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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VNO(가상이동통신망) 예비 사업자인 최호 온세텔레콤 대표(왼쪽)와 장유식 한국케이블텔레콤 대표가 23일 오전 MVNO 활성화 대책을 요구하는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MVNO(가상이동통신망) 예비 사업자인 최호 온세텔레콤 대표(왼쪽)와 장유식 한국케이블텔레콤 대표가 23일 오전 MVNO 활성화 대책을 요구하는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 김시연

"100원짜리 56원에 가져다 70~80원에 팔아선 장사 못 한다."

 

최근 정부의 통신비 인하 요구에 편승해 MVNO(가상이동통신망) 예비 사업자들이 SK텔레콤 등 이통사들을 압박하고 나섰다

 

온세텔레콤, 한국케이블텔레콤(KCT) 등이 참여한 한국MVNO사업자협회(K-MVNO)는 23일 오전 종로 서머셋팰리스서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부와 이통사들에게 도매 대가 인하 등 지원을 촉구했다.

 

도매 대가 문제로 MVNO-SKT 협상 난관 부딪혀

 

정부는 지난해 3월 통신비 절감을 목표로 기존 이동통신사업자(MNO)들에게 이동통신망만 도매로 빌려 소비자에게 이동통신 서비스를 재판매할 수 있는 MVNO 사업을 처음 도입했다. 이에 기존 케이블TV사업자(SO)들이 참여한 한국케이블텔레콤과 온세텔레콤 등이 적극성을 보이고 있지만 최근 의무제공사업자인 SK텔레콤과 개별 협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협상에 가장 큰 걸림돌은 망 사용료를 얼마로 정할 거냐는 도매 대가 산정 문제다. 전기통신사업법에는 '소매요금할인방식'에 따라 기존 이통사가 고객에게 받는 소매 요금에서 마케팅 비용 등을 뺀 만큼 할인율을 적용하도록 했다. 일단 방통위는 MVNO 성격에 따라 할인율을 최소 31%(설비가 없는 단순 MVNO)에서 최대 44%(완전MVNO)로 잠정 결정한 상태다.

 

하지만 MVNO 사업자들은 망 사용량에 따라 추가 할인해 주는 다량구매할인율 등을 적용해 할인율이 50~60%는 돼야 소비자들에게 20~30% 할인 판매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장유식 KCT 대표는 "최대 44% 할인돼도 56원에 사와서 70~80원에 팔아야 하는데 이통사에 56원 주고나면 우리에게 남는 건 24원 밖에 안된다"면서 "24원으로 마케팅비, 관리비, 망구축비까지 쓰고 나면 사업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통사-정부 협조 없이는 사업 불가능"

 

또한 스마트폰 정액요금제가 도입되면서 음성, 데이터, SMS(단문메시지) 각 서비스별 소매요금을 정확히 산정할 수 없고 단말기 자체 공급도 어렵다며 이통사의 대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장유식 대표는 "이통3사 망을 빌려 서비스하다 보면 망 이용대가나 단말기 사용 협조, 기술적 문제 등 애로사항이 많다"면서 "이통사 협조 없이는 원천적으로 사업이 불가능한 만큼 우리를 경쟁 상대가 아닌 상생 파트너로 생각해 달라"고 호소했다.

 

다만 선진국이 휴대폰 보급률 50~60% 정도인 시점에서 보급 확대를 위해 MVNO를 도입한 것과 달리 이미 보급률이 100%를 넘은 국내 상황에선 너무 늦은 게 아니냐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이에 최호 온세텔레콤 대표는 "MVNO는 주파수란 공공재를 독과점으로 운영해 발생하는 통신비 과다 지출을 막는 대안"이라면서 "가입자 창출보다 소비자 편익을 높인다면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장유식 대표 역시 "이통 시장이 5대 3대 2로 고착화돼 요금 인하가 잘 안 되는 시점에서 MVNO는 정부가 꺼낸 마지막 카드"라면서 "정부가 일단 MVNO를 도입한 이상 초기 3~5년 정도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확실하게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MVNO 시장 전망에 대해 장 대표는 "이용자 이통사 선택 1순위는 단말기이기 때문에 요금이 싸다고 잘 움직이진 않는다"면서 "요금 부담을 느끼고 MVNO로 가겠다는 사람은 전체 7% 정도로 서민층의 1/4 정도인 400만~500만 명 정도는 쓸 것"이라고 전망했다.

 

7월부터 20~30% 인하? "서비스 개시 불투명"

 

MVNO 사업자들은 이날 통신비 인하 대책이자 친서민 정책, 대-중소기업 동반 성장 모델 등 온갖 수식어를 붙여가며 정부와 국민의 관심을 촉구했다.

 

최호 대표는 "최근 통신비 인하 요구에도 정부가 적극적인 개입을 피하고 있는데 MVNO가 통신비 절감의 유일한 해법"이라면서 "선진국 사례에 비춰 MVNO가 활성화되면 통신비를 20~30% 인하할 수 있어 서민 물가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칼자루를 쥔 SK텔레콤에선 오히려 요금 인하 마케팅에만 기댄 MVNO 사업자만 난립할 수 있다며 도매대가 인하에 부정적이어서 협상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애초 오는 7월부터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었던 MVNO 사업자들 역시 "현재 상황으로는 서비스 개시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정확한 사업 시점이나 기존 이통사들의 '무임승차' 주장을 뒤집을 만한 구체적인 대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이에 최 대표는 "7월 사업 개시는 지난해 법안 통과시 SK텔레콤과 협상이 순조롭게 이뤄졌을 때 목표이고 SKT 협상이 늦어져 최근에야 시작했다"면서 "정부 의지는 강한데 실제 사업하려 실행 계획을 세우다보니 현실적 문제에 부딪혔지만 충분히 해결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MVNO#통신비#이동통신사#방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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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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