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반장선거 MBC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의 한 장면.
반장선거MBC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의 한 장면. ⓒ MBC

오빠는 6학년, 동생은 2학년. 자그마한 시골 초등학교에 다닌다. 동생은 샘이 많다. 오빠가 하는 것이면 뭐든지 따라한다. 그래서 동생의 별명은 '따라쟁이'다. 서너 살 무렵에는 오빠처럼 서서 오줌을 눈다며 바지를 다 버려놓곤 했다. 그런 아이가 이번에 또 사고를 쳤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학교에서는 학생회장 선거가 있었다. 6학년인 오빠가 전교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했다. 공약을 준비하고 출마의 변을 쓰고 선거 포스터를 만드는 등 한바탕 북새통이 일었다. 그런데 예전 같으면 벌써 자기도 포스터 한 장쯤은 만들었을 동생이 조용하다. 3학년부터 전교학생회장 선거에 투표권이 있기 때문에 관심 없단다.

그런데 다음 날 학교에서 돌아온 동생의 행동이 이상했다. 오빠가 만들어놓은 선거 포스터며 공약 등을 유심히 살피는 것이다. 갑자기 학생 수가 줄어드는 바람에 올해부터는 2학년도 전교학생회장 선거에 투표권이 생겼단다. "그럼, 니만 오빠 찍으면 되지. 뭐 할라꼬 오빠 꺼는 살피노?" 하는 오빠의 핀잔에, "우리 반 아이들한테도 오빠야 찍으라고 할라카모 내가 뭘 좀 알아야 된다 아이가?" 하며 맞받아친다.

동생은 그날부터 오빠의 열렬한 선거운동원이 되어 2학년들을 끌어들였다. 같은 학년 조무래기들을 6학년 복도까지 데리고 가서 자기 오빠 선거 포스터를 보여주며, "우리 오빠 꼭 찍어야 한데이!" 하며 열성을 부렸다. 그 덕인지는 몰라도 오빠는 전교학생회장에 당선되었는데, 반전은 이때부터 시작된다.

전교생이 모인 자리에서 오빠가 출마의 변과 당선 소감을 밝히는 것을 유심히 지켜보던 동생. 2학년 담임선생님이 "자, 우리도 조금 이따가 반장선거 할 거예요" 하는 말을 듣고는 부리나케 자기 교실로 돌아가 자기도 출마의 변과 당선 소감(아직 당선되지도 않았는데!)을 작성했다.

출마의 변 : 저를 우리 반 회장으로 뽑아주신다면 우리 오빠가 말한 공약을 열심히  돕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당선 소감 : 저를 뽑아주신 친구들에게 고맙고 우리 오빠를 열심히 돕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마도 오빠 따라하는 동생들의 '종결자'가 아닐까? 자기가 반장이 되면 학급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하는데, 이 '따라쟁이 종결자'는 오빠가 내놓은 공약의 실천을 자신의 공약으로 다시 제시했다. 전교학생회장 선거운동을 너무 열심히 한 탓일까? 완전히 헷갈렸던 동생.

하지만 더 황당한 것은 선생님이 2학년들에게는 출마의 변과 당선 소감을 밝힐 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급하게 준비해서 기다리고 있었다는데, 그냥 투표만 했단다. 그래도 반장에 당선되었다며 마냥 싱글벙글인 동생.

"너를 오빠 따라쟁이 종결자로 명하노라!"

덧붙이는 글 | 다음블로그 http://blog.daum.net/anti21에도 올립니다.



#따라쟁이#종결자#반장선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소비자 차원에서만 머물지 않고 직접 언론에 참여하고자 소비자 차원에서만 머물지 않고 직접 언론에 참여하고자 소비자 차원에서만 머물지 않고 직접 언론에 참여하고자 소비자 차원에서만 머물지 않고 직접 언론에 참여하고자 소비자 차원에서만 머물지 않고 직접 언론에 참여하고자 소비자 차원에서만 머물지 않고 직접 언론에 참여하고자소비자 차원에서만 머물지 않고 직접 언론에 참여하고자

이 기자의 최신기사삼성 노동자들의 무임승차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