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콩과 대 콩 12알과 대나무, 혹은 수수깡을 갖고 달불이를 한다
콩과 대콩 12알과 대나무, 혹은 수수깡을 갖고 달불이를 한다 ⓒ 하주성

우리나라는 예부터 농사를 지을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물이었다. 비가 오면 논에 물을 대기 위해, 비를 맞으면서도 논으로 나간다. 논농사는 우리의 식생활에 가장 소중한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수리조합이 발달하지 않았던 예전에는, 그만큼 논의 물 가둠이 중요한 일이었다.

'하늘만 바라본다'라고 한다. 가뭄이 들어 비가오지 않으면, 그저 하늘만 바라보고 탓할 수 밖에 없었다. 말라 들어가는 논바닥을 바라보는 농부들의 마음이야, 어떻게 말로 표현을 할 수가 있겠는가? 그러다가 보니 어떻게 해서든지 일 년 동안 내릴 비의 강수량을 미리 가늠해 보는 것이 중요한 일이었을 것이다.
  
달불이 콩에 12월 표시를 한 후 대나무 쪼개 그 속에 콩을 차례로 집어넣는다
달불이콩에 12월 표시를 한 후 대나무 쪼개 그 속에 콩을 차례로 집어넣는다 ⓒ 하주성

'달불이'로 알아보는 일 년의 강수량

'달불이'는 수리조합이 발달하지 않았던 예전에, 일 년 동안의 강수량을 미리 알아보는 '농점(農占)'이다. 먼저 열두 알의 크기가 비슷한 콩을 준비한다. 그 열두 알의 콩에 일 년의 각 달을 표시하고, 수수깡이나 대나무 속에 콩을 차례로 집어넣는다. 그것을 콩이 빠지지 않게 잘 막은 후 정월 열나흘날 우물이나 웅덩이 속에 집어넣은 뒤, 대보름날 새벽에 건져 그 불어 난 정도로 그 해 매 달의 강수량을 점치는 풍속이다.

달불이는 '달불음' '월자(月滋)' '윤월(潤月)' 이라고도 하며, 지방에 따라 그 하는 방법 등이 약간씩 다르게 나타난다. 이렇게 콩을 집어넣을 때도 수수깡에 12월을 표시한 콩을, 무작위로 집어넣기도 하고, 콩이 들어갈 만한 대나무를 쪼개 12알을 넣고, 그것을 순서대로 각 달에 배정하기도 한다.  

달불이 콩 12알을 넣은 후 대나무를 포갠다. 수수깡을 이용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달불이콩 12알을 넣은 후 대나무를 포갠다. 수수깡을 이용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 하주성

선조들은 하늘만 바라보지는 않았다

우리는 흔히 이런 말을 한다. 예전 선조들은 일 년 동안 농사를 지으면서, 그저 대책 없이 하늘만 바라보고 농사를 지었다고.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인식이다. 적어도 우리 선조들은 일 년 동안 농사를 지으면서 하늘만 보고 탓을 하지는 않았다. 정월이 되면 수많은 풍속 중에 풍농에 대한 풍속이 거개이기 때문이다.

달불이도 그 중 하나이다. 일 년 동안의 비가 많이 오는 달을 미리 헤아려, 가뭄에 대비도 하고 물이 넘칠 것을 미리 알아본 것이다. 혹자는 그런 미개한 방법으로 무엇을 알 수가 있겠느냐고도 하겠지만, 옛 어른들의 말씀을 들어보면 그다지 틀리지 않았다고 말씀들을 하신다.

달불이 정월 열나흩날 밤에 우물이나 웅덩이, 커다란 독에 대나무를 넣었다가 대보름 새벽에 꺼내 콩이 불어난 것을 보고, 그 해의 달마다 강수량을 미리 예견한다.
달불이정월 열나흩날 밤에 우물이나 웅덩이, 커다란 독에 대나무를 넣었다가 대보름 새벽에 꺼내 콩이 불어난 것을 보고, 그 해의 달마다 강수량을 미리 예견한다. ⓒ 하주성

열두 알의 콩알이 일 년 농사를 지을 때, 꼭 필요한 것들을 알려준 것이다. 열두 알 중 세 번째와 다섯 번째 콩이 많이 불었으며, 그 해는 3월과 5월에 비가 많이 온다는 것이다. 일곱 번째 콩이 많이 불지 않았으면, 7월에는 가뭄이 심하게 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듯 간단한 콩과 수수깡 혹은 대나무를 갖고 일년의 강수량을 미리 점칠 수 있는 달붙이는 어떻게 보면 우리의 아름다운 풍속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정월에 보이는 많은 풍속 중 하나인 달불이. 이제는 그렇게 농점을 보는 곳은 없지만, 요즈음처럼 일기가 불순할 때는 달불이로 다시 강수량을 예견해 보고 싶어지기도 한다. 옛 선조들처럼.


#달불이#농점#콩#대나무#정월 대보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