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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페드로로 이어지는 대단한 경치

 론다에서 지중해로 넘어가는 산악지대
론다에서 지중해로 넘어가는 산악지대 ⓒ 이상기

론다에서 모로코의 탕헤르까지 가려면 세 종류의 길을 가야 한다. 먼저 론다 산맥의 험준한 산길을 넘어 지중해로 나가야 한다. 이 지역의 지중해를 우리는 코스타 델 솔이라고 부른다. 해변도시 산 페드로에서 에스파냐의 남쪽 땅끝인 타리파까지는 지중해 해안도로를 따라 간다. 서쪽으로 길을 따라가기 때문에 왼쪽으로 지중해가 끝없이 펼쳐진다. 그리고 타리파에서는 페리를 타고 지브롤타 해협을 건너 탕헤르로 갈 것이다. 산악길, 해안길, 바닷길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점심을 여유 있게 먹고 산악길로 접어든다. 고도가 높아지면서 수종이 칩엽수로 변한다. 소나무들이 많이 보인다. 저 멀리 해발이 더 높은 곳으로는 나무들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눈이 쌓여있는 것도 아니다. 이끼류만 자랄 수 있는 암반지대로 보인다. 높고 웅장한 대자연이 경외스럽기까지 하다.

 마르베야 리조트
마르베야 리조트 ⓒ 이상기

높은 산맥을 넘으니 아득하게 지중해가 보인다. 그리고 남쪽사면이어서 그런지 삼림도 울창하다. 지중해에 가까워지면서 리조트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곳은 크게 마르베야 지역으로 코스타 델 솔 최대의 휴양지이다. 마르베야에는 유럽의 부호들뿐만 아니라 미국의 연예인들까지 별장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곳에 골프장과 리조트가 가장 많이 있어 놀고 즐기기 좋기 때문이다. 지금도 곳곳에 리조트를 짓거나 확장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런데 요즘 에스파냐 경기가 나빠지면서 리조트 분양가격이 조금은 떨어졌다고 한다.

도로를 따라가면서 여기저기 골프장을 볼 수 있다. 잘 정리된 그린에서 골프를 치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인다. 우리는 해안을 따라 나 있는 고속도로로 들어선 다음 잠시 후 휴게소에 들른다. 이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다. 그곳이 어디쯤 되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세우타와 탕헤르로 가는 페리의 티켓을 파는 것으로 보아 가까이 여객터미널이 있는 모양이다.       

'발바닥의 가시' 같은 존재 지브롤타

 지브롤타
지브롤타 ⓒ 이상기

이 고속도로는 산 로케와 알헤시라스를 지나 타리파까지 연결된다. 휴게소에서 버스를 타고 한 30분쯤 갔을까? 왼쪽으로 지브롤타가 나타난다. 지브롤타는 바닷가로 돌출한 바위산(426m)으로 길게 뻗어 있다. 마치 커다란 누에가 기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이 지브롤타는 에스파냐 땅이었으나 1713년 왕위계승전쟁 때문에 그 땅을 영국에 내주게 되었다.

그 후 에스파냐는 끊임없이 이 땅을 되찾으려고 노력한다. 영국도 전략상 이 바위산을 내줄 수는 없었다. 에스파냐에서 1779년부터 1783년까지 군대를 투입했으나 실패했고, 프랑코 집권기인 1967년에는 전기와 수도 공급을 끊어 지브롤타를 고립시키기도 했다. 당시 프랑코는 지브롤타를 발바닥의 가시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브롤타의 주민들은 1969년 자치정부를 구성하고 주민투표를 통해 영국령으로 남기로 결정했다. 당시 투표결과는 영국령 2,138: 에스파냐령 44였다. 그후 영국과 에스파냐 그리고 지브롤타 사이에 대화와 협상이 이루어졌고, 공존공영에 합의한 상태다. 현재 지브롤타는 관광, 금융, 항만 서비스로 살아가고 있다. 지브롤타에 가려면 라 리네아 델라 콘셉시온을 지나가야 한다.

