 붙여서 조성하기 때문에 굴뚝 위가 상당히 넓은 편이다. 2~4월에 부는 바람이 워낙 강해 지탱할 것이 없는 굴뚝은 넘어가기 일쑤다. 그렇기에 기와와 돌을 이용해 조성한 담장에 굴뚝을 놓고, 그 위에 빗물받이 항아리를 올려놓은 것은 아니었을까?

또 한 가지는 화재를 예방하기 위한 주술적 사고일수도 있다. 즉 우물이 없는 왕곡마을에서 만일 불이라도 난다면, 불을 끌 수 있는 물이 부족할 것이다. 굴뚝은 불을 때서 연기가 나가는 곳이기 때문에, 그 위에 물을 얹어 사전에 화재의 예방을 한 것은 아니었을까?

봄날 찾아간 고성 왕곡마을. 마을에 돌면서 만난 항아리를 올린 굴뚝을 보는 것이 흥미롭다. 그 이유야 어떻든 좋은 소재 하나를 발견했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왕곡마을#고성#중요민속문화재#굴뚝 #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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