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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있겠다'던 한상률 전 청장이 2년 만에 귀국한 이유

 

 안원구 전 서울지방국세청 국장의 부인 홍혜경씨.
안원구 전 서울지방국세청 국장의 부인 홍혜경씨. ⓒ 권우성

- 안원구 전 국장은 잘 지내고 있나?

"잘 지낼 리 만무하지만, 건강은 잘 유지하고 있다."

 

- 한상률 전 청장의 귀국에 신경이 많이 쓰여겠다.

"신경을 썼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신경 쓸 일도 아니고. 안 전 국장은 처음부터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질지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다."

 

- 어떤 이유로 그렇게 예견하고 있었나? 

"한상률 전 청장이 지난 2009년 12월엔가 미국에서 기자회견을 한 적이 있다. 그때 5년 연구계획으로 왔다고 얘기했다. 그런데 2년 만에 돌아왔다. 2년 만에 연구를 완성한 것인지…. 그동안 부인은 수술했고, 한 전 청장은 여러 건 고발당했다. 고발건 때문에 검찰에서 귀국을 종용했다. 하지만 그는 귀국하지 않았다. 부인이 수술하는 일이나 고발로 인해 검찰조사를 받아야 하는 일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 있으니까 이제 돌아왔을 것 아닌가?"

 

- 안 전 국장은 한 전 청장의 귀국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언제 귀국하는지 유심히 보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그의 귀국은 시간문제라고 봤다. 안 전 국장은 올 상반기를 넘기지 않고 그가 돌아올 것이라는 생각은 한 것 같다."

 

- 한 전 청장이 왜 지금 시점에 귀국했다고 생각하나?

"아직 권력의 힘이 살아 있을 때 자신의 의혹과 관련 면죄부를 받으려는 목적으로 이 시점을 택하지 않았겠는가?"

 

- 정권에 부담을 주는 '한상률 의혹'을 털기 위한 '기획 입국설'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

 

- 부인 수술이나 고발로 인한 검찰조사보다 더 중요한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더 중요한 일'은 의혹을 털고 가는 것, 즉 면죄부를 받는 것 아니겠는가?"

 

- 한 전 청장 본인의 면죄부는 결국 정권의 면죄부와 연결돼 있는 것 아닌가?

"모든 일이 개연성을 갖고 이루어지는 것 아니겠나?"

 

- 안 전 국장과 한 전 청장은 국세청 안에서 어떤 관계였나?

"같은 부서에서 일을 해본 적이 없다. 조직의 선배와 후배, 상사와 부하의 관계였다."

 

- 검찰은 이미 지난 2009년 11월 안 전 국장을 압수수색할 때 한상률 의혹과 관련된 자료를 다 가져가지 않았나?

"화랑 회계자료부터 컴퓨터에 들어 있는 자료, 수첩 등 다 가져갔다. 그런데 압수수색을 당하고 있을 때 기자 한 명이 현장에 왔다. 그걸 두고 저하고 압수수색 나온 검사가 다퉜다. 서로 상대 쪽에서 기자를 불렀다고. 나중에 확인해보니 국세청 출입기자였다. 어떻게 압수수색 시간을 알았는지…."

 

- 왜 검찰은 당시 한상률 의혹과 관련된 자료를 확보하고도 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나?

"그 이유를 검찰에 묻고 싶다. 수사대상이 아닌 자료는 들여다보지 않나? (기자가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자) 왜 우리 자료는 안 들여다봤을까? 2009년 11월 2일 압수수색하고 같은 달 18일 0시 반에 안 전 국장을 체포했다. 압수수색한 이후에 소환하겠다는 통보도 없었다. 그동안 우리 자료들을 보고 체포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 검찰이 한상률 의혹이 기록돼 있는 일명 '안원구 문건'을 들여다보고 체포했다?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어서 체포한다고 했는데, 오히려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서 체포한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지 않으면 자정을 넘은 시각에 그렇게 긴급 체포할 이유가 없었다. 안 전 국장이 언론과 인터뷰 한 것도 아니고, 국가기밀을 누출한 것도 아닌데…. 현직 고위공무원인데도 긴급체포한 데는 이런 배경이 있었던 것 같다. 그 자료를 가져가서 보름 동안 분석해보고 급하게 체포한 것 아닌지. 

 

안 전 국장의 주요 혐의는 미술품 강매였다. 미술품 강매와 관련된 업체는 저와 거래했던 업체다. 미술품 강매 혐의와 관련해 증거인멸을 우려했다면 저를 체포했어야 한다. 안 전 국장이 구체적인 거래 내용을 알 수 없다. 만약 증거인멸이 가능하다면 그것은 안 전 국장이 아닌 내가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나? 안 전 국장이 '집 사람이 화랑하니까 거기 가서 그림을 사라'고 했다는 게 검찰 쪽 주장인데, 그런 혐의라면 안 전 국장이 무얼 인멸할 수 있다는 것인가?"

