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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북한과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20일 '국론 분열'에 대해 언급했다. 위태로운 안보정국과 '국론분열'을 연계한 발언이었다.

대통령은 행정안전부 새해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우리가 국방력이 아무리 강하고 우월해도 국론이 분열되면 상대(북한)은 그것을 활용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튼튼한 안보라는 것은 튼튼한 국방력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최상의 안보는 단합된 국민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국론이 분열이 안보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는 주장이다.

맞다. 사회갈등과 국론분열은 안방에 침투한 '막강한 적군'과 같다. 강대한 제국을 건설했던 나라들도 외세의 침략보다 국론분열과 민심이반 때문에 망한 경우가 훨씬 많았다.

대통령의 말이 지당하다. 하지만 자신과 정권의 모습을 제대로 돌아보지 못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 3년은 말 그대로 사회갈등과 국론분열의 연속이었다. 게다가 안보위기까지 겹치며 민심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요동치고 불안해하고 있다.

현 정권 들어 사회갈등과 국론분열이 심각했던 대표적 사건 몇 가지만 보자. 대통령과 정부가 갈등을 촉발시키고 분열을 조장한 경우가 태반이다.

1. 쇠고기 국론분열: 
쇠고기 수입, 소통 없는 정권에게 국민이 촛불 들고 분개해, 그러나 정권은 촛불 잠재우려 '색깔론', '배후론' 주장 국론분열 키워

이명박 정권이 출범하자마자 미국정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미국산 쇠고기 전면개방을 주장하고 나섰고, 정부는 미국 측의 수입개방 촉구가 있은 지 1개월 후 국민과 아무런 소통 없이 미국과 쇠고기 수입조건 개정협상을 재개한다. 협상 불과 1주일 만인 2008년 4월 18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 연령제한을 해제하는 등 사실상 '전면개방'에 합의한다.

정부의 일방적 결정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촛불을 들고 모이기 시작했다. 국민을 무시한 정권을 향해 '국민의 힘'을 보여준 촛불집회는 그 순수성이 정권에 의해 호도되면서 엄청난 국론분열을 가져온다. 촛불을 무슨 돈으로 샀겠느냐, 북한 김정일 정권이 도와준 것 아니냐는 기가 막히는 유언비어와 좌우 색깔론으로 촛불을 잠재우려 했지만 정부여당은 마침내 촛불 앞에 무릎을 꿇는다.

커지는 촛불을 보고 정부가 급해졌다. 미국정부에 '촛불집회' 사진을 보여주며 재협상을 읍소했다.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하게 된다. 결국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은 차단됐고 한국정부의 검역권도 일부 제자리를 찾는다. 특정위험물질(SRM) 이외에 뇌, 눈, 척수, 머리뼈도 수입이 금지된다.

두려웠던 '촛불'이 일단 잦아들자 정부는 광우병 위험성을 보도했던 MBC PD수첩과 집회에 참석한 국민들을 사법처리하겠다고 검찰을 동원한다. 불법집회 혐의로 1600여 명이 체포돼 1000여 명이 기소 당하고 70여 명이 구속됐다. 또 촛불을 들게 한 '특정세력'이 있다며 '촛불집회'에 참가한 대부분의 국민은 이들 '특정세력'에 이용당한 것이라는 해괴한 주장도 폈다.

하지만 만천하가 '촛불'을 통해 확인한 것이 있다. 정권의 오만과 독선이 지나치면 국민은 언제든지 '촛불'을 들 것이라는 것과 '촛불'은 곧 국민이기에 반드시 승리한다는 사실이다.

2. 세종시 국론분열: 
국민과의 약속을 깬 대통령으로 인해 빚어진 엄청난 국론분열이었다.

세종시 수정논란은 어땠는가. 여야가 국회에서 합의했고 이 대통령도 수십 차례 약속했던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였다. 하지만 대통령의 갑작스런 반대로 수정 논란에 휩싸이게 된다. 말이 '수정'이지 사실상 정부부처 이전을 백지화 하는 것으로써 원안 무효나 다름없었다.

