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3일 백악관에서 열린 중간선거 결과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대한 답변을 마친 후 단상을 떠나고 있다. 전날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은 공화당에 참패하며 하원 다수당 지위를 내줬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3일 백악관에서 열린 중간선거 결과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대한 답변을 마친 후 단상을 떠나고 있다. 전날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은 공화당에 참패하며 하원 다수당 지위를 내줬다. ⓒ AP=연합뉴스

Ⅰ. 퇴조기 미국의 정치세력들의 동요와 모순

 

혁명적 시기의 일주일은 일상적 시기의 십년과 같다는 금언이 부쩍 생각나는 시기이다. 세계적 대전환의 시기답게 매일 아침 뉴스는 미국의 퇴조와 중국의 부상에 대한 기사거리로 넘쳐흐른다. 오늘 아침만 해도 미국의 양적 완화조치에 대한 중국의 냉소, 새 금본위제 도입을 제안하는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의 놀라운 발언 등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그토록 평평한 글로벌 세계와 강한 자유주의적 미국에 대한 낙관주의를 설파하던 세계적 대기자 토마스 프리드만은 요즘 풀이 죽어 심지어 신속하고 권위적으로 문제를 결정하는 중국 정치 시스템을 부러워하기까지 한다. 그는 이제야 자신이 칭찬하던 부시의 이라크 침공이 얼마나 퇴조기 미국의 낙하를 가속화시켰는지를 깨닫고 있는 중이다. 프리드만의 좌절감을 이해하려면 이번 중간 선거의 양상과 결과를 보면 충분하다. 퇴조기 국가의 특징은 정치세력들이 도대체 자신들이 역사 속 어디에 있는지의 시대적 감을 잃거나 소극으로 일관하는 것에 있다. 

 

물론 현 오바마 대통령은 퇴조기 미국이 택할 수 있는 최고의 카드이다. 전임자 부시는 자신이 제국 상승기의 테오도르 루즈벨트 대통령인 줄 알고 이라크를 침공했다가 미국에 끔찍한 재앙을 낳고 말았다. 그에 비하면 오바마의 절제와 겸손, 소프트 파워 중시의 행보는 퇴조기 미국이 취할 최선의 행보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제국 상승기의 프랭클린 루즈벨트처럼 영광을 누릴 수 없음을 아직 깨닫지 못했다. 나는 오바마 집권 초기와 얼마 전 칼럼에서 이를 반복하여 지적하며 그의 운명은 파운드화의 가치와 제국의 힘이 퇴조하는 시기에 의료보험 개혁을 완수하고 망가진 영국의 윌슨 노동당 총리와 유사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는 실업률이 기대한 만큼 떨어지지 않고 공화당은 극단적 시대착오의 반대로만 일관하자 좌절감에 빠져 있다.

 

공화당은 아직 새로운 보수주의 비전가가 탄생하지 않고 경박한 참주선동가들만 득실댄다. 지난 10월 유에스에이투데이와 갤럽 조사에서 71%의 유권자들은 지금 경제난이 부시 전 대통령 때문이라 응답한 바 있다. 하지만 공화당 지도부는 얼굴색 하나 안 바꾸고 태연하게 작은정부론, 부자감세론 등 낡은 레코드를 만병통치약으로 틀어대고 있다. 정작 교과서의 저자인 알랜 그린스펀 연방준비위 전 의장이나 데이비드 스토크만 전 예산국장(레이건 혁명의 설계자)은 교과서를 폐기하였는데 말이다. 이제 선거에서 이겼으니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라는 요구에 그들은 오바마를 단임 대통령으로 주저앉히는 것이 대안이라고 은밀하게 선동하고 있다.

 

미국 건국의 시조들이 마지막 지혜의 보루로 생각한 대법원은 퇴조기 국가답게 미국의 몰락을 저지하기는커녕 가속화 시키고 있다. 지난 1월 대법원은 금권선거를 개혁하기는커녕 기업의 정치광고 제한 족쇄를 풀어 주었다. 그 결과 신자유주의의 달콤한 마약에 취했던 기업들은 막대한 정치자금을 공화당에 쏟아 부었다. 이에 힘입어 사회연금의 민영화 등 노골적인 기업국가를 추구하는 폴 라이언 티 파티 지원 후보 등이 득의양양하게 당선되었다.

