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학교? 들어보긴 한 것 같은데, 그게 무슨 학교지?백일학교란 말 그대로 딱 100일 동안만 공부하는 학교이다. 교문도 없고 교실을 갖춘 학교 건물도 없다. 먹을 것, 입을 것을 잔뜩 싸 짊어지고 숨은 맛집 찾아 다니듯, 전국의 숨어 있는 참스승을 찾아 다니며 일반학교에선 가르쳐 주지 않는 온갖 잡다한 것을 공부하는 별난 학교가 백일학교이다.
석달 열흘 동안의 공부가 사람을 변화시키는가? 태어나 성장하는 동안 거쳐야 할 교육기간은 의무기간만 해도 100일은커녕 100개월이 더 소요되는 마당에 단 100일간의 배움에서 어떤 효과를 얻을 수 있을까!
'스스로 살리고 서로 살리고 세상을 살리세' 가슴을 뛰게 만드는 이 멋진 구호는 바로 올 해로 3년째 백일학교를 설립하여 운영하는 비영리 사회단체 '밝은마을'의 이념인 동시에 백일학교의 교육이념이다.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조화를 이루며, 식의주를 스스로 해결하며, 이기보다 이타의 가치를 소중히 여길 수 있도록 한다. 공동체 정신을 함양하여 서로 돕고 어울려 사는 법은 물론, 더 나아가 병든 이 세상을 살리는 데 앞장 설 수 있는 시대의 진정한 리더로서 가슴뛰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배움다운 배움의 길'로 안내하는 학교가 바로 백일학교다.
어떤가? 이 정도의 교육이념이라면 한번쯤 탐내 볼 만 하지 않은가! 특히 모순 가득한 현실의 교육제도를 강하게 부정한 나머지 대안은 없는가 고민해오던 당신이라면, 소중한 내 자식, 내 아이에게 진정한 배움과 스승을 찾아주고 싶어 전전긍긍하는 당신이라면, 지금부터 사진과 객관적 자료를 통해 안내하는 백일학교의 세계에 함께 들어가 보실 것을 권한다.
백일학교는 2008년 10월에 중·고등 연령에 해당하는 15세~18세의 청소년 14명으로 제 1기의 문을 활짝 열었다. 그 후 2009년 2기를 배출한 데 이어 2010년 올해 여름에는 청년 활동가 양성을 위한 과정으로 3기 졸업생을 배출했다. 이제 돌아오는 10월에 제 4기 백일학교 신입생을 모집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4기 백일학교는 지금까지 단일 과정으로 운영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두 개의 과정이 동시에 진행된다. 12세~15세(초5~중2)에 해당하는 청소년을 위한 '진동기' 과정과 16~19세(중3~고3) 청소년을 위한 '성장기' 과정이 그것이다.
백일학교 관계자의 설명에 의하면 한창 쉼 없이 움직이는 역동적 연령대인 12세에서 15세까지의 청소년의 특징을 따라 '진동기'라 이름 붙였다 한다. 1)한강길 걷기학교와 2)강화학교 3)마리예술학교의 3분기로 나눈 교육과정이 흥미롭다. 백일학교의 전형적인 교육과정을 따른 '성장기' 과정과 함께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으면 밝은마을 카페
http://cafe.daum.net/HARA5 나 졸업생들이 스스로 만들어 운영하는 백일학교 카페인
http://cafe.daum.net/100dayschool 를 참고하면 된다.
백일학교에서 무얼 배울까?
메주 쑤고, 흙집 짓고, 거름 푸고, 꽹과리 치고, 춤 추고...정말 이런 것들을 배운다. 학교에서 이런 것들을 배우느냐고? 학교에서 이런 것들을 안 가르치는 게 문제인 것이다. 스스로 삶의 모든 영역을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고, 참되고 알찬 교육내용을 가진 학교가 바로 백일학교다.
삶의 근간인 농사와 노동의 체험학습을 통해 굵은 땀방울도 흘려보면서 생태적 가치와 자립하는 삶의 기초를 단단히 다진다.
