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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여 학생들, 런던 중심가에서 격렬한 시위

지난 10일 영국 런던 중심가에서 5만여명의 학생들이 참여한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다. 이들은 런던 지역 대학 학생들로 당초 영국의 전국학생연합(NSU)이 예상했던 2만여 명을 훨씬 넘는 규모여서 당국을 놀라게 했다.

이들은 '교육예산 축소 반대' '대학수업료 인상 반대' 등의 푯말을 들고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와 닉 클레그 부총리를 비난하는 시위를 벌였다.

당초 시위 참가자들의 행진은 평화롭게 진행되었다. 그러나 웨스트민스터 보수당 건물로 향하던 학생들이 런던 중심가에서 경찰과 충돌하여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오후 무렵 급기야 성난 학생 시위자들은 보수당 건물에 진입하여 플래카드에 불을 지르고 빌딩 창문을 부수기도 했다.

전국학생연합 지도부에 따르면, 이번 시위로 보수당 본부가 있는 사무용 건물 뒤에서 34명이 경찰에 체포되었으며 14명의 부상자가 발생하였다고 하였다. 경찰은 17세 학생을 폭력 혐의로 체포하는 등 시위 이후 지금까지 57명의 학생들을 체포하였다고 발표했다.

학생들의 대규모 집회시위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에너지장관 크리스 휸이 런던정경대학에서 연설하던 중 "대학 수업료 인상에 반대하는 선거공약을 지킬 것"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시위에 맞닥뜨렸고, 옥스포드 대학 방문이 예정되었던 빈스 케이블 기업부 장관의 방문이 취소되는 등 대학 수업료 인상 반대를 둘러싸고 각 대학은 이미 대규모 시위에 대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었다.

정부, 대학 수업료를 최대 3배까지 인상 방침

전반적으로 영국 대학의 재정 수입구조는 대학원생과 해외 학생들로부터 받는 수업료(29%)와 정부 기금(35%), 그리고 자선기관이나 기업 등 다양한 기관으로부터 받는 연구보조금, 기부와 투자로 형성된다.

스코틀랜드를 제외한 잉글랜드, 웨일즈, 북아일랜드의 현재 대학 1년 수업료는 £3,290가 상한선으로 정해져있다. 따라서 영국의 각 대학은 한 명의 학생을 가르치기 위한 비용으로 1년에 대략 £3,000의 수업료와 정부기금 형태로 주어지는 기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의과대학과 과학분야 학과는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최근 영국 정부는 대학 지원예산 가운데 대부분의 티칭 예산(강의, 학과목 그룹 튜터, 학생 상담, 연구, 행정 명목의 비용)을 삭감키로 결정했고, 그런 가운데 최근 캐머런 총리는 현재 자국의 학생들에게 수업료 상한선으로 정해져있는 £3,290를 폐지하여 영국의 각 대학들이 2012년 9월 학위과정을 시작하는 학생들부터 £6,000 ~ £9,000 부과하는 것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현 수준의 거의 세 배까지 등록금을 내야하는 것이다.

정부의 이러한 결정으로 옥스퍼드, 캠브리지 대학을 포함한 영국의 상위 20개 대학(러셀그룹)들은 대부분 학위과정에 높은 수업료를 부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3분할로 납부하던 대학수업료 납입 방법 또한 2010년부터 2분할 납입으로 변화된 것도 최근 영국 대학(기자가 다니는 노팅험대학)에서 나타나고 있는 변화이다.

수업료 대폭 인상 누가 제안했나

최근 정부의 대학 수업료 인상 발표는 불과 수 개월 전 브라운위원회에서 발표된 '브라운 리뷰'에서 기인하고 있다. '브라운 리뷰(Browne Review)'는 영국 대학의 향후 교육예산 방향을 논의 숙고하는 위원회이다.

브라운위원회는 2009년 9월 9일 노동당 정부 아래에서 조직되었으며 영국 석유회사인 BP 전임회장인 로드 브라운이 현재 의장을 맡고 있다.

위원회는 "대학 수업료를 2013년부터 수년 동안 매년 £1,000씩 올려야 한다"고 제안하였고, 특히 "옥스퍼드 대학이나 캠브리지 대학의 경우 학생들에게 1년 £7,000를 부과해야 하며 과학분야의 경우 £14,000까지 부과해야 한다"고 했다.

놀라운 사실은, 위원회의 이같은 전망과 권고가 발표된 후 얼마 되지 않아 위원회의 제안이 정부에 의해 현실화되었으며 대학의 거의 모든 전공에 대한 티칭 예산 폐지와 2014-15년까지 대학 비연구예산의 40%, 즉 £2.9bn 삭감이 발표됐다.

