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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태안 유류피해민들에게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의 맨손어업 사정결과가 통보되었지만 터무니 없는 사정결과에 오히려 피해민들의 시름만 깊어가고 있다.
최근 태안 유류피해민들에게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의 맨손어업 사정결과가 통보되었지만 터무니 없는 사정결과에 오히려 피해민들의 시름만 깊어가고 있다. ⓒ 김동이

"같은 마을, 같은 어촌계인데 어떻게 피해보상액이 다를 수 있는가. 정말 어처구니 없다."

태안원유유출사고 발생 3년이 지나면서, 본격적인 피해사정이 시작됐지만 돌아오는 것은  어민들의 깊은 한숨뿐이다. 최근 서산수협으로부터 '맨손어업 사정결과'를 통보받은 대부분의 피해어민들은 '맨손어업 피해배상액 사정결과 안내문'을 보고 혀를 찬다.

앞서 서산수협은 지난 2010년 9월 28일 국제기금측으로부터 사정된 서산·태안 2개 그룹 7778건에 대한 사정결과를 놓고 허베이센터와 함께 서류확인 작업을 벌였다. 이후 지난 1월, 개별 사정결과에 대한 통보를 허베이센터로부터 받았다. 하지만, 수협측은 다시 허베이센터로부터 900여명의 서류에 오류가 있다는 통보를 받고 다시 3주간 서류를 보완했다. 그런 뒤 지난 2월 10일이 돼서야 사정결과가 명시된 개인별 리스트를 통보받아, 최근 피해민들에게 그 결과를 우편으로 발송했다(순차적으로 발송해, 아직 사정결과를 통보받지 못한 어민들도 있다).

이번에 서산수협이 통보한 사정결과는 모두 7778건인데, 이중 직격타를 입은 태안지역에 해당하는 건 5054건이다. 그러나, 76건은 심사에서 기각당해 한 푼의 보상금도 받지 못하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금 쓴 어민들, 되려 빌려 쓴 금액 갚아야할 처지

 맨손어업 피해배상액 사정결과 안내문에는 사정결과와 사정기준 등과 국제기금측에 사정결과 부동의 통보했음을 알리는 내용, 향후 피해배상 추진계획 등이 적혀 있다.
맨손어업 피해배상액 사정결과 안내문에는 사정결과와 사정기준 등과 국제기금측에 사정결과 부동의 통보했음을 알리는 내용, 향후 피해배상 추진계획 등이 적혀 있다. ⓒ 김동이

이번 사정결과를 놓고 어민들의 의견이 분분한 이유는, 같은 '맨손어업(갯벌 등지에서 조개나 굴 등을 체취하는 것을 말함)'임에도 보상액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사정결과를 통보받은 '태안남부수협'의 경우, 423건에 평균 170만 원의 사정결과가 나온데 반해 서산수협의 경우 이에 미치지 못하는 평균 130여만 원의 배상액이 나온 것이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어민들 중에는 배상액을 한 푼도 받지 못하는 이도 있고, 20만 원대의 배상액을 받는 어민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800만 원의 배상액을 받는 어민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사정결과가 발표되면서, 어민들이 더욱 울상을 짓는 이유는 또 있다. 배상액이 결정되기 전 서산수협이 280만 원을 상한선으로 두고 돈을 빌려줬기 때문. 일부 어민들은 수협에서 미리 일정 금액을 빌려 쓴지라, 배상액이 빌려 쓴 금액에 못 미칠 경우 되레 돈을 갚아야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그럼에도 서산수협 피해대책위원회는 이번 결과에 대해 "국제기금의 피해인정기간이 너무 짧고, 피해금액이 실제 피해액보다 과소 평가되어 사정금액에 동의할 수 없다"며 "하지만 국제기금에서 사정이 완료되어 대책위에 통보한 사정금액은 수령을 희망한다"는 의사를 최근 밝혔다.

