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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 소속 동부교육지원청(교육장 정재성)이 국영수 등 교과 성적순으로 초중학교 학생들을 뽑은 뒤 사실상 '주요과목 몰입형 과외'를 학교별로 벌이도록 해 '시대 역행'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올해 처음 시작한 이 사업에 들어가는 국민혈세는 3억6000만원인데 서울 동대문구청(구청장 유덕열)이 지원한다.

동대문구청, 7개 학교 국영수 과외에 3억6000만원 투입

 서울 동부교육지원처이 만든 문서. 글자색 변경은 <오마이뉴스>에서 한 것임.
서울 동부교육지원처이 만든 문서. 글자색 변경은 <오마이뉴스>에서 한 것임. ⓒ 윤근혁

21일 동부교육지원청과 동대문구청에 따르면, 이 교육지원청은 올해 4월부터 이 지역 G초등학교 등 7개 초중학교(초등 2개교, 중등 5개교)를 선발해 동부인재양성아카데미를 운영토록 하고 있다. 하반기 수업은 지난 18일 시작했다.

동부교육지원청이 지난 9월 만든 '2010 동부인재양성아카데미 운영계획'이란 문서를 보면 "해당 학교는 전 교과 또는 주요 교과 상위 10∼15% 이내 학생"을 학년마다 15명씩 3개 학년(초등학교 4·5·6학년, 중학교 1·2·3학년)에 걸쳐 학교별로 45명을 뽑도록 하고 있다. 성적순으로 15등까지 뽑아 일주일에 4일간 하루 4시간씩 무료 방과후 특별과외를 벌이겠다는 얘기다.

이 계획에 따라 G초는 지난 18일부터 4, 5, 6학년 학생 45명을 성적순으로 뽑았다. 이때 반영한 성적은 1학기에 치른 국어, 수학, 사회, 과학, 영어 과목의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점수다.

이 학교의 운영 계획서를 보면 내년 1월 22일까지 14주 동안 주 4일간 하루 4시간씩 국영수 위주의 보충수업을 진행한다. 예산은 3600만원인데 97%인 3486만 원이 인건비다. 수업을 담당하는 이 학교 교사 15명이 일반 방과후학교 강사비보다 2배 가량 많은 시간당 5만원씩의 특별강의료를 받는 탓이다.

이 사업에 대해 G초 윤아무개 교사는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문학, 예술, 체육 등을 위주로 문예부흥을 위한 방과후학교를 한다던데, 그 아래 교육지원청은 성적순으로 학생을 뽑아 국영수 집중 보충수업을 벌이는 정반대 정책을 펴고 있어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동부인재양성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는 G초등학교의 운영 계획서.
동부인재양성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는 G초등학교의 운영 계획서. ⓒ 윤근혁

"서울시교육청 정책과 정반대 사업" 교사들 갸우뚱

이와 관련 전교조 서울지부는 서울시교육청에 항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천보선 전교조 서울지부 정책실장은 "나랏돈은 공정하게 써야 마땅한데 국영수 성적으로 학생을 끊은 뒤 공부 잘하는 학생에게만 돈을 지원하겠다는 발상은 반교육적인 일"이라면서 "뒤처진 학생이 없도록 하겠다는 교과부와 서울시교육청의 정책에도 정면으로 상반된 사업"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동부교육지원청 중등교육과 관계자는 "부진아와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은 이미 지원을 하고 있고, 이번에는 우수학생을 대상으로 특화된 방과후 프로그램을 운영해 학생들이 타 지역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벌인 사업"이라고 해명했다.

동대문구청 교육진흥과 관계자는 "동부교육청 요구에 따라 사업을 기획했는데 우수학생 편중 지원에 대해 논란이 된다면 추후 평가를 진행해 조정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실태파악에 나서기로 했다. 이 교육청 학교정책과 최형철 장학관은 "교육청 입장은 국영수만 편식하거나 우수학생만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라면서 "동부교육지원청의 사업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한 뒤 필요하다면 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동부인재양성아카데미#동부교육지원청#동대문구청#서울시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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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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