3년 째 백일학교에 고정 과정으로 자리를 잡은 '생명살이농부교실'(강사 전희식)은 특히 매 기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다. 학생들은 명저 <똥꽃>의 저자이기도 한 전희식 선생의 자연농과 생태적 삶의 실천을 지켜보며 농사법은 물론, 자연과 생명에 대한 모심의 정신(철학)까지 덤으로 공부한다. 그리고 스스럼없이 장래 꿈으로 '농부'를 꼽기도 한다.
스승을 찾아다니며 스승의 삶의 공간에서 뒤섞여 함께 먹고 자고 배우는 동안 진심서린 배움과 애정어린 보살핌을 받은 학생들과 스승의 사이에는 깊은 신뢰가 형성되기 마련이다. 백일학교의 스승들은 단순히 하나의 교육과정의 책임을 맡은 스승의 역할을 뛰어넘어 학생들로부터 존경하는 인물의 목록과 닮고 싶은 인물의 목록에 추가되는 영예를 덤으로 얻는다.
하나의 과정을 마치고 헤어질 때마다 스승을 힘껏 헹가래 치는 행위는 그래서 어느 덧 백일학교의 전통이 되었다.
"저에게 길을 가르쳐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윤중선생님 저에게 스스로 살리는 길을 가르쳐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저도 반드시 세상을 살리는 사람이 되겠습니다.반드시 세상을 행복하게 만드는 사람이 될 것을 약속하겠습니다.그리고, 이세상의 모든 것을 윤중선생님 대하듯이, 부모님 대하듯이 할 것을 약속하겠습니다. 그 동안 정말 감사했었습니다. (1기 졸업생 전새들 올림)1기 졸업생인 한 청소년이 백일학교의 교장으로 100일 동안 자신들과 함께 하며 이끌어준 스승인 윤중 황선진 선생에게 쓴 감사 편지의 전문이다.
수련과 전통을 중시하는 최초의 대안학교인 '마리학교'의 설립자이기도 한 그는 이 빼어난 커리큘럼을 자랑하는 백일학교의 기획자이기도하다. 백일학교를 열게 된 동기는 청소년들에 대한 그의 각별한 애정과 지극한 교육철학에 바탕하고 있다. 현재는 중·고 통합과정으로 운영되고 있는 마리학교(강화군 소재)는 백일학교 기획당시만 해도 중학교과정만 있었다. 마땅한 연계과정의 대안이 없어 고심하던 중 오랜 시간 연구하고 의견 수렴한 끝에 교육의 아방가르드, 백일학교를 탄생시킨 것이라고 한다.
어디에서 이 탁월한 스승들을 다 찾아냈을까.그리고 왜 제도권에서는 이런 스승들과 이런 배움을 외면할까. 훌륭한 스승들과 가치있는 배움의 내용들을 백일학교 학생, 소수의 수혜자들만 얻는 것 같아 아깝다.
졸업식서 100일동안 익히고 배운 것 발표
백일학교의 졸업식은 학생들이 100일 동안 배우고 익힌 것들을 작품화해서 공연, 발표하는 형식으로 치러진다.
식의주와 농사의 기본 공부 외에도 마음수련과 율려춤, 풍물 및 전통연희, 행공, 장틀, 본국검 등과 같은 전통 수련법을 백일 동안 고루 익히게 되는데, 졸업식 때 학생들의 공연 수준은 미숙하지만 힘찬 생동감과 넘치는 열정으로 축하객을 감동시키는 힘을 보여준다.
백일학교를 마친 졸업생들은 각자 자기의 삶의 자리로 돌아가 백일학교를 통해 각자가 발견한 꿈을 이루기 위해 쉼 없는 매진을 하는 한편, 자율적 학습조직을 만들어 배움과 유대의 끈을 놓지 않는다.
'망아지는 낳아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낳아 서울로 보내라'는 옛 속담을 기억하는가?
이렇게 바꿔보면 어떨까. 학교가 있는 이 시대에서 만큼은 '자식은 낳아 백일학교로 보내라'는 말로 속담을 바꾸어 봄직하지 않은가!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다음의 백일학교 카페와 밝은마을에도 실을 예정입니다. 1,2,3기 백일학교에 관한 자료와 4기 모집에 관한 자세한 정보는 다음 카페 백일학교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cafe.daum.net/100dayscho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