반대 여론이 비등했다. 여당조차 '친박'과 '친이'로 나뉘어 한쪽은 원안을, 다른 한쪽은 수정안을 주장했다. 1년 동안 지속된 세종시 무효화 찬반 논쟁은 전국민을 찬성과 반대, 두 토막으로 나누고 말았다. 영호남 갈등, 빈부의 갈등 등 전통적 갈등에 '수도권과 비수도권 갈등'이라는 '신종'을 출현시키며 국론분열을 부추겼다.

3. 4대강 국론분열: 
밀어붙이기식 사업, 불도저와 포클레인으로 국민의 뜻 갈아엎으려는 오만이 엄청난 갈등을 야기시키고 있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한 국론분열도 매우 심각한 상태이다. 애초부터 국민의 70% 이상이 정부방식의 4대강 사업에 반대했다. 하지만 정부는 홍수예방, 수량확보, 수질개선 등 치수사업만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 국민의 뜻을 완전히 무시했다.

환경영향평가 등 법적절차가 훼손되고 있고, 하천변 환경훼손과 난개발이 우려되는 '친수법'까지 만들었다. 불도저와 포클레인으로 국민의 뜻을 신속히 갈아엎으려 안달이난 공사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사회갈등과 국론분열은 매우 심각하다. 조상이 물려준 자연과 영원히 지켜내야 할 우리의 국토를 앞에 두고 국민이 찬성과 반대의 두 패로 나뉘는 웃지도 못할 참으로 기막힌 해프닝이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

4. 한미FTA 국론분열: 
밀실정치의 전형 '한미FTA', 재협상 약속 '언제 그랬냐'는 식. 천안함, 연평사태가 만든 재협상, 국민은 FTA보다 정부가 더 밉다. 

한미FTA 재협상 결과 기존협상에 비해 약 3조 8천억원 손해를 본 셈이다.
▲ 한미FTA 재협상 결과 기존협상에 비해 약 3조 8천억원 손해를 본 셈이다.
ⓒ MBC PD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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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국민은 철저히 소외당했고 무시당했다. 국민은 없고 정권만 있는 꼴이었다. 집권을 했으니 협상권도 국민들로부터 위임 받은 것이고 그러니 정부 멋대로 협상할 수 있다는 궤변을 앞세워 '밀실회담'을 했다.

협상 결과를 두고 다른 분야에서는 좀 밀렸지만 자동차 분야에서 엄청난 것을 얻어냈다고 자랑했다. 자동차가 FTA의 90% 이상을 차지한다며 정부는 자화자찬에 바빴다.

"점 하나, 콤마 하나 고치지 않을 것"이라며 "재협상이나 추가협상은 결코 없다"고 큰 소리 떵떵치던 정부가 천안함 사태로 안보를 저당 잡히더니 연평사태 한복판에서 미국과 비밀리에 재협상을 벌였다. 자동차 분야에서 치욕적인 양보를 해주고도 협상대표는 개선장군 같았고, 대통령은 '윈윈이다', '아주 잘된 협상'이라고 평가해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한미FTA에 대한 찬반여론이 서로 각을 세우고 대립하는 형국이다. 심각한 국론분열 양상을 띠게 된 데에는 대통령과 정부의 책임이 크다. 정부가 국민을 따돌린 채 '일단 밀어붙이고 보자'는 식으로 국가 경제의 중대사를 주물렀다는 배신감이 국민정서에 깔려 있다. 이런 것이 반대여론을 더욱 첨예화시키고 있다.

