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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UN)이 정한 '세계 물의 날'인 3월 22일을 맞이할 때마다 물과 하천을 주제로 10년 동한 활동해 왔던 환경운동가로서 매번 불안하고 불편하다.  '물의 날'을 맞아 우리의 물 현황을 심하게 왜곡하는 홍보들과 해프닝들 때문이다.

22일 이명박 대통령은 "한국인 1인당 평균 소비하는 물의 양이 유럽보다 많다고 하는데, 아마 물 값이 싸서 그런 것 같다(관련기사)"고 말했다. 언론들은 일제히 이를 받아 적었고, 이를  '대통령이 국민의 물 낭비 행태를 비판하며 상수도 요금 인상 필요성을 밝힌 것'이라 해석했다.

과연 한국 국민들의 물 사용량이 많을까? 환경부가 만든 환경교육포털사이트 눈높이환경교실 초등학생방에 게시된 국가별 1인당 물 사용량 비교다. 한국은 1인당 409ℓ를 쓰는 것으로 나와, 독일 222ℓ, 프랑스 298ℓ, 일본 393ℓ보다 많다. "선진국보다 40%나 많은 과소비 상태"라고 지적하고 있다.

 환경부가 제공하는 눈높이 환경교실
환경부가 제공하는 눈높이 환경교실 ⓒ 환경부

하지만 환경부가 만들었다는 이 표에는 근거가 나와 있지 않다. 환경부가 매년 발행하는 상수도 통계만 살펴보더라도, 2009년 기준으로 국민 1인당 하루 급수량은 332ℓ에 불과하다. 시도별 1인당 수돗물 사용량 현황이라고 발표는 하지만  급수량 332ℓ는 정부가 보낸 물의 양이라는 뜻이지, 시민이 사용하는 양이 아니다. 중간에 새 나가고 시민들에게까지 도달한 양은 274ℓ이고, 그중에서도 가정에 도달하는 물은 176ℓ일 뿐이다. (아래 표 참고)

1997년 즈음 상수관거가 노후하고, 계측망 등이 엉망이었던 시절 395ℓ까지 달한 적은 있지만, 그때도 시민들이 사용했던 양이 지금보다 크게 많았던 것은 아니다. 

수도요금 차이, 가격 체계 차이서 오는 '착시'

 2009년 상수도 통계
2009년 상수도 통계 ⓒ 환경부

2년 전, 강원도 태백시의 제한급수와 수송급수가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 그때도 물부족의 주 원인은 태백시의 45%에 달하는 누수율 때문이었고, 광동댐 공사 관계로 저수위를 낮춰 놓은 수자원공사의 관리 실패에도 책임이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새는 농촌지역의 상수관거를 방치해 놓고, 국민의 물 낭비를 질책하다니. 다른 한편으로는 도시지역의 수돗물 공급(정수) 시설을 과잉으로 건설하고, 52%에 불과한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 사실상 물 소비를 촉진하는 정책(공업용수 가격(298/1㎥)을 생활용수 가격(394/1㎥)에 비해 낮게 유지하고, 중수 공급시설 등에 대한 투자를 외면하는 등)을 유지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왜 거론하지 않나?

우리나라 수돗물 가격이 싸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아래 환경부 블로그에 게시된 표에서 확인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수도요금은 0.63달러/톤으로 세계 평균(0.70달러)과 비슷하고, OECD 수준(1.39)보다는 낮은 정도다.

하지만 지표수를 상수원으로 이용할 수 있는 한국의 기후와 지형을 감안하고, 기반시설과 하천관리 비용을 세금에서 충당하는 특성을 생각하면, 싸다고 할 수 없다. 무엇보다 상수원 관리를 위해 수도요금과 별도로 톤 당 170원씩 납부하는 물이용부담금까지 계산하면, 수돗물 가격은 OECD 평균에 육박하게 된다.

또 수도사업이 민영화되어 있고, 상수원보호와 하천관리를 위한 예산까지도 수도요금에 들어있는 유럽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곤란하다. 또 운하로 이용되거나 오염되어 있는 대하천을 피해 지하수를 상수원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 유럽에서는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 비용까지 포함하고 있다. 결국 도표에 나타난 유럽과 한국의 수도요금 차이는 수돗물 가격 체계 차이에서 오는 착시현상일 뿐이라는 뜻이다.

IWA 회장이 왜 이 대통령을 찾아갔을까

 환경부 블로그(http://blog.daum.net/ilovetapwater/7860679)에 게시된 OECD와 GWI(Global Water Intelligency)의 2007년 자료
환경부 블로그(http://blog.daum.net/ilovetapwater/7860679)에 게시된 OECD와 GWI(Global Water Intelligency)의 2007년 자료 ⓒ 환경부

더구나 이 대통령은 위 발언을 글렌 다이거 국제물협회(IWA, International Water Association) 회장과 폴 라이터 국제물협회 사무총장 등을 청와대에서 면담하면서 했다. 청와대 브리핑 자료에 따르면 이들은 청계천과 4대강 사업을 극찬하며 이 대통령에게 명예회원상을 수여했고, 이 대통령은 내년 9월 부산에서 열리는 '2012 IWA 세계 물 총회(World Water Congress)'의 성공적 개최를 지원하고 직접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화답했다. 여기에 비서실은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학술지 가운데 하나인 <Water21> 잡지에 대한민국의 4대강 사업에 대해서 소개돼 있는 것을 가지고 와서 참석자들에게 주었다"고 덧붙여, 꽤나 화기애애했던 자리였음을 강조했다.   

IWA에는 국가들도 회원으로 참가하지만, 이미 관련 기업들이 주인 행세하고 영업하는 기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잡지라고 청와대가 소개한 <Water21> 역시 수(水)처리 기술과 기업홍보의 지면이고, 4대강 사업 관련 글을 기고했다는 사람은 환경부 소속의 윤승준 원장이다.

 IWA의 홈페이지. 오른쪽엔 세계적인 물기업들인 ITT, Suez, VEOLIA WATER 등의 광고가 올라 있다.
IWA의 홈페이지. 오른쪽엔 세계적인 물기업들인 ITT, Suez, VEOLIA WATER 등의 광고가 올라 있다. ⓒ 화면캡쳐

부산에서 23일 발족한다는 2012 IWA 세계물회의 조직위원회 역시 대한환경공학회, 대한상하수도학회 등과 함께 두산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포스코건설, 코오롱건설, 한국수자원공사 등이 처음부터 스폰서로 나설 예정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심포지엄에서는 '국제 물 산업 동향'을 주제로, 글렌 다이거 회장이 '10대 국제 물 산업 동향'을, 헬무트 크로와스 교수가 '하폐수와 에너지, 지역적 지구적 관점'을, 조병옥 환경부 상하수도정책관이 '국내 물 산업 동향'을 발표할 계획이다.

결국 IWA 회장이 왜 대통령을 찾아 4대강 사업에 대해 입이 마르도록 찬사를 했는지 이해가 간다. 또 "우리 국민들이 수도요금이 싸 물을 낭비한다"고 한 주장이 무엇을 염두에 둔 것인지도 짐작이 간다.

이러한 상황들은 4대강 사업으로 막대한 빚을 진 수자원공사의 이익을 위해 수도요금을 인상하고, 결국은 수도사업의 민영화로 이어 가겠다는 의중이 아닐까?


#이명박#물값#상수도요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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