 알헤시라스
알헤시라스 ⓒ 이상기

지브롤타를 지나 알헤시라스로 가다 보면 지브롤타 항구와 마을이 보인다. 알헤시라스는 지중해 건너 세우타와 탕헤르로 가는 여객선을 탈 수 있는 곳으로 인구가 11만이나 된다. 이 지역 지중해변에서 가장 큰 도시로 산업이 비교적 발달해 있다. 알헤시라스에서 타리파로 이어지는 길은 비교적 해안 고지대로 나 있다. 그래서 오히려 전망이 좋다. 산 위로는 풍력발전기가 돌아가고, 산 아래로는 지중해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타리파로 가면서 생각한 탕헤르

 코스타 델 솔에서 지중해 너머로 보이는 모로코
코스타 델 솔에서 지중해 너머로 보이는 모로코 ⓒ 이상기

조금 더 가자 지중해 건너편으로 아프리카 모로코 땅이 보인다. 우리는 오늘 모로코 탕헤르까지 가야 한다. 탕헤르는 파울로 코엘류의 소설 『연금술사』에 나오는 도시다. 이 책에서 주인공인 산티아고는 신부의 길을 포기하고 양치기가 되어 순례의 길을 떠난다. 어느 날 그는 이집트의 피라미드에서 보물을 찾을 수 있다는 꿈을 꾼다. 그는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양을 모두 팔고는 그 돈으로 이집트를 향해 길을 떠난다.

그가 에스파냐에서 배를 타고 아프리카로 넘어가 만난 첫 번째 도시가 모로코의 탕헤르이다. 그는 그곳에서 아랍어라는 큰 언어장벽을 만난다. 마침 에스파냐어를 하는 사람을 만나 그의 도움으로 피라미드까지 갈 생각을 한다. 그러나 그는 사기꾼이었다. 돈을 몽땅 잃은 산티아고는 탕헤르의 크리스탈 가게 점원으로 일하며 피라미드로 갈 여비를 마련한다. 산티아고는 꿈을 잃지 않고 대상(Caravan)들을 따라 다시 이집트로의 여행을 떠난다.

 타리파 항구
타리파 항구 ⓒ 이상기

우리도 산티아고와 마찬가지로 아프리카의 첫 기착지가 탕헤르다. 탕헤르로 가기 위해 우리는 타리파로 간다. 타리파는 에스파냐의 최남단으로 유럽에서 아프리카로 들어가는 관문이다. 인구 17,768명의 작은 어촌이지만 최근에는 관광과 여객 운송으로 활기를 띠고 있다. 우리는 타리파에서 페리를 타고 버스와 함께 탕헤르로 넘어갈 것이다. 버스가 타리파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기 위해 잠시 선다. 모로코보다는 에스파냐의 기름이 더 순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한다.

탕헤르 가기가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타리파의 구쓰만 성
타리파의 구쓰만 성 ⓒ 이상기

타리파 여객터미널에 도착하니 탕헤르로 가는 페리가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돌고래가 그려진 FRS 여객선을 탈 예정이다. 타리파에서 탕헤르로 가는 배는 두 시간마다 한 대씩 있다. 탕헤르까지 배 운행 시간은 35분이고, 운임은 1인당 37유로이다. 이곳 타리파에서의 수속은 생각보다 까다롭다. EU국가를 벗어나 아프리카로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탑승수속과 함께 보안수속이 있다.

탑승수속 후 시간이 조금 남아 나는 타리파의 문화유산을 찾아 나선다. 여객 터미널 바로 뒤에 구쓰만 성(Castillo de Guzman)이 있다. 960년 무어왕인 압둘라만 3세에 의해 지어졌고, 현재의 이름은 에스파냐 국토회복(Reconquista)의 영웅 구즈만 엘 부에노를 추모해서 붙였다. 이 성 밖으로 구도심(Medina) 북쪽에 헤레즈 문이 있는데, 차를 타고 오면서 이미 본 것이다. 이 문은 13세기에 만들어졌고, 당시 함께 만들어진 세 개의 문 중 유일하게 남아있다.

