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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가 워싱턴 D.C 무역대표부 회의실에서 만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회담에 들어가기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 5월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가 워싱턴 D.C 무역대표부 회의실에서 만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회담에 들어가기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미FTA 재협상 결과를 놓고 논란이 분분하다. 특히 이를 두고 정부 측은 '이익의 균형', '윈-윈' 또는 '잘된 협상'이라고 보고 싶은 모양이다. 굳이 그런 희망이야 어쩔 수 없겠지만, 사실이 그런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그렇다면 이번 재협상을 통해 양측은 각각 얼마를 얻었는지 한 번 따져 보자.

먼저 자동차의 경우 2.5% 관세 즉시 철폐의 경제효과에 대해 2007년 산업연구원은 8.1억 불, 약 1조 원으로 추산한 바 있다. 그렇게 보면 이번 즉시철폐가 4년 연장됨에 따라 기대이익이 4조원 감소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 기간 동안 우리 측의 수입관세 8%가 4%로 감축되어 4%의 이익이 있지만 미국차의 수입량이 미미하기 때문에 큰 영향이 없다.

2007년 한미FTA 자동차협상은 미국의 수입관세 3000cc 이하 2.5 % 즉시 철폐, 3000cc 이상 3년 뒤 철폐와 우리 측 수입 관세 8% 즉시 철폐에 비관세 곧 세제·환경·안전·신속분쟁해결절차(스냅백 포함) 등이 교환되는 구조였다.

하지만 2010년 재협상을 통해 미국은 2.5% 관세 철폐를 5년차로 연기하고 비관세 부문에서 덤으로 다수의 요구를 제기한다. 이중 안전, 연비·배기가스 기준과 관련해서는 특혜 범위를 안전기준의 경우 기존 6500대에서 2만5000대까지 4배로 확대해 주었다. 향후 수입량이 한도에 접근 시 추가수용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연비·배기가스의 경우 4500대 이하 제작사에 대해 2012∼2015년까지는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되, 2016년 이후에 대해서는 그 구체 문안을 협의하기로 했다.

그동안 국내외 언론에서 언급된 자동차 관련 사안에는 원산지규정 중 국내산 부품비율을 올리는 문제, 관세환급조항, 트럭에 대한 스냅백조항 적용 문제와 대표적인 불평등 독소조항 가운데 하나이자 이미 투자관련 부속서에 들어가 있는 '피청구인 입증책임' 등이 있다. 하지만 최종협정문이 나와야 대부분 우리에게 유리할 일이 없는 이 조항들의 향방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보자면 2007년 협정문에 따른 자동차세·특소세 개편으로 인한 연 4000억 세수 감소, 기존의 환경 및 안전기준을 대폭 확장해준 2010년 재협상을 통한 미 자동차업계의 추가적 경비절감 효과, 특별 세이프가드등 제도변경을 통한 경제효과 등도 미국이 FTA 자동차협상을 통해 거둔 실익에 포함되는 것이 맞다.

예컨대 환경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07년 협정문 상의 배기가스 기준 유예를 통해 미국 측이 연 104억 정도의 이익을 가져갈 것이라고 한다. 이 모든 것을 정확히 계산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단순히 관세철폐 연기만이 아니라 한국의 비관세장벽의 해체를 통해 막대한 실익을 거둘 것이라는 점이다.

약속한 1만5000개 '전문직 비자 쿼터'는 어디 갔나

이번 재협상 결과로 정부 측은 2007년 협정문 상으로 협정발효와 무관하게 2014년 1월 1일 자로 관세 철폐하도록 되어 있던 돼지고기 품목 냉동 기타(목살·갈빗살 등) 1개 품목 (관세 25%)에 대해 2년 연장했음을 내세운다.

정부 측 자료에 따르면 동 품목은 우리의 대미 냉동 돼지고기 총 수입액 1.8억 불 (2007~2008 평균) 중 93.7%(1.7억 불)를 차지한다. 그래서 2년 연장에 따른 관세철폐 양허표상의 실익은 위 평균치 1.7억 불에 아래 (2)-(1)을 모두 합한 16.3%를 곱한 수치로 표현될 수 있다. 즉 1.7억불 X 0.16 = 2550만 불, 현 기준환율로 약 293억 원이 된다.

[표1] 돼지고기 관세철폐 2년 연장


현행
2012.1.1
2013.1.1
2014.1.1
2015.1.1
2016.1.1
      2007년 협정문(1)
25
16.7
8.4
0


      2010 재협상(2)
25
16
12
8
4
0
      (2)-(1)

0.7
3.6
8
4


그리고 정부 측은 한미FTA 의약품·지적재산권 부문에서 허가특허연계 조항 적용 유예를 협상의 실익으로 들고 있다. 2007년 한미FTA 타결직후 발표된 11개 국책연구기관의 보고서는 허가특허연계 조항에 따른 약가 인상 등 우리의 경제적 피해를 연 367∼794억 원으로 추산한 바 있다. 그래서 이 조항의 3년 유예에 따른 경제적 이익은 그 평균값인 연 580억 원의 3년치를 더한 1740억 원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위에 기초해 이번 재협상의 경제적 대차대조를 작성해 보면 아래 [표2]와 같다. 자동차 비관세부문 철폐에 따른 경제효과를 전혀 산입하지 않고, 또 순전히 정부 측이 지금까지 발표한 여러 통계수치에 근거해서 그 결과를 계산해 볼 때 우리 측은 약 3조8000억 원의 기대이익 상의 손실을 보았다.