이에 대해 서산수협 피해대책위 관계자는 "입금 동의서는 아직 국제기금측에 보내지 않은 상태로, 주민들은 사정된 금액은 일단 받겠지만 사실상은 조건부 즉 부동의한 상태다"라며 "대부를 받은 주민은 사정금액을 제하고 국토해양부를 통해 지급되고, 대부를 받지 않은 주민들은 수협으로 보상금이 오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가능하면 이번 달 안에 입금 처리를 마무리지려고 하고 있다"고 계획을 밝혔다. 수협은 일단 사정결과가 통보된 이상 절차대로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태안군 관계자는 "교통사고 났는데 보험회사에서 이것 밖에 안 준다고 하는데 어쩔 수 없지 않은가"라며 "맨손어업을 생업으로 하고 있는 실제적으로 피해입은 주민들이 보상을 많이 받았어야 하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보상받지 못한 자에 포함시키거나 제한채권 사정재판 결과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천차만별인 배상액에 대한 어민들의 '불만'

 소원면 A씨의 경우 1267만9000원을 청구했지만 청구액 대비 1.7% 수준인 22만1600원이 사정액으로 결정됐다. 이에 반해 원북면의 한 주민은 2000만 원 청구에 32.5% 수준인 650만 원이 사정액으로 결정돼 대조를 이뤘다.
소원면 A씨의 경우 1267만9000원을 청구했지만 청구액 대비 1.7% 수준인 22만1600원이 사정액으로 결정됐다. 이에 반해 원북면의 한 주민은 2000만 원 청구에 32.5% 수준인 650만 원이 사정액으로 결정돼 대조를 이뤘다. ⓒ 김동이

이번에 맨손어업 사정결과를 통보한 서산수협 피해대책위원회는 태안원유유출사고 이후 금융기관인 서산수협 조합원들이 결성한 대책위원회로 위원장은 서산수협조합장이 맡고 있으며, 서산수협 직원이 사무국장을 맡아 피해 조합원들의 권익을 대변하고, 한국농어촌공사, 부경대, 대화감정 등의 위탁기관을 선정해 피해조합원들의 피해조사를 대리해주는 단체다.

서산수협은 단지 피해대책위원회를 통해 결정된 사정액을 국제기금으로부터 수령받아 피해민들에게 입금하고, 정부에서 정한 대부금(280만원)을 대부해주는 금융기관의 역할 만을 담당하고 있다.

한편 대책위측은 "서산지원에서 진행 중인 선주책임제한절차(선박사고로인한 선주의 피해배상책임을 일정한도로 제한하여 사업을 보호하는 제도)에서 최대한 많은 피해배상금이 결정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향후 선주책임제한절차와 그에 따른 이의소송 등 법적 대응을 위한 법률대리인을 선임하고 개인별로도 이의제기 의사를 수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렇듯 대책위측이 '선주책임제한절차'에 대한 의견을 밝혔지만, 천차만별인 보상금에 대한 피해주민들의 불만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유류피해를 입은 소원면 A씨가 이번에 국제기금으로부터 통보받은 사정결과는 22만 원이다. A씨의 청구금액인 1267만9000원의 2%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반면 원북면 B씨는 2000여만 원을 신청해 650만 원을 배상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같은 어촌계에 있는 C씨는 70만 원을 통보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곳에서 똑같이 맨손어업을 해 왔는데도 사정금액에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입증서류를 만들어내기 어려운 맨손어업의 특성상, 국제기금측의 피해조사 당시 대다수 어민들은 전적으로 인터뷰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피해입증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 그렇지만, 이번에 통보된 천차만별의 사정결과는 피해민들을 납득시키기 어렵다.

"보상금액 차이, 서산수협에 문제가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같은 어촌계임에도 사정결과가 차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피해 어민들은 조사 당시 적극적으로 피해사실을 입증했느냐가 주요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입을 모은다.

사정액 70만 원을 통보받은 C씨의 경우 전적으로 인터뷰에 의존한 반면, B씨는 조사원들을 전업현장으로 데리고 다니면서 설명을 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를 했다는 것.

B씨는 "솔직히 생업현장을 데리고 다니며 인정할 때까지 붙잡아 놓고 확인을 받는 등 조사원들과 흥정을 했다"며 "자발적으로 같이 움직였던 분들이 20여명 정도 되는데 초동조사 때부터 꼼꼼하게 챙겨 그 분들은 모두 최소한 350만 원 이상은 나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태안군유류피해대책위연합회 관계자는 "같은 어촌계인데 어떻게 보상금액의 차이가 클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이는 서산수협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태안원유유출사고 3년 3개월이 지난 2월말 현재 태안군에서 청구된 총 2만 4674건의 피해건에 대해 9203건만 사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총 피해건수의 37.2% 정도로, 매우 저조한 실정이다. 또 서산수협에서 어민들이 대출받은 금액은 9512건에 총 277억 7000여 만 원에 이르고 있지만, 이 중 300건, 9억 8000만 원만 상환된 것으로 나타났다.

덧붙이는 글 | 태안신문에도 송고합니다.



#태안원유유출사고#서산수협#맨손어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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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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