 

"도곡동 땅 전표에 '이명박'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 한상률 의혹 등이 기록돼 있는 '안원구 문건'은 왜 작성한 것인가?

"안 전 국장이 국세청 감찰팀으로부터 노골적으로 사퇴압력을 받고 있던 2009년 5~6월에 작성하기 시작했다. '이 사람들이 조직적으로 나를 사퇴시키려고 한다'는 사실을 완전하게 확인한 다음에 쓰기 시작했다. 진실도 밝히고, 개인명예도 회복해야 하기 때문에 작성한 것이다."

 

- 무엇을 바탕으로 작성한 것인가?

"기본적으로 '사실'을 바탕으로 작성했다. 겪어서 아는 사실과 들어서 알게 된 사실이다. 들은 것은 들은 것대로, 아는 것은 아는 것대로 기록한 것이다."

 

- 문건의 내용이 신뢰할 만하다는 것인가?

"그렇다. 안 전 국장이 알고 있다는 사실은 100% 사실이라고 확신한다. 또 들은 얘기를 정리한 것도 그 얘기를 들은 것 자체는 사실이라고 확신한다. (안원구 문건의) 내용을 보면 그 안에 다 팩트(fact)가 있다. 언제 조사했고, 누가 개입했는지 구체적으로 기록돼 있다. 검찰이 확인하려고만 하면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다."

 

- 안원구 문건은 대부분 한 전 청장과 관련된 내용인데.

"다른 사람과 관련된 내용을 정리할 이유가 없었다. 이 일 자체가 한 전 청장에게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 한 전 청장이 사퇴 압력의 출발점이기 때문에?

"그렇다. 사퇴 압력보다 사실까지 왜곡하면서 그런 과정이 진행됐다는 점이 더 문제였다. 30년 가까이 소신을 가지고 공직생활을 해왔는데 그것을 몽땅 가짜로 만들어 버렸다. 한 전 청장은 국세청장이 된 직후 특별감찰팀을 만들어 청장 직속으로 운영했다. 그곳에서 많은 사람들을 내사했다고 들었다. 우리도 내사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 결과가 나중에도 감찰이 사퇴 압박을 하는 자료의 근거가 됐다고 생각한다."

 

- 안원구 문건에 도곡동 땅 실소유주와 관련된 내용도 있나?

"안 전 국장이 그와 관련된 전표를 봤다는 기록이 들어 있다. 포스코 정기세무조사 때 한 직원이 그걸 가지고 와서 '이런 게 있는데 어떻게 하냐?'고 보고한 일이 있다. 안 전 국장이 그걸 살펴봤는데 도곡동 땅 실소유주 이름이 기록된 전표였다고 한다.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 전표는 정기세무조사와 관련이 없고, 공무상 취득한 자료를 외부로 누출할 수 없어서 철저한 보안 유지를 지시했다고 한다."

 

- 그 전표에는 누구의 이름이 적혀 있었나?

"옛날에는 영수증을 다 수기로 쓴 모양이다. 한글인지 한자인지 모르겠으나 '이명박'이라는 전체 이름이 쓰여 있었다고 안 전 국장에게 들었다."

 

- 한 전 청장은 그 전표를 봤나?

"그런 모르겠다."

 

- 그렇게 민감한 정보는 윗선에 보고하는 게 기본 아닌가?

"국세청 업무라 제가 답할 내용은 아닌 것 같다. 단 포스코 정기세무조사이기 때문에 (도곡동 땅 전표는) 세무조사의 본질과 관련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안원구 문건'에 기록되어 있다."

 

- 그 전표는 현재 남아 있나?

"그건 모르겠다."

 

- 2009년 국세청 감찰팀이 그 전표와 관련된 내용을 파악하지 않았나?

"2009년 6월엔가 감찰과장이 '안 전 국장은 청와대에서 MB 뒷조사하는 사람으로 분류돼 있다'며 명예퇴직신청서를 가져왔다. 안 전 국장이 발끈하면서 '나는 도곡동 땅 전표를 덮어서 결국 MB에게 도움을 준 사람이다'고 얘기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MB 뒷조사'란 도곡동 땅 문건과 관련된 것이 아니었던 것 같다."

 

- 한 전 청장의 '유임로비 의혹'과 관련, 안 전 국장이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을 만나 인사청탁을 했다고 주장했는데.

