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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폭협의 입구에 세워진 비석
담폭협의 입구에 세워진 비석 ⓒ 최지혜

버스를 타고 운대산 두 번째 코스인 담폭협으로 이동했다. 1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트레킹을 하고 온 터라 일행들 얼굴엔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입구에서부터 도로를 따라 10여 분 정도 걸어야 본격적인 담폭협 길과 만날 수 있는 데다 눈이 녹은 길은 질척거리기까지 한다.

담폭협은 담과 폭포가 많은 계곡이라고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총 길이가 1270m이다. 동쪽으로는 깍아지른 듯한 절벽이 절경을 이루고, 서쪽으로는 기이한 봉우리들로 둘러싸여 있는 멋진 곳이지만 안개 뒤로 숨은 비경들이 아쉽기만 하다.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맑은 날에는 사방을 둘러싸고 하늘을 찌를 듯한 수 십개의 봉우리들을 볼 수가 있다고 한다. 날씨가 흐린 것이 속상하지만 나름대로 주변을 둘러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폭포수가 흘러야할 곳은 추운 날씨로 거대한 고드름이 대신한다.
폭포수가 흘러야할 곳은 추운 날씨로 거대한 고드름이 대신한다. ⓒ 최지혜

담폭협에서는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가이드와 담폭협 매점 앞에서 만나기로 하고 길을 나섰다. 대부분의 일행들은 지친 것도 있겠지만, 홍석협을 보고 왔으니 담폭협이 성에 차지 않는 눈치다. 결국 주어진 20여 분의 자유시간 동안 담폭협 트레킹을 나선 사람은 나를 포함해 단 6명. 나도 조금 망설이긴 했지만, '콘텐츠 수집'이라는 미션에 대한 의무감과 쉽게 올 수 없는 곳이라는 생각에 포기할 수가 없었다.

가장 앞장 서서 걸었는데 본의 아니게 길을 잘못 들었다. 담폭협으로 가는 길은 두 갈래의 길이 있는데, 눈이 많이 와 안전사고를 대비해 한쪽 길은 막아놓은 상태였는데 하필 그 길을 선택한 것이다. 안그래도 주어진 시간이 짧은데, 나만 믿고 따라오던 일행들에게 살짝 미안한 마음이 생긴다. 다행히 순회할 수 있는 길이 가까이 있었기 망정이지.

약 10분여는 편안한 산책길이 이어진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덧 거대한 폭포와 마주하게 된다. 원래는 100m 높이의 거대한 대폭포가 쏟아지고 있어야 할 곳에 거대한 고드름이 맺혀 있다. 골짜기로는 소룡계라고 불리우는 물이 흐르며 옆으로는 층층이 높이가 다르고 색채가 아름다운 돌 계단이 있다.

 고드름이 크기는 사람과 비교하면 그 크기가 가늠된다.
고드름이 크기는 사람과 비교하면 그 크기가 가늠된다. ⓒ 최지혜

얼음이 떨어져 다칠 수 있으니 절벽쪽으로는 들어가지 말라는 경고 표지판이 세워져 있지만, 건너편에서만 감상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풍경이라는 생각이 들어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경고를 무시했다. 절벽에 매달린 고드름이 내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일행의 크기과 대조되어 더욱 크게 느껴진다. 그 모습을 담을려고 하는 순간, 일행이 사진 찍는 것을 멈췄다. 다시 사진 찍는 것처럼 포즈를 취해달라고 하자 너무나도 프로다운 포즈를 취해준다. 그 모습이 웃겨서 깔깔대고 만다.

사진을 찍어대며 절벽 가까이에서 기웃거리다가 경고 표지판보다 더 확실한 경고를 만났다. 절벽 아래쪽으로 떨어져 부서진 거대한 얼음의 흔적. 절벽과 길 사이에 거리가 있어 별 위험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 덩어리와 파편들을 보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든다. 서둘러 자리를 피해 나오며 일행들에게 경고 표지판을 보여줬더니 아무도 몰랐다고 한다. 내가 거침없이 건너가길래 아무 생각 없이 따라왔다고. '아뿔싸. 이놈의 안전불감증이 사람 여럿 잡을뻔 했구나.'