[표2] 2010년 한미FTA 재협상 경제효과 비교표


한국
미국

미 자동차 관세 2.5% 즉시철폐 4년 연장
-4조원*

* 2.5% 즉시철폐 경제효과 8.1억불 (약1조)(산업연구원, 2007년)
돼지고기 관세철폐 2년 연장

- 293억원
(1.7억불* x 0.16 = 2,550만불)
*대미 돼지고기 수입총액중 관련품목의 2007 - 2008년 평균치 1.7억불 (출처:통상교섭본부, <한미FTA관련 추가협상결과 상세설명자료>)
허가특허 연계 3년 유예

-1,740억원
(580억원* x 3 = 1,740억원)
*한미FTA경제효과 11개 국책연구기관 분석(2007년), 허가특허 연계로 인한 제약업계 손실 연 367 - 794억원의 평균값

-4조원
- 2,033억원
한국측이 약 3조 8천억 손해

물론 이 대차대조표는 쇠고기 관련 경제효과를 전혀 포함하고 있지 않다. 2003년 광우병으로 수입금지 되기 직전 미국의 대한 쇠고기 수출량은 약 20만 톤, 8.5억 불 수준이었다. 미 축산업계는 이번에 만일 한미 쇠고기 협상이 이루어진다면 그 기대이익을 30개월 이상, 곱창(소장), 가공품 수출 등으로 10억 불, 현행 쇠고기 40% 수입 관세 축소로 10억 불 등 대략 총 20억 불(약 2조3000억 원)로 예상하고 있다. 물론 그 최종 결과는 향후 쇠고기 협상이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알 수 있다.

이 외에 정부 측은 '기업 내 전근자 비자의 유효기간'을 좀 연장한 것을 성과로 들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이는 말이 되지 않는다. 지난 11월 협상에서 일부 언론이 언급한 것처럼 여기서 문제되는 것은 통상교섭본부장이 오래 전에 받아 올 것이라고 약속한 1만5000개에 달하는 '전문직 비자 쿼터'다. 정작 가져올 것은 못 가져온 마당에, 이런 알량한 눈가림용 꼼수로 이것이 대체되리라는 것은 허황되다.

책임 모면 위한 또 하나의 거짓말 퍼레이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5일 오전 외교부 브리핑실에서 열린 한미FTA 재협상 결과발표 기자회견 도중 기자의 질문이 잘 들리지 않는다며 손가락을 귀에 갖다대고 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5일 오전 외교부 브리핑실에서 열린 한미FTA 재협상 결과발표 기자회견 도중 기자의 질문이 잘 들리지 않는다며 손가락을 귀에 갖다대고 있다. ⓒ 권우성

정부 측은 이번 재협상결과를 놓고 "관세 철폐시기가 일부 늦춰졌으나, 금번 추가 협상 시 그동안 우리 자동차 산업 경쟁력 강화 및 부품수출 증대('06년 25.9억 불→'10년 40.8억 불 전망) 등으로 동수준의 수출 증대가 기대"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2.5% 관세 철폐를 5년 뒤로 연기한 것을 놓고도 '현지생산' 증가를 들어 그 영향이 미미하다고 말한다.

내가 3년 전부터 한국 자동차 기업의 미국 내 현지생산비율을 들어 2.5%의 경제효과가 미미하다고 수도 없이 지적했을 때, 이들은 장밋빛 전망만을 들이대었다. 이제 2.5% 철폐 연기의 효과가 미미하다면, 이를 위해 협상 당시 교환된 모든 것은 되돌려받아야 한다.

그리고 자신들의 판단착오와 무개념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이제는 스스로 면목이 없었든지 슬그머니 '부품' 수출을 운운한다. 미국의 부품 관세는 0∼2.5%, 평균 1.5%에 불과하다. 2.5% 관세철폐 연기도 그 영향이 미미하다고 말하면서, 그보다 훨씬 적은 1.5%만으로 '동수준의 수출 증대'를 기대하는 저 후안무치는 또 무언가.

수출과 현지 생산은 대체성이 강하므로 향후 대미 수출은 줄어들 것이다. 최근 대미 자동차수출이 급감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럼에도 한미FTA를 통해 수출이 늘어난다고 말하는 것은 그저 책임을 모면하기 위한 또 하나의 거짓말 퍼레이드일 뿐이다. 이번 재협상은 소 한마리를 닭 한마리와 바꾸고 '빅딜'이라고 우기는 꼴이다. 나는 우리 대다수가 정신적으로 건강하다고 믿는다.

덧붙이는 글 | 이해영 기자는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입니다.



#한미FTA#자동차#재협상#쇠고기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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