"청탁이라고 하니 안 전 국장이 대단한 부정을 저지른 것 같은 뉘앙스인데, 안 전 국장은 한 전 청장의 부탁을 받아 간 것이다."

 

"친분관계 있던 이상득 의원 아들 통해 이 의원 만나"

 

 안원구 전 서울지방국세청 국장의 부인 홍혜경씨.
안원구 전 서울지방국세청 국장의 부인 홍혜경씨. ⓒ 권우성

- 유임 로비의 메신저로 안 전 국장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한 전 청장은 2007년 11월 국세청장이 됐다. 국세청장과 국세청 차장의 신분은 어떤 사람을 만날 수 있느냐와 관련해 엄청난 차이가 있다. 차장 신분으로 만날 수 있는 사람과 청장으로서 만날 수 있는 사람의 급이 다르다. 한 전 청장의 인맥은 지난 정부 인사들에 집중돼 있었다. 지난 정부에서 주요 보직을 거쳤기 때문이다. 한 전 청장에게는 새 정부 쪽 사람들과 닿는 연줄이 없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안 전 국장은 이상득 의원과 자주 만나 친분을 쌓은 관계가 아니었지만, 그의 아들과 오랫동안 친분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고, 권력을 잡든 안잡든 같은 지역 사람들과 오랫동안 친분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아는 사람들이 어느 날 권력을 잡게 된 경우다. 아들이 아버지(이상득)와 만날 수 있도록 약속을 잡아준 것으로 알고 있다."

 

- 그럼 아들을 통해서 이상득 의원을 만난 것인가?

"그렇게 알고 있다. 당시 (정권 인수 작업 등으로) 바빠서 약속을 잡기 어려웠을 것이다."

 

- 그 당시 이상득 의원이 어떤 반응을 보였다는 얘기는 없었나?

"물어본 적이 없어서 그건 모르겠다. 갔다 와서 바로 얘기하지는 않았지만 그 이후 이런 얘기를 했다. '내가 이상득 의원을 어렵게 만나서 한 전 청장을 칭찬해주었는데 그가 내 뒤통수를 친다'고 말했다. 그래서 제가 '당신을 홍보해도 부족할 판에 왜 한 전 청장 칭찬을 해주고 다니느냐?'고 얘기한 적이 있다."

 

- 한 전 청장이 안 전 국장에게 10억 원 중 3억 원을 만들라고 지시한 것도 사실인가?

"안 전 국장이 대구청장으로 있을 때는 주말에도 잘 안 올라왔다. 기관장이 자리를 비우면 안 좋게 보인다며 특별한 일이 없으면 올라오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때 서울에 자주 올라왔다. 한 전 청장이 만나자고 해서 왔다면서도 사무실에 안 가고 집에서 대기하다가 한 전 청장한테 전화가 오면 나가곤 했다. 내가 '무슨 점조직 접선하는 것도 아닌데 그런 식으로 만나냐, 참 이상한 사람이다'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

 

안 전 국장이 한 전 청장을 만나러 갈 때 내가 데려다 줬다. 한 전 청장을 만나고 온 어느 날 안 전 국장이 인수위 쪽에 전화를 했다. '못 가게 돼 미안하다, 명단에서 빼달라'고 했다.  그 다음 날 주호영 의원에게 전화가 왔다. '왜 명단에서 빠졌냐?'고 해서 '미안하다'고 말했던 것을 들었다."

 

안 전 국장이 '한 전 청장이 3억 원을 마련하라고 하는데, 나는 해줄 수 없다'고 했다. '매관매직은 안 된다'는 표현도 썼다. 한 전 청장이 당시 '정권 실세한테 10억 원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7억 원은 내가 만들 테니까 안 청장이 3억 원을 만들어보라'고 했다고 한다. '내가 당신을 중용해서 쓸려고 하니까 청에 남아서 나를 도와 달라'고 했다고 했다."

 

- 정권 실세가 누군지는 얘기하지 않았나?

"내가 묻지도 않았고, 안 전 국장도 얘기하지 않았다."

 

- 10억원이 만들어졌다는 얘기는 못 들었나?

"우리는 안 줬으니까 그 후 관심을 안 가졌다. 안 전 국장이 구속된 뒤 기자들한테 한 전 청장이 10억 원을 만들었다는 정황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 한 전 청장이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돈을 거뒀다는 것도 사실인가?

