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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1일 금요일 오후 4시경, 거대한 쓰나미(津波)가 일본 동북부 해안 지역을 쓸었다. 사상자 수는 무려 약 1만8천 명, 엄청난 숫자였다. 영화 <해운대>의 쓰나미가 스크린이 아닌 일본 열대를 순식간에 덮친 자연의 대역습이었다.

가장 큰 피해지역인 미야기현, 이와대현의 실태는 참담 그 자체였다. 당일 오사카에서 짧은 현기증을 느끼게 했던 여진이 9.0도에 이르는 대지진이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한 충격이었다.

갑작스러운 자연 재해는 통곡하는 소리마저 삼켜버린 것일까. 지난 일주일간의 언론 보도를 통해 위기와 슬픔에 대처하는 일본인들의 모습은 오히려 침묵에 가까웠다. 원망하며 부르짖을 대상이 없기 때문일까, 자신의 울음소리로 인해 함께 피난해있는 자들이 더 큰 슬픔으로 동요하는 것을 우려한 까닭인 것인가, 피해자들은 그저 가슴을 움켜잡으며 소리 없이 울었다.

살아남은 자들은 계속되는 여진과 원자력 발전소의 방사선 유출로 두려워하고 있다. 세간의 소란과 언론의 앞다투는 보도에는 일본 경제 위기에 대한 염려로 더욱 불안감이 고조되었다. 현실의 문제를 인식하는 것만으로 숨을 죄어오는 것 같은 상황이었다.

그러한 가운데에도 일본 정부는 헬기를 이용하여 고립된 지역에 갇혀있는 피해자들을 구출하고 있다. 그리고 대피명령이 떨어진 발전소에는 180여 명의 인력을 투입시켜 냉각 작업을 진행시키게 했다.

대지진 발생 후 약 10일, 생각보다는 빠르게 일본 정부와 복구 관계자들이 침착하게 대처하는 모습에 안정이 잡혀지는 것 같다.

피난 지역에서는 통신과 교통이 두절되어 안부를 확인할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가 이어졌다. 무료 공중전화, 직접 발로 뛰어 안부를 전해주는 방송 리포터들의 모습을 담은 방송프로그램들도 눈에 띄었다. 무엇보다 피난 장소에 공급된 소량의 식량에도 '이것뿐이라서 죄송합니다', '이것뿐이라도 너무 감사합니다' 등의 인사를 나누는 모습은 따뜻한 격려의 분위기를 만들었다. 

삽시간에 몰살되어버린 피해지역의 모습은 일본의 소설 <상실의 시대>를 떠올리게 했다. 소설 속에 목적을 잃고 방황하는 청년들의 심리적 상실 상태와 쓰나미가 휩쓸면서 길이 끊기고 인적이 끊겨 삭막해진 마을의 풍경과 오버랩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눈에 보이는 '상실'에 불과하다. 계속해서 대두되었던 일본의 청년 실업문제, 고령노인들의 독신사 등의 무연사회(無縁社会) 등 비가식적으로 상실의 시대에 있다.

이번 재해를 통해 위기와 슬픔에 대처하는 일본인들의 모습들이 오히려 일본 사회에 따뜻한 인간관계의 회복으로까지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또한 하루 빨리 피해지역과 피난민, 피해자들의 상황이 호전되고 복구가 진행할 수 있도록 간절히 기도한다. 간바레, 니뽄!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김신애 기자는 오사카에서 유학 중입니다. 이 기사는 <뉴스파워>에도 올린 기사입니다.



#일본 대지진#쓰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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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일본오사카에서 산지 6년이 되었습니다. 유학, 아르바이트, 직장생활, 20대후반이 되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많습니다. 열심히 달려온 것 같은데, 아직은 아무것도 이루어진것이 없는 모습인것같아 좌절감도 듭니다. 그래도 다시 일어서야지 하는 마음으로, 오랜만에 오마이뉴스에 들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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