5. G20 정상회의 국론분열: 
턱 없는 효과 부풀리기, 지각 있는 시민들에게 원성을 산 정부

G20정상회담 경제효과 정부와 국내연구기관은 수십조 이상의 경제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 G20정상회담 경제효과 정부와 국내연구기관은 수십조 이상의 경제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 MBC PD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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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정상회의, 절대 나쁠리 없는 행사다. 가만히 있어도 '수고했다' 정도의 인사는 받을 수 있을 텐데 정부는 회담의 가치를 과대포장하기 위해 혈안이 됐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일자리 11만개, 소나타 100만대, 30만톤 유조선165척에 해당하는 21조 이상의 경제효과가 있다고 주장했고, 관변단체인 한국무역협회는 무려 450조원의 경제적 효과가 있다는 황당한 주장을 펴 국민들을 현혹시켰다.

G20정상회의는 일년에 두 차례 열린다. 단 한차례의 회담이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이나 월드컵의 경제효과 그 이상 일 수 있다는 정부의 주장은 허황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 북경 올림픽은 대략 30조원, 남아공 월드컵은 4조원, 벤쿠버 동계올림픽은 15조원 정도의 경제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 단 한차례의 회담으로 북경 올림픽의 15배, 월드컵 축구의 110배에 해당하는 경제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니 어찌 황망하지 않겠는가.

단 한차례 회담으로 올림픽의 15배, 월드컵의 120배 경제효과라니?

G20정상회담 경제효과 토니 클라크 캐나다 폴라리스 연구소장
▲ G20정상회담 경제효과 토니 클라크 캐나다 폴라리스 연구소장
ⓒ MBC PD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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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보다 5개월 앞서 G20회의가 열렸던 캐나다의 경우를 보자. 어제(21일) MBC PD수첩이 토니 클라크 캐나다 폴라리스 연구소장과의 인터뷰를 방송했다. '캐나다 G20정상회의의 경제효과가 어떠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클라크 소장은 "G20회담 개최를 통해 생길 수 있는 경제적인 효과를 보여주는 증거는 거의 없다"고 답했다. 캐나다 토론토 대학은 G20 경제효과가 1049억 원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G20회담의 효과를 잔뜩 부풀려 상황을 직시할 수 있는 '지각 있는 국민들'로부터 크게 원성을 샀다. 국민의 원성은 곧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나타나고 이것이 바로 국론분열로 이어지는 법이다. 회담 하나 개최하면서 국론분열까지 조장하다니 참 어처구니 없는 정부다.

6. 안보사태로 인한 국론분열: 
천안함, 연평사태 정부의 솔직하지 못한 태도가 국론분여 부추겨

이뿐만이 아니다. 천안함 사태 때 정부는 어떠했는가. 초반부터 말을 바꾸고, 사실을 비틀어 말하고, 진상을 은폐하는 등 당연히 져야 할 책임을 회피하려는 작태가 난무했다. 답답한 나머지 진실을 알자고 요구하면 '알 필요 없다'는 식이었고, 이건 왜 이러냐고 따지기라도 하면 북한을 편드는 종북주의자라고 매도했다. 천안함 사태를 두고 빚어진 정부 불신과 국민 갈등 역시 정부의 솔직하지 못한 처사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에게 "최상의 안보는 단합된 국민의 힘"이라고 말하며 국론분열을 경계했다. 국민에게 단합하라고, 분열되지 말라고 말하기 전에 대통령이 먼저 자성해야 할 게 많다.

국민과 소통 없이 일을 밀어붙여서는 안된다. 국민과 이미 약속된 일을 대통령의 독단으로 방향을 틀거나 약속을 깨서도 안된다. 4대강의 경우처럼 국민의 뜻을 꺾으려 해서도 안된다. 국민을 무시하고 소외시켜서도 안되며 정권의 입맛에 맞도록 사실을 곡해해서 국민을 현혹시켜서도 안된다. 이 모든 것들이 국론분열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을 탓하지마라.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국론분열의 원인이 우선 누구에게 있는지 깨닫기 바란다. 대통령과 정부가 국론분열의 '주범'이다


#국론분열#사회갈등#4대강사업#촛불집회#한미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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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시사 분야 개인 블로그을 운영하고 있는 중년남자입니다. 오늘은 어제의 미래이고 내일은 오늘의 미래입니다. 그래서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미래를 향합니다. 이런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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