여러 접시 포개어놓고 식사한 '중국 수석식 요리'

 협곡을 나오다 마주친 야생원숭이
협곡을 나오다 마주친 야생원숭이 ⓒ 최지혜

협곡을 나오며 먹이를 찾아 어슬렁거리는 야생원숭이와 마주쳤다. 동물원에서나 보았던 원숭이를 길에서 만나다니 참 신기한 경험이었다. 일행들이 카메라를 들이대자 난간 위에 올라가 포즈를 취해주며 쉴새없이 입을 오물거리던 녀석. 이때까지만해도 마냥 귀엽게만 보였다. 일행 중 한명이 가까이 다가가 카메라를 들이대자 이빨을 들이대며 위협적인 모습을 보인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 모습을 보고 덩달아 겁을 먹은 나는 사진 찍는 것을 멈추고 옆에 있던 라베이더님을 방패삼아 주춤주춤 줄행랑을 쳤다.

나중에 가이드한테 들은 이야기로는 이곳에 원숭이들이 모여 사는 곳이 있다고 한다. 그 중 막내가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심부름을 나온 것일까? 먹을 것은 안주고 사진만 찍어대니 화가 난 걸 지도…. 담에 또 이곳을 갈 기회가 생길지는 모르겠지만 그때는 녀석들을 위한 간식거리라도 준비해서 친구가 되어야겠다.

약속된 시간에 맞추기 위해 바쁜 걸음으로 돌아왔는데, 그 사이 일행들은 여유롭게 컵라면이나 커피를 즐기며 몸을 녹이고 있었다. 가이드가 한 턱 크게 쏜 것이다. 트레킹 멤버들도 커피 한 잔씩을 얻어마셨다. 처음엔 어릴 적 즐겨 먹었던 밀크 카라멜 맛이 나던 커피. 한국으로 돌아갈 때 몇 개 사갈까 했지만, 먹을수록 비릿하고 코코팜의 알갱이처럼 씹히던 건더기가 왠지 찝찝해서 그냥 말았다.

운대산을 나와 둘째날 묵을 숙소로 가기 위해 낙양(뤄양)으로 이동하는 도중에 휴게소에 들렀다. 저녁시간이라고는 하지만 항상 북적대는 한국의 휴게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간이화장실처럼 보이는 화장실과 작은 쉼터는 중국의 대륙이나 인구수에 비해 너무 협소해 보인다. '중국인들은 여행을 잘 안다니는 걸까' 하는 의구심마저 생긴다. 휴게소 건물은 들어가 보진 않았지만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간단한 먹거리들을 판다고 한다. 일행들이 화장실을 갈 동안 가이드가 사온 이름 모를 빵을 먹었는데 맛이 괜찮다. 컵라면에 커피, 맛있는 빵까지 우리 가이드 너무 무리하는 거 아냐?

 중국의 수석식 요리
중국의 수석식 요리 ⓒ 최지혜

2시간 여를 달려 낙양으로 이동한 후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식당이다. 저녁 메뉴는 중국의 유일한 여황제 측천무후가 즐겨 먹었다는 중국의 전통 요리 수석식 메뉴다. 식당에 들어서니 이미 테이블에는 음식들이 한 가득 차려져 있다. 중국은 원래 음식이 천천히 나오는 편이라고 하지만, 시간에 쫓기는 패키지 여행이다보니 가이드가 미리 예약을 해놓은 덕에 바로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수석식이라는 이름답게 국물 위주의 요리가 많다. 가지 수에 비해 테이블이 협소한 지 접시 위에 접시를 포개어놓은 형태로 식사를 해야하니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게다가 옆 테이블에는 아직도 올려지지 못한 음식이 두어 접시 정도 더 기다리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이렇게 다양한 음식들 중에 입맛에 딱 들어맞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한두 개 정도는 그나마 먹을만한 것들이 있었지만 그것 역시 쉽게 손이 가지는 않는다. 내가 너무 입맛이 까다롭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일행 모두가 마찬가지였으니 말 다한 거다.