 

퇴조기의 유권자들이 보이는 병리현상도 이에 못지않다. 많은 유권자들은 놀라운 기억상실증과 환상 속에서 선거에 임했다. 그들은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프랭크 리치의 냉소적 지적처럼 단지 8%만이 오바마가 국민 95%에게 세금을 감면해 주었음을 기억한다. 오바마에게 등을 돌린 유권자들은 그가 어떻게 미국을 대공황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방지했는지, 경기부양책으로 330만 일자리를 유지했는지 별 관심이 없다. 출구조사에서 3분의 2의 유권자들은 경기부양책이 유해하거나 별 효과가 없다고 냉소를 퍼부었다.

 

기억상실은 사실 왜곡과 동시에 진행된다. 유권자 다수가 혐오하는 부실 자산 정리 법안은 오바마가 아니라 부시 전 정부와 공화당 의회의 작품임을 그들은 쉽게 왜곡한다. 과도한 정부 개입의 전형적 사례로 목소리를 높이는 정부의 은행 인수는 소위 작은정부론의 수호자 행세를 한 부시 정부와 공화당의 합작품임도 잊었다.

 

항상 적자에 민감하고 불안한 중도 유권자는 더 급진적 경기부양책으로 수혈이 필요한 시점에서 차갑게 오바마에게 등을 돌렸다(55 대 40). 특히 중도층의 핵심인 백인노동자층은 지난 6일 AP 조사에서 이미 지난 대선에 비해 두 배로 공화당 지지율이 증가한 바 있다(11%에서 22%로). 이들은 이번 공화당 혁명의 진원지인 중서부의 오하이오, 인디애나, 아이오아 등에서 공화당 혁명을 주도했다.

 

진보적 유권자들 중 일부는 공적 보험이 제외된 누더기 의료보험 개혁안처럼 겨우 이런 미적지근한 중도 법안들을 위해 지난 대선에서 그 난리를 피웠는가 허탈해하며 오바마의 참패를 수동적으로 지켜보았다. 상대적으로 오바마 브랜드의 대선과 달리 정당 지지자 중심의 중간선거이기에 CBS 출구조사에서 18-29세의 유권자 비율은 대선의 18%에 비해 10%로 줄어들었고 핵심 지지층인 흑인도 3% 감소되었다. 결국 오바마, 공화당, 유권자층들의 비틀거림은 퇴조기 미국은 급진적 정치시스템 개편이 필요하다는 프리드만의 공허한 한탄의 의미를 다시 한 번 확인해준다.

 

Ⅱ. 왜 그토록 참패했는가?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물론 많은 언론에서 지적하듯이 중간선거는 집권당 의 무덤이기에 패배는 예견되었다. 1994년 클린턴 전 대통령은 당시 최악의 참패로 46년간의 다수당 지위를 잃고 하원에서 무려 54석을 상실하고 공화당 상하원 시대에 잠시 지배되기도 했다. 그에 비하면 상원을 건졌으니 민주당으로서는 다행이기도 하다.

 

하지만 38년 이래 최대인 61석의 하원 패배는 충격적이란 표현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공화당이 상원에서 티 파티가 지원하는 비주류 후보들 선정에 더 신중했다면 상원도 넘어갔거나 최소한 헨리 리드 상원 원내대표를 낙마시킬 가능성이 컸다. 만약 상하 양원이 공화당 지배로 넘어갔다면 사실상 의원내각제 총리 주도하의 국정운영과 유사한 상황이 될 수도 있었다. 따라서 패배 다음 날 기자회견에서 오바마는 리더십은 단지 법안이 아니라 설득의 문제임을 망각했다고 반성문을 제출하였다.   

 

하지만 이미 모두가 오래 전 알고 있었듯이 대패는 예정되어 있었다. 94년 클린턴의 상하 양원 참패시 실업률이 겨우(!) 5.6%임을 고려할 때 9.5%의 실업률에서 참패는 지극히 당연하다. 워싱턴 포스트의 10월 25-28일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의회가 일자리를 잘못 다루었다고 보는 응답자가 거의 4분의 3을 차지하는 것에서 충격적 패배는 이미 예정되었다. 여기에 하원의장 펠로시는 좋은 선동의 소재를 제공해주었다. 비록 탁월한 집행력으로 오바마 개혁을 완수했지만 그녀의 이미지는 소위 명품백 든 리무진 리버럴의 스테레오 타입에 딱 맞았다. 유권자들은 비유하자면 오렌지 진보 386 대신에 홍준표식 서민 보수인 베이너 하원의장 내정자를 선택한 셈이다.

