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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강매 등의 혐의로 구속된 안원구 전 서울지방국세청 세원관리국장에게 1심 판결과 같은 '징역 2년, 추징금 4억원'이 선고됐다.

서울고법 형사4부(김창석 부장판사)는 8일 오후 2시부터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모든 증거들을 종합해볼 때 1심 판결은 정당하고 형량도 무겁지 않다"며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최소한 집행유예 판결이 나올 것"이라는 일각의 관측도 무너졌다. 

항소심 재판부는 안 전 국장이 자신의 오랫 친구이자 사업가인 서아무개씨로부터 3억원을 빌린 것과 임아무개 세무조사로부터 1억원을 받은 것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또 C건설이 부인의 갤러리와 조형물 설치 계약을 맺도록 한 것도 '알선수재'로 인정했다. 조형물 설치로 8억여원의 이득을 얻었다는 검찰 측 주장과 관련, "그것보다 훨씬 낮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국세청 고위공무원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기업들에게 미술품을 강매해 막대한 이득을 얻었다는 혐의에는 1심처럼 '무죄'를 선고했다. 국세청이 안 전 국장의 사퇴 압박의 근거로 활용했고, 검찰이 주요하게 제기해온 공소사실들이 항소심에서도 기각된 것.

검찰은 지난해 12월 안 전 국장이 지난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세무조사 무마 대가로 C건설과 I토건 등 5개 업체에 부인이 운영하는 갤러리의 미술품을 사도록 한 혐의로 구속기소한 바 있다.

안 전 국장 측은 항소심 재판부가 '유죄'로 인정한 '1억원 수수' 혐의도 강력하게 부인했다. 안 전 국장에게 1억원을 건넸다는 임 세무사의 일방적 진술만 있고, 그의 진술이 구체적이지도, 일관되지도 않다는 것. 이와 달리 재판부는 "그의 진술은 구체적이고 일관되다"며 임 세무사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날 재판정에서 낭독된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 요지는 1심과 거의 똑같았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항소심 재판부만의 판단이 없다"고 지적했다. 선고가 끝난 뒤 안 전 국장 측에서도 "2심 판결은 1심 판결의 복사판"이라며 "자신만의 판단을 하지 않은 채 원심을 대법원에 갖다준 꼴"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특히 항소심 재판부가 항소심에서 제기됐던 국세청의 불법감찰 의혹을 직접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안 전 국장 측 변호인단은 항소심 과정에서 "국세청의 불법감찰이 검찰의 기소로 이어졌다"며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주장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이를 두고 '도곡동 땅 실소유주 문건' 등으로 '정치쟁점화된' 국세청의 불법감찰 의혹에 항소심 재판부가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항소심 재판부가 다른 혐의들에는 '증거주의'를 적용한 반면, 국세청 간부들의 녹취록 등 불법감찰의 증거자료들은 무시한 채 "근거없다"고 서둘러 판단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한편 안 전 국장 측은 "부당한 1심 판결에서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2심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대법원에 상고할 뜻을 내비쳤다.  


#안원구#국세청#김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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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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