계란 후라이에 밥 한 공기... 정말 꿀맛이네

 낙양에서 꽤 유명하다는 마사지샵 '자연미발'
낙양에서 꽤 유명하다는 마사지샵 '자연미발' ⓒ 최지혜

마지막 코스는 발마사지다.  우리가 찾은 자연미발이라는 샵은 미용실과 이발소, 마사지실이 함께 있는 곳으로 규모가 꽤 큰 편이다.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낙양시내에서도 오픈한 지 10년이 된 곳으로 꽤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유명한 곳 답게 서울의 잘 나가는 숍과 비교해봐도 손색이 없을만큼 시설면에서도 깔끔하다.

일행 중 전신마사지를 받고 싶다는 사람들이 있어 버스 안에서 사전 조사를 한 결과 3명 빼고는 모두 전신마사지를 선택했다. 전신마사지를 할 사람은 중국돈으로 60원 또는 한화로 1만2000원을 추가하면 변경이 가능하다. 추천은 하지 않는 바다. 전신마사지를 한 일행들의 말에 의하면 별 다를 게 없었다고 한다. 발마사지도 어깨 정도는 안마를 해줬는데, 전신마사지도 비슷했다고.

유독 간지러움을 많이 타는 편이라 마사지를 받아본 적이 없지만 지난 싱가폴 여행 때 처음으로 발마사지를 받아본 적이 있다. 너무 걸어다녔더니 상처가 나고 발도 아프고 해서  한번 받아볼까 한 거였는데, 아니나다를까 간지럽고 아파서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는 남자 손이라 거세서 더 힘들었나보다. 이번에 받은 발마사지는 여자 마사지사가 해줬는데 오히려 조금 심심한 느낌이었다. 발마사지를 선택한 3명이 나란히 누워서 받았는데, 내 담당만 유독 힘이 없는 것 같았다.

 낙양의 Joysion International Hotel
낙양의 Joysion International Hotel ⓒ 최지혜

둘째날의 일정을 모두 소화하고 우리가 묵을 호텔로 이동했다. 우리의 숙소는 'Joysion International Hotel'로 낙양의 4성급 호텔이다. 지난밤 묵었던 정주 광동호텔과 비슷한 급이지만, 인테리어는 더욱 중국스러우면서도 깔끔하다.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면 난 이곳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가이드로부터 키와 식권을 받아들고 각자의 객실로 이동했다. 실내 또한 깔끔한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광동호텔과 마찬가지로 수건, 드라이기, 세면용품 등이 잘 갖춰져 있다. 숙취로 너무 고생을 한 탓에 일행들과 함께 하는 술자리는 가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물론, 따로 얘기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어느 방에서 몇시에 모이는 줄도 모르지만 말이다.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한 탓에 배가 고파 룸메이트인 니키언니와 함께 호텔 매점에서 라면을 사왔다. 뭔가 아쉬운 마음에 칭따오 맥주도 한 캔씩. 담폭협에서 일행들이 라면을 맛있게 먹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상품을 찾았지만 없어서 눈치껏 사온 라면은 역시나 입맛에 맞지 않는다. 그래도 배가 고프니 포기할 수 없어 최선을 다해 반은 해치웠다. 언니가 고른 라면은 다행히 먹을만했다. 그것도 역한 냄새가 나는 스프 하나를 뺐더니 그 정도였지, 아마 함께 넣었다면 못 먹었을 지도 모르겠다. 버린 입맛을 맥주 한모금으로 달래고 난 후 픽 쓰러져 잠이 들었다.

맥주 한 캔도 다 못 비우고 잠이 든 덕분에 다음날은 눈이 잘 떠져 조식을 먹을 수 있었다. 중국 여행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이 된 조식. 광동호텔에서의 조식이 형편없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탓에 별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나쁘지도 않다. 밥과 나물 등 반찬이 될만한 것들을 접시에 담고 테이블로 가려는 찰나, 아주 마음에 드는 메뉴를 발견했다. 그 자리에서 직접 부치고 있는 계란 후라이. 따끈따끈한 계란 후라이에 밥 한 공기를 후딱 해치우니 왠지 든든한 기분이랄까? 역시 난 딱 한국 사람.

식사를 마친 후 체크아웃을 하고 첫 코스인 용문 석굴로 출발. 눈이 그치고 해가 난다. 날이 풀려서 참 다행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개인블로그에 게재된 글입니다 http://dandyjihye.blog.me



#중국#낙양#운대산#담폭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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