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대변인' 역할을 맡고 있는 이정현 한나라당 의원이 박 전 대표의 '침묵 행보'를 두둔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27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대통령 임기 40% 남은 시점, 대선 붐 경계한다"는 제목의 글을 올려 "박 전 대표가 현안 언급과 현장 방문을 해야 한다고 주문하는 분들이 있지만 아직 때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지나친 조기 대선행보가 오히려 현 정부의 국정수행을 흐트러뜨린단 논리였다.

그는 "박 전 대표는 자신이 조용하게 있는 것이 대통령께 부담을 드리지 않고 또한 국정을 최대한 돕는 것이라고 보는 것 같다"며 "박 전 대표 자신이 이명박 대통령과 대선 경선을 치른 사람이고 자타가 공인하는 차기 대선 예비주자 입장이기 때문에 특히 그런 것 같다"고 해석했다.

이 의원은 아울러, "대통령과 정부는 정책을 확정하고 예산을 편성하고 이를 집행할 권한이 있지만 평의원인 박 전 대표는 그렇지 않다"며 "권한을 가진 대통령이 책임을 지고 국정을 주도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옳다"고 지적했다.

박 전 대표가 국제 과학비즈니스벨트, 동남권 신공항 등 여러 현안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더라도 정치적 파장과 반향만 나올 뿐, 오히려 권한을 가진 대통령이 현안 해결을 주도할 수 있게 침묵하는 게 옳단 얘기였다. 또 그는 "대선 조기 붐은 필연코 권력누수를 초래하고 국가 지도력을 위기 국면에 빠뜨린다"며 "박 전 대표는 조기 대선 과열정국이 형성되는 것을 우려하는 것 같다"고 두둔했다.

이와 함께 박 전 대표가 당 지도부의 역할을 포함한 시스템을 중시하기 때문에 '침묵'하는 것이란 해석도 곁들여졌다. 이 의원은 "당정회의의 주역은 당 지도부"라며 "국정이든 당 운영이든 헌법과 당헌에 따른 시스템의 정상가동이 중요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박 전 대표가 '침묵 행보'를) 경선 승복의 연장이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전당대회에서 '승복한다'고 연설 한 번 하면 끝나는 게 아니라 경선에서 이긴 후보를 흔드는 어떤 세력이 접촉을 시도해도 단호히 거부하는 것 등 진정한 경선 승복을 박 전 대표는 해왔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이 의원은 "대선 관련 정치인 지지율 1위가 벼슬이나 당직은 아니다"면서 "지지율 1위니깐 대선 조기과열이 되든 말든 현안에, 현장에 나서라는 것은 납득 안 된다"며 박 전 대표의 침묵에 대한 당 안팎의 비판을 일축했다.

그는 "(이런 사정을) 뻔히 아는 당내 인사들까지 입만 열면 대권, 대선 운운하는 것은 금도를 망각한 것"이라며 "현 정부의 성공, 정권 재창출은 한나라당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친이, 친박은 지난 대선 경선 때 끝났다"며 "한나라당에는 범(凡) 한나라당만 있을 뿐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최근 박근혜 전 대표가 국제 과학비즈니스벨트와 동남권 신공항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박 전 대표는 이에 대해 "제가 아니라 당 지도부가 먼저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