 

놀라운 것은 오바마의 집권 초기 결단이다. 조나단 알터 기자의 오바마 1년 추적 단행본(The Promise)에 따르면 그는 이매뉴엘, 액셀로드 등 핵심 측근 거의 대부분의 강한 반대를 무릅쓰고 의료보험 개혁추진이라는 결단을 내린 바 있다. 결국 설득에 실패한 이매뉴엘은 이를 성공시키기 위한 전략에 올인 하였다. 그 결과 오늘날 대참패를 불러오고 말았다.

 

과연 오바마는 어리석었는가?  선거 패배 후 민주당내 중도파들은 노골적으로 의료보험 개혁 선택이 치명적 실수라고 비난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오바마의 오류가 마치 클린턴 전 정권이 더 중도적인 사회복지개혁 대신 진보적인 의료보험 개혁을 먼저 시도한 패착과 동일한 오류를 범했다고 지적한다.

 

오바마는 무엇을 생각했던 걸까? 혹시 그는 실업률이 하락해가면서 자신의 의료보험 개혁의 당위성도 설득되리라 믿었던 걸까? 나중에 회고록에서나 진실이 확인될 것이지만 오바마는 비록 정치적 부작용을 알지만 의료보험 개혁을 미루기에는 미국 경제의 경쟁력 악화의 문제가 너무나 심각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로서는 미국 경제의 급속한 회복이 예상되지도 않는데 중간선거 이후로 의료보험 개혁을 미룰 경우 추진력을 영원히 잃어버릴지 모른다는 우려를 했을 것이다. 마치 과거 존슨 대통령이 민권법을 추진하고 나서 남부 백인층을 잃어버렸던 것 같은 정치적 패배와 동시에 정책과 역사의 성공이라는 교훈을 그는 기억하고 있었을 것이다. 

 

필자는 선거후 오바마 때리기의 분위기에 찬성하지 않는다. 케네디의 지적처럼 승리하고 나면 모두가 어버이를 자처하고 패배하고 나면 졸지에 고아가 되는 것이 인생의 법칙이다. 장기적으로는 오바마의 어려웠던 결단이 나중에 역사적 평가를 받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자신의 귀중한 정치적 자본을 경기부양책과 의료보험개혁 대전투에서 너무 많이 써버린 것에 있다. 만약 중간선거 이전 전투에서 이후 미국 경제의 근본 체질 강화를 위한 수술들이 이루어졌다면 문제가 덜 할 것이다. 하지만 극단적으로 반대하는 공화당과의 타협과정에서 수술을 위한 법안들은 누더기가 되었다.

 

이제 정작 미국 경제의 대수술과 글로벌 리더십을 전개해야하는데 남은 2년간 이를 강하게 추동할 정치자본이 거의 바닥난 것이다. 오히려 공화당은 누더기에 불과한 의료보험개혁법안을 마치 북한 봉쇄하듯이 자금줄을 차단하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왜냐하면 출구조사에서 유권자의 56%가 정부가 너무 많은 일을 하려한다고 비판적인 분위기를 표출하는 등 시대의 결이 자신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오바마로서는 분하겠지만 시대의 흐름과 인생이란 한사람이 모든 것을 가질 수는 없는 법이다.      

 

Ⅲ. 그럼 오바마는 잘못한 것이 전혀 없는가?

 

오바마의 참패는 어느 정도 구조적 악조건에 기인한다. 위대한 정치는 위대한 반대자를 전제로 한다. 레이건이 초기에 보수혁명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위대한 반대자인 팁 오닐 민주당 하원의장이 있었기에 가능하다. 하지만 오바마는 불행하게도 위대한 반대자인 콜린 파월 전 합장의장 등 합리적 보수가 아니라 클린턴을 '너희의 대통령'이라 부르고 의원내각제 총리를 자임한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 등을 반대자로 가지고 있다.

