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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은 법관에게 성직자에 가까운 인품과 덕목을 갖출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법관에 어울리는 고도의 인품과 자질은 하루아침에 배양되는 것이 아닌 만큼 법복을 벗을 때까지 수도자의 자세로 하루하루 끊임없이 정진해야 한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1일 대법원 청사 1층 대강당에서 열린 군법무관 출신 등 신임법관 62명에 대한 임명식에서 "청렴성과 공정성은 법관이 갖추어야 할 덕목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 대법원장은 "법관이 청렴성과 공정성을 잃는다면, 법관의 존재 기반을 상실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청렴성과 공정성을 잃은 법관이 한 재판이 국민의 신뢰를 받기는 만무하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최근 친형과 측근을 법정관리 기업의 관리인으로 선임한 사실이 알려져 물의를 빚은 선재성 광주지법 전 수석부장판사 문제를 의식한 듯 "청렴성과 공정성을 잃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됨은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 조그마한 의심이라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외관이나 상황을 만들어서도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 "금전적인 부정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법관은 어떤 일이나 행동을 하든지 그것이 법관으로서 합당한 것인지를 계속 되물어 봐야 하고, 극소수 법관의 부적절한 처신으로 인해 사법부 전체가 비난받을 수도 있다는 점을 각별히 유념하길 바란다"고 처신에 유의할 것을 각인시켰다.

특히 이 대법원장은 이날 신임법관들에게 법관의 자세를 거듭 강조했다. 먼저 "법관은 재판을 통해 정의를 추구하고 법이 무엇인지를 선언하는 자리"라며 "지난날 법률이 정의를 말하기보다는 소수의 권력 유지의 도구로 이용되는 경우를 많이 봐 왔는데, 법관이 이처럼 법이 정의에서 괴리될 수 있는 현상에 그대로 눈감고 재판을 해서는 제 직분을 다했다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모름지기 법관은 법이 말하고자 하는 본연의 모습이 무엇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성찰할 필요가 있고, 그래야만 법관이 정의가 살아 숨 쉬는 재판을 할 수 있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는 사법 본연의 사명을 다할 수 있다"며 "여러분은 불굴의 용기와 고도의 직업적 양심을 잃지 말고 사법의 사명을 이루는 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또 "법관은 불의와 부정에 타협하지 않는 도덕적 용기와 결단력을 배양해야 하고, 아울러 억울하고 약한 사람의 고통과 아픔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하고 열린 마음을 항상 품어야 하며, 사회 현실과 끊임없이 교감하면서 인간과 사회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부분을 세밀히 살피면서도 전체를 종합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균형감각을 키울 필요도 있다"며 "법관이 이러한 덕목을 쉼 없이 갈고닦아 나갈 때, 그 품성이 저절로 스며든, 품위 있고 질 좋은 재판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법관직은 한없이 어깨가 무겁고도 어려운 자리이나, 그렇다고 법관직을 고통스럽고 버거운 짐으로만 생각해서는 법관의 직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며 "재판 자체를 기꺼이 즐기고 그 속에서 보람과 희열을 느낄 줄 아는 사람만이 훌륭한 법관이 될 수 있고, 좋은 재판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법원장은 신임법관들에게 큰 기대감도 표시했다. 그는 "우리나라 최고의 인재들이라고 자부하는 여러분이 다 함께 힘을 보탠다면, 우리는 어떠한 난관도 극복하고,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를 만드는 사법의 목표를 반드시 이룰 수 있다"며 "젊은 여러분의 모습에서 우리 사법의 밝은 미래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 경험이 부족한 연소한 법관으로부터 재판을 받는다고 불안해하는 국민들의 걱정이 기우였음을 증명해 보이기 바란다"며 "얼마나 좋은 재판을 하느냐는 나이의 많고 적음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노력과 인품의 함양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여러분의 노력이 거대한 물결을 이뤄 사법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가는 데 큰 원동력이 될 것임을 굳게 믿는다"고 무한 신뢰를 보냈다.

이와 함께 국민의 사법 신뢰 방안에 대해서도 역설했다. 이 대법원장은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임명되기는 했으나 거의 모든 법관들은 국민의 신임을 확인하는 절차(선출)를 거친 일이 없기 때문에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확보하는 것만이 사법부가 제 기능을 하면서 존립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며 "국민의 전폭적인 신뢰 없이는 사법부의 존재 기반이 송두리째 무너져 내릴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 국민이 사법부에 진정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깊이 헤아려 그 눈높이에 맞는, 투명하고 정의로운 재판을 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신임 법관 62명 임명식... 부부 판사 7쌍 탄생

대법원은 이날 군법무관과 공익법무관에서 전역한 62명(사법연수원 37기)을 신임 법관으로 임명했다.

이로써 올해 각급 법원에 배치된 신임판사는 지난 2월 사법연수원 수료 후 임용된 81명(연수원 40기)과 작년 12월 임용돼 지난 2월 배치된 법조경력자 출신 15명을 합쳐 총 158명으로 늘었다.

한편, 이날 임관한 신임 법관 가운데 부부 판사가 7쌍이나 탄생해 눈길을 끌었다. 김종헌 수원지법 안양지원 판사의 처는 서울중앙지법에서 근무하고 있는 최은경 판사, 신동헌 제주지법 판사의 처는 인천지법에서 근무하고 있는 반효림 판사, 이동진 대구지법 판사의 처는 대구지법 서부지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연주 판사, 이창민 서울중앙지법 판사의 처는 전주지법 군산지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장원지 판사다.

또 먼저 임관한 아내가 근무하고 있는 법원에 배치돼 부부가 함께 근무하게 된 판사도 3쌍이나 됐다. 신임 유제민 판사는 아내 이혜민 판사가 근무하고 있는 서울중앙지법에, 이대로 판사도 아내 이연진 판사가 근무하고 있는 광주지법 순천지원에, 조동은 판사도 아내 박가현 판사가 근무하고 있는 대전지법에 각각 배치됐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이용훈#대법원장#신임법관#부부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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