<선데이타임즈>에 따르면, 브라운은 "대학이 학위과정에 소요되는 충분한 비용을 학생들에게 부과할 수 있도록, 대학생 수업료에 대해 자유시장(free market)을 창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반적으로 영국 대학에서 일반 학위에 소요되는 한 학생당 1년 비용은 대략 £4,300인데, 현재 수업료 상한선 £3,290로는 감당할 수가 없다는 설명이다. 또한 졸업 후 학자금 대출을 상환하는 조건이 너무 관대하다는 것이다.

옥스퍼드대학 총장 로드 패턴 역시 "현재 수업료는 비상식적으로 낮다. 영국의 대학교육이 세계수준으로 남으려면 인상되어야 한다"고 <가디언>에 밝혔다.

선거 전에는 "수업료 인상 없다"고 공약해놓고...

 지난 15일 런던에서 열린 한 연회에서 연설하고 있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지난 15일 런던에서 열린 한 연회에서 연설하고 있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 EPA=연합
지난 5월 총선거 전 보수당은 브라운의 제안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으나 닉 클레그 부총리의 자유민주당은 "향후 6년간 대학 수업료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선거공약을 발표했다. 즉, 현 연합정부의 기업부 장관 케이블과 부총리 닉 클레그를 포함한 자유민주당의 모든 의원들은 어떤 형태의 수업료 인상에 반대한다는 사전선거 공약에 서명하였다.

부총리 닉 클레그는 ITV1의 '데이브레이크' 인터뷰에서 "수업료 인상에 반대하는 서명을 한 것을 후회하며 좀 더 조심히 행동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라며 선거전 공약에 대해 한발 물러서는 답변을 하였다.

법이 시행되면 2012년 9월 학위과정을 시작하는 학생들은 새로운 법 적용을 받게되며 또한 2011년 대학을 지원하지만 2012년까지 입학허가를 연기하는 학생들 역시 오른 수업료 적용을 받게 된다. 따라서 새로운 제도가 시행되기전 많은 학생들이 2011년 대학 입학허가를 받기위해 서두를 것으로 여겨진다. 2012년 전에 학위과정을 시작하는 학생들은 별 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다.

현재 영국 학생들은 졸업과 취업 후 그들의 수입이 £15,000를 넘지 않으면 학자금 대출상환 대상이 되지 않는다.("우리는 학자금 대출 이자율 0%예요") 그러나 브라운은 대학 수업료 인상으로 상환액 기준 역시 현행 £15,000에서 £21,000로 상향조정될 것이라고 한다.

현재 1.5%인 이자율 또한 상승될 것이며 상환에 따라 점점 낮아지는 이자율 제도로 이자율은 £21,000의 0%에서 £40,000이상 소득시 인플레이션 상황을 고려하여 3%까지로 높아질 것이다.

 낮은 이자율과 긴 상환기간의 학자금 대출제도에 큰 도움을 받던 영국 대학생들이 정부의 수업료 인상계획에 큰 반발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영국의 한 대학 캠퍼스.
낮은 이자율과 긴 상환기간의 학자금 대출제도에 큰 도움을 받던 영국 대학생들이 정부의 수업료 인상계획에 큰 반발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영국의 한 대학 캠퍼스. ⓒ 김용수

학부모 "자식이 대학가는 게 겁나요"

랭카스터 기업에서 기술적 서비스 매니저로 근무하는 마이크는 이미 대학에서 범죄학과 심리학을 공부하고 있는 그의 첫번째 딸 로라를 지원하는 것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2012년부터 대학 수업료 상한선을 3배까지 올리는 것에 굉장히 두려워하고 있다. 그는 두번째 딸인 홀리가 아예 대학에 갈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정부의 대학 수업료 인상은 내 딸이 대학가는 것을 취소하거나 그만두게 할 것이다. 대학이 부유한 사람들만 보호하는 곳이 될까 우려된다."

자유민주당의 청년회장 마틴 세이플란드는 "현재의 빚도 이미 학생들에게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는데 정부의 대학 수업료 인상은 많은 다른 사람들에게 대학가는 것을 미루도록 하고 있다"고 정부의 방침을 비판했다.

전국학생연합은 정부의 계획을 "난폭하다"고 논평하였으며 회장인 아론 포터는 5월 총선거 이전 어떤 형태의 수업료 인상에도 반대한다는 자유민주당 의원들의 공약을 언급하며 정부가 수업료 인상으로 가는 것은 그들 스스로 "부끄러워 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오는 24일을 시위의 날로 정하여 영국 전역의 대학 캠퍼스에서 동맹파업의 물결이 있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영국 대학#수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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