"3억 원을 만들어 달라고 한 게 2008년 초께다. 한 전 청장은 연임한 이후 지방청을 다니면서 강연을 많이 했다. 국세청장이 그렇게 강연하러 다닐 수 있겠는가? 안 전 국장은 '한 전 청장의 홍보본능'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돈을 걷으러 다녔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한 전 청장이 퇴임한 이후에 전현직 국세청 사람들이 안 전 국장에게 한 전 청장과 관련된 제보를 많이 가져왔다. 그 과정에서 강연 수금 내용을 알게 됐다. 수금자가 누군지 실명까지 제보받았다. 그 수금자의 승진 경로를 보면 그 얘기가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

 

- 수금자가 현재 현직인가?

"모르겠다. 안 전 국장이 문건을 작성했을 때는 현직에 있었던 것 같다."

 

- 한 전 청장이 만들려고 했던 그 10억 원은 '유임 로비'를 위한 자금으로 보이는데.

"그것은 검찰이 밝혀야 하는 부분이다."

 

한 전 청장 "세무조사에서 공 세우면 대통령에게 얘기해 명예회복"

 

- 안 전 국장은 태광실업 세무조사와도 관련이 있는데.

"안 전 국장은 (태광실업 세무조사에) 투입될 뻔하다가 투입되지 않았다. 투입될 뻔했기 때문에 (안원구 문건에 나온 것처럼) 청와대와 교감하면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어느 날 한 전 청장이 휴가 중이던 안 전 국장을 불렀다. '박연차 회장이 베트남에서 귀빈 대접을 받고 있어서 태광실업 베트남 계좌 추적 협조가 잘 안 된다'면서 '베트남 국세청장과 친분이 있는 안 국장이 도와줘야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일을 안 국장이 맡아서 해주면 내가 VIP(대통령)에게 얘기해서 명예회복시켜 주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안 전 국장은 '세원관리국장이 무슨 명분으로 조사업무에 투입되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안 전 국장은 2007년 상반기 때 국제조세관리관으로 근무했는데, 그때 베트남에 가서 베트남 국세청장과 친분을 쌓았다. 한 전 청장은 그런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 안 전 국장은 자신이 작성한 문건에서 "청와대와 교감한 상태에서 세무조사가 이루어져다"고 주장했는데.

"한 전 청장은 안 전 국장에게 직접 '대통령에게 얘기해서 명예회복시켜주겠다' '2주에 한 번씩 대통령을 독대한다'고 말했다. 그 말 때문에 '청와대와 교감한 상태에서 세무조사가 이루어졌다'고 기록한 것이다. 물론 '대통령이 시켜서 세무조사한다'는 언급은 없었다. 한 전 청장은 '이번 세무조사에서 공을 세우면 인사를 통해 명예회복시켜주겠다'며 안 전 국장의 조사 참여를 설득했다. (태광실업 세무조사 청와대 교감 의혹은) 정말 교감이 있었거나 한 전 청장이 안 전 국장에게 거짓말을 했거나 둘 중 하나다."

 

- 태광실업 세무조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과도 직결돼 있어 향후 진상조사가 불가피할 것 같은데. 

"'친이계'가 다음 대통령이 되지 않으면 진상조사가 이루어진다고 봐야 하지 않겠는가? 전직 대통령의 죽음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진상조사는 당연히 이루어져야 한다. 감춰진 진실이 있다면 밝혀져야 한다. 두 사람 이상이 알고 있는 사실은 비밀이 보장되지 않는다."

 

- 현재 검찰수사를 보면 한 전 청장의 경우 그림로비 의혹과 개인비리 의혹에 한정돼 기소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상률 의혹이) 지금 밝혀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 유임 로비 의혹, 태광실업 표적 세무조사 의혹 등은 기소대상에서 제외되는 분위기다.  

"그런 의혹을 수사하면 뭔가 밝혀질 것이 겁이 나서 그런 것 같다. 한상률 의혹을 제대로 수사하다 보면 정권 실세 등 권력과 연관된 부분이 드러날 수 있지 않을까? 그보다 앞서 한 전 청장의 심기를 건드리면 예상 밖의 반응이 나올 수 있어서 수사를 안 하는 것 아닐까? 한상률 의혹과 관련해 안 전 국장의 입만 바라보고 있는 형국이다. 안 전 국장이 알고 있는 게 한상률 의혹의 전부인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제보가 들어갔겠나?"

 

- 검찰이 한 전 청장과 그 주변 인물들의 계좌도 추적하지 않아 수사의지를 의심받고 있다. 

"계좌추적을 하면 덮기 어려워서 그런가? 우리 때는 이 잡듯이 계좌를 뒤지더니…. 계좌추적을 한다고 해도 그걸 쓰고 안 쓰고는 검찰에서 판단한다. 그런데 계좌추적 자체가 한 전 청장의 심기를 건드리는 일은 아닐까? 쓰지 않더라도 계좌추적을 하면 지탄은 적게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지탄받을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노골적으로 부실수사를 하고 있다. 한 전 청장의 심기를 건드리기 어려우니…. 검찰도 딜레마가 있을 것이다."