 탕헤르에서 타리파로 들어오는 페리선 코마리트
탕헤르에서 타리파로 들어오는 페리선 코마리트 ⓒ 이상기

배에 타기 전 여객터미널에서 보안수속을 밟고 선착장으로 나가니 배가 기다리고 있다. 해협을 오가는 배라 상당히 크다. 길이가 86.62m이고, 폭이 26m이다. 이 배에 탈 수 있는 승객은 778명이고, 실을 수 있는 차량은 175대이다. 배가 출발하기 전 나는 갑판에 올라 타리파 시내와 앞으로 갈 모로코 쪽 사진을 찍는다. 날씨가 좋아 바다 건너 모로코의 산악이 잘 보인다.
      
배가 떠나 선내로 들어오니 모로코 입국수속을 해야 한단다. 내려서 하면 혼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려 미리 하는 것이면서. 먼저 가이드가 우리에게 입국수속 과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준다. 그런데 그 입국수속이 꽤나 까다로워 보인다. 그나마 가이드가 도와주어 어렵지 않게 끝낼 수 있었다. 이제 30여분 후면 대망의 아프리카 땅 탕헤르에 도착한다. 

탕헤르에 서서히 땅거미가 내린다

 탕헤르 항구와 도시 풍경
탕헤르 항구와 도시 풍경 ⓒ 이상기

해가 서서히 기우는 저녁 무렵 배는 탕헤르 항구로 들어선다. 왼쪽 산위로 집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또 고기잡이 나갔던 어선들이 들어온다. 어선 주변으로는 갈매기들이 따라간다. 생선 냄새를 맡은 것일까? 방파제 안으로 들어서자 배들이 가득하다. 여객선, 화물선, 어선... 그 뒤로는 꽤나 높은 빌딩들이 빽빽하다. 탕헤르에는 현재 70만 명이나 되는 주민이 살고 있다.

탕헤르는 현재 급격하게 현대화되고 발전하고 있다. 해안을 따라 시티 센터가 만들어지고 있으며, 호텔 등 관광 인프라가 구축되고 있다. 그리고 신공항 터미널이 건설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프로젝트는 2015년 이곳에서 개최되는 아프리카 국가대항 축구대회와 관련이 있다. 탕헤르는 또한 카사블랑카에 이어 모로코 제2의 공업도시다. 직물, 화학, 기계, 금속, 해운업 등이 발달해 있다.

 탕헤르 메디나의 저녁
탕헤르 메디나의 저녁 ⓒ 이상기

배에서 내리자 부두 앞으로 산이 보이고, 하얀 집들이 온 산을 뒤덮고 있다. 짐에 대한 약간의 체크가 있지만 출국 수속은 비교적 쉽게 끝난다. 짐을 들고 버스로 가니 모로코 현지 가이드가 나와 우릴 맞는다. 사이드라는 등치 좋은 모로코인이다. 안혜영 가이드에 따르면 그는 영화 <글래디에이터>에도 출연한 바 있는 배우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모로코 아이트 벤하두(Ait Benhaddou)에는 영화 스튜디오가 있다. 그곳에서는 <아리비아의 로렌스>, <소돔과 고모라>, <나자렛 예수> 같은 역사극이 만들어졌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탕헤르 도심인 메디나 근처 호텔에 여장을 푼다. 호텔 로비에서는 사람들이 담배를 피우며 카드놀이에 열중이다. 술에 엄격해서 담배에는 관대한 걸까? 요즘 보기 힘든 풍경이다. 가이드는 또 모로코의 물이 나쁘고 시설이 열악하니 호텔 시설을 최소한만 이용하라고 겁을 준다. 또 가급적 밤에는 나가지도 말라고. 내일 아침에 우리는 일찍 페스로 떠난다. 모로코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누가 뭐래도 페스다. 기대가 크다.  


#코스타 델 솔#지브롤타#타리파#탕헤르#<연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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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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