 

하지만 핵심적으로는 구조적 악조건이지만 오바마 자체의 전술적 오류도 부분적으로는 참패에 일조한 것은 분명하다. 가장 근원적인 것은 필자가 집권 초기부터 강조해왔듯이 자신이 미국 퇴조기의 대통령임을 선명히 인식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에 있다. 필자가 제발 루즈벨트 자서전보다 차라리 퇴조기 영국 총리 자서전이나 읽으라고 조언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이러한 잘못된 시야 속에서 그의 첫 실수는 기대치 게임 관리에 실패했다는 것에 있다. 기대치 게임이란 유권자들의 기대치를 낮추어 전투에서의 패배 후유증을 최소화함을 말한다. 하지만 오바마는 경제심리 회복을 위해서나 자신의 특유의 낙관주의에 기대어 집권 초기 줄곧 실업율의 조속한 낙하를 공언하였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실업률은 9.5%를 유지하고 있다. 비단 실업률만이 아니라 그는 공화당과의 협조과정에서 미미해진 경기부양책의 효과 등에서도 과장된 기대치를 유지하면서 스스로 참패를 야기했다.

 

폴 크루그만은 11월 6-7일자 칼럼에서 필자와 비슷한 진단을 내리며 최소한 2009년 후반기에는 미적지근한 경기부양책이 효과가 없음이 분명해졌는데 여전히 오바마는 자신의 이전 관점에 매달렸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마 그로서는 과학적 수치를 제시하며 실업율과 경기부양책의 효과를 강변한 측근 경제학자들 핑계를 대겠지만 결국 안이한 판단의 최종책임은 자신이 역사 어디쯤에 서있는가를 선명히 인식하지 못한 자신에게 있다. 뒤늦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모든 것은 시간이 걸린다며 담론 지형을 바꾸고자 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또 하나 중요하게 지적할 문제는 보수적 포퓰리즘과의 투쟁에서 미숙했다는 사실이다. 공화당이 구사한 보수적 포퓰리즘은 노무현 정부를 무너뜨린 조선일보가 종합부동산세의 공격에서 탁월하게 구사한 것과도 유사하다. 즉 서민과 보통사람의 이름으로 정부의 개혁안을 특권세력의 것으로 낙인찍는 전술을 말한다. 공화당 지도부는 부실자산 처리, 금융법 개혁, 의료보험 개혁에 대한 논쟁 과정에서 오바마 정부를 서민과 보통사람이 아니라 펠로시 하원의장처럼 진보 엘리트의 당파적 아젠다의 도구로 낙인찍는데 성공했다. 일반 서민들의 눈높이에서 보면 위기를 야기하고 나서도 보너스 잔치나 하는 대마불사의 거대 독점금융을 위해 특급소방수로 일하는 오바마는 불편함을 야기한다.

 

타임지 조 클라인 기자의 지적처럼 반대로 오바마의 훌륭한 입법 성과(예를 들어 95% 국민들의 세금감면 혜택이나 26살까지 부모의 의료보험 혜택을 수혜)는 효과적으로 알려지지 못했다. 바로 이 틈을 비집고 공화당은 효과적인 보수 포퓰리즘을 구사했고 이는 기억상실증에 빠진 유권자들에게 매력적으로 어필했다. 그래서 프랭크 리치 저널리스트는 보너스 잔치의 법리적 해석을 따지고 있는 점잖은 오바마는 추상같은 검사의 유전자가 없는 것 아니냐며 한탄하고 있다. 오바마로서는 억울하고 황당하겠지만 오늘날 경제 위기의 일등공신(민주당은 조연)인 공화당과 이를 후원하는 기업을 통해 오바마에게 포퓰리즘적 분노를 유권자들은 표출했다. 그리고 이는 결국 오늘날 위기의 원죄인 공화당을 강화하면서 향후 위기 악화의 씨앗을 뿌린 셈이다. 마키아벨리의 고전적 표현을 빌자면 유권자들은 스스로 자신의 지반을 해체하기 위한 실천에 나선 셈이다.

 

Ⅳ. 비생산적 2년이 기다리고 있다

 

공화당은 선거의 승리 이후 다시 보수주의 혁명을 위한 담론 투쟁에 돌입했다. 즉 작은 정부, 부자 감세론 시대의 새 막을 열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하지만 파리드 자카리아가 GPS 프로그램에서 지적하듯이 레이건 혁명, 깅그리치 혁명, 부시 혁명 등의 이전 보수혁명은 모두 끔찍한 재난으로 귀결되었다. 더구나 이 보수혁명의 설계자인 데이비드 스토크만이 이제 적자만 늘린 레이건 혁명은 그만하자고 목에 핏대를 세우고 있다.