 

- 안 전 국장은 두 차례의 검찰 소환조사에서 어떤 내용을 진술했다고 했나?

"한 전 청장의 그림로비 의혹과 관련된 질문은 없었고, 주로 한 전 청장이 고발된 내용과 관련된 것을 물었다고 한다. 안 전 국장은 참고인 조사를 통해 검찰의 의도를 읽었다고 한다."

 

- 참고인 조사에서 검찰의 어떤 의도를 읽었다는 건가?

"안 전 국장은 조사받은 뒤 '제대로 수사하려는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한 전 청장을 수사해야지 안원구 문건을 수사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 안 전 국장 참고인 조사는 모양새 만들기? 

"여러 가지 한상률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그것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참고인 조사가 이루어질 수 있다. 하지만 참고인을 통해 그 의혹의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두 번째 소환조사는 새벽 4시 반까지 이루어졌다. 새로운 내용을 물어보는 것도 아니고 문건에 있는 내용을 확인하는 수준이었다. 그런 정도라면 한 번 조사로 충분하지 않나? 이것은 시간낭비이자 비용낭비다.  

 

사실확인은 검찰이 나서서 해야 할 부분이다. 검찰은 안 전 국장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은 것이 있는지 찾아서 그걸 부각시키려고 하는 것 같다. 마치 '한상률-안원구'의 대결처럼 몰아가고 있다."

 

"안 전 국장, '한상률 국정조사' 실시되면 증인으로 나설 것"

 

 안원구 전 서울지방국세청 국장의 부인 홍혜경씨.
안원구 전 서울지방국세청 국장의 부인 홍혜경씨. ⓒ 권우성

- 두 번의 참고인 조사를 받고 난 뒤 부실수사가 될 것이라고 직감했나?

"그렇다. 안 전 국장이 '한상률을 조사하려는 건지 나를 조사하려는 건지 알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제가 이렇게 농담했다. '당신은 한상률에 대한 참고인이 아니라 당신이 작성한 문건에 대한 참고인 아니냐? 다음에 또 소환되면 당신이 누구 참고인인지 분명하게 물어보라'고. 물론 안 전 국장도 한상률 의혹의 진실이 지금 밝혀질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그것도 다 때가 있다고 생각한다."

 

- 안 전 국장을 구속수사했을 때와 검찰수사가 많이 다른가?

"안원구 문건은 인지수사의 근거가 될 수 있다. 그 의혹의 진위는 참고인 조사로 밝혀지는 게 아니다. 그것은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한다. 의혹은 사실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기 때문에 수사에 나서는 것이다. 그런데 한상률 수사는 그렇게 가고 있지 않다. 참고인만 불러다가 진위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의혹을 제기한 사람에게 '그것이 사실이냐 아니냐'고 물으려면 검찰이 왜 필요한가? 검찰이 안 전 국장한테 적용했던 수사원칙을 한 전 청장에게 적용한다면 이렇게 갈 수 없다.

 

안 전 국장도 압수수색할 때 출국금지가 내려졌다. 그런데도 체포했다. 한 전 청장도 입국했을 때 출국금지를 내렸다. 하지만 그는 고발건으로 귀국을 종용했는데도 들어오지 않았던 사람이다. 그런데도 입국했을 때 구속영장을 청구하지도 않았다. 저렇게 돌아다니도록 해도 되나? 그런 식이라면 안 전 국장도 체포하지 않았어야 맞다. 법 적용에 형평성이 있어야 할 것 아닌가?"

 

- '한상률 의혹' 사건을 조절하고 있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다 보이지 않나?(웃음) '확인되지 않는 손'이라고 해야 하나? 검찰이 독립적인 판단으로 수사한다면, 검찰이 자기조직의 이해관계와 직결되는 것이 아니라면 사건을 은폐, 축소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답은 나오지 않았나?"

 

- 이명박 정권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고 생각하나?

"그렇다."

 

- 민주당에서는 '한상률 의혹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 가장 좋다. 안 전 국장도 기꺼이 증인으로 나갈 것이다. 그런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얘기하는 것을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이제까지 안 전 국장의 말은 검찰을 통하거나, 저를 통하거나, 안 전 국장을 만나지 않은 기자들을 통해서 얘기되어 왔다. 본인이 직접 한 번도 말할 기회가 없었다."


#한상률#홍혜경#안원구#강남 도곡동 땅#포스코 세무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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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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