 

산전수전을 겪은 공화당 지도부도 열정에 충만한 티 파티 출신 후보들과 달리 새로운 보수혁명이 그렇게 쉽지 않음을 잘 안다. 더구나 출구조사에서 미국 시민들은 정당들 모두에 호의적이지 않음을 표출(비호감: 민주당 53, 공화당 52)하여 공화당 지도부를 뜨끔하게 했다. 유권자들은 재정적자에 불안해하지만 동시에 공화당의 특권층 편향에도 매우 비판적이다. 프랭크 리치의 11월 8일 칼럼에 따르면 올해 여름 월스트릿/NBC 뉴스 여론조사에서 유권자의 4분의 3은 연방정부의 교육부문 지원 삭감에 반대한다. 바로 이 이슈는 안보 등에서 예산 감축이 쉽지 않은 공화당의 강경한 재정적자 감축론자의 핵심 아젠다임을 생각할 때 공화당의 미래가 밝지는 않다. 그리고 유권자의 60% 이상이 사회연금 수령자 나이를 70살로 올리는 것에도 반대한다. 그리고 출구조사에서 39% 만이 부시 감세안을 모든 미국인에게 확장하는 것에 찬성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맥락을 알고 있는 공화당 지도부는 겉으로는 보수주의 혁명을 내걸지만 속으로는 오바마 단임 대통령 만들기의 관점에서 모든 전략, 전술을 배치할 것이다. 티 파티 지원 출신 의원들도 지금은 이념적 순수성으로 충만하고 지도부와 충돌하겠지만 점차 오바마 축출 이후에야 자신들의 비전이 가능하니 오버하지 말자는 공감대를 공유해나갈 것이다.

 

향후 2년은 대선을 앞두고 오바마와 공화당 사이에 서로 힘겨운 줄다리기가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미국의 퇴조를 완화시키는 의미 있는 2년이 될 가능성은 적다. 이 글의 주제인 국내정치로만 한정한다면 정치자본의 바닥이 보이는 오바마는 내년 경기회복 가능성에 기대를 걸면서 재정적자 감축위원회의 제안을 수용하는 등 초당적 제스처와 동시에 공화당의 오버를 촉진하며 결정적 한 방을 준비할 것이다.

 

초당적으로 가자는 중도파의 수장 에반 바이 상원의원(곧 은퇴 예정)이나 진보로 가자는 라이시 전 노동부장관은 94년 클린턴 참패 후 그들이 그러하였듯이 다시 또 일면적이다. 지금은 94년 클린턴의 기사회생처럼 한편으로 중도로 가고 다른 한편으로는 모든 것을 건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단지 미적지근한 중도화는 오바마의 얼굴을 한 공화당의 정부일 것이고 새로운 혁신이 필요한 미국 경제를 망가뜨릴 것이다. 단지 진보화는 그렇지 않아도 이미 이반한 중도 노동자층과 완전히 결별하여 대선에서 필패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각각 어떤 이슈와 타이밍에서 협력과 전투적 대립을 선택할 것인지의 지혜이다.

 

결국 대선이 다가오면 위기감을 느낀 진보적 시민사회와 히스패닉, 흑인의 재결집을 불러오고, 만약 경제가 단기적으로 부분 회복세를 보인다면 2012년 대선은 중간선거와 달리 티파티의 시대가 아니라 커피파티의 시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아직 21세기 보수로 정립하지 못한 공화당은 목소리는 크지만 정치적 난장이들인 대선후보들 간 각축은 물론이고 안보보수와 감세론자, 재정적자감축론자들 간 균열 과정에서 결국 민주당의 재집권을 도울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어떤 과정으로 귀결되든 향후 2년 미국정치세력에 대한 이후 역사의 평가가 과연 높을지 다소 회의적이다. 어쨌든 오바마의 향후 2년도 클린턴처럼 '기사회생'(Back from Death) 이란 책 제목으로 기억될지 사뭇 궁금하다.(2010/11/09)

덧붙이는 글 | * 코리아연구원 특별기획 32-1호입니다. 홈페이지(www.knsi.org)에서 원문 및 다양한 정책자료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필자는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교수입니다. 
** 코리아연구원(원장 박순성)은 정치·외교, 경제·통상, 사회통합 부문에서 정책대안 및 국가전략을 제시합니다. 홈페이지 및 전화(02-733-3348, knsi@knsi.org)로 코리아연구원 후원이 가능하며, 후원회비 및 기부금은 기획재정부의 공익성기부금으로 인정되어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미국중간선거#오바마#코리아연구원
댓글

코리아연구원은 통일외교안보, 경제통상, 사회통합 분야의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네트워크형 싱크탱크입니다. 아름다운 동행을 권합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