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1948~1970) 열사 40주기 기념 연극 <엄마, 안녕>이 한국과 대만의 공동 작업으로 무대에 오른다.
부산 '연극 놀이터 쉼'과 대만 타이페이 '워터필드 스튜디오'(Water-field Studio)가 만든 연극이다.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82)씨가 구술(대본 백대현)하고 왕모린(대만)씨가 연출했으며, 백대현·홍승이씨가 출연한다. 음악과 영상 제작도 대만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소선 어머니의 구술을 바탕으로 하여 전태일 열사가 분신하기 전, 어머니와 함께한 순간들을 몸짓이 중심이 되는 '퍼포먼스 아트' 형식으로 재현한 작품이다.
연극․문화 평론가 겸 연출가인 왕모린씨는 대만국립극장에서 제작한 여러 작품을 연출하기도 했다. 백대현씨는 전태일30주기 기념 연극 <연극 전태일>과 일터 20주년 기념 연극 <너, 붉은 사랑> 등에, 홍승이씨는 <2001 철로역정>과 <야간인생> <아름다운 연대> 등에 출연한 경력이 있다.
'연극 놀이터 쉼'은 기획의도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한국이 근현대사를 거쳐 오면서 많은 어머니들이 아들들을 떠나보냈다. 40년 전 나이 어린 여공들의 근로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청계천의 재단사 전태일은 스스로 몸을 불태웠다. 그날 그는 그의 어머니에게 마지막 부탁을 남기고 떠났다. 떠났다기보다 어머니의 가슴 속에 묻혔다고 해야 할 것이다.이런 어머니들의 가슴속에 있는 것을 우리는 '한'이라고 부른다. 어머니 이소선도 이런 '한'을 품고 살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 '한'을 풀기 위해 팔십 평생을 한국의 민주화와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싸웠다는 것이다.역사는, 특히 한국처럼 타의에 의한 죽음이 많은 역사는, 또 현재는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깊이 베인 상처를 수도 없이 남겼고, 또 남기고 있다. 그 죽음들의 역사적 의미마저 사라진다면 그 상처는 허무로 입을 더욱 크게 벌릴 것이다. 어머니 이소선은 그 허무의 입을 다물게 하기 위해, 그리고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육신이 허락하는 한 싸워왔다. 그녀가 평생을 지탱해온 힘이 어디에서 오는 지를 전태일 열사와 보낸 마지막 순간을 통해 조망해 봄으로써 뒤틀린 한국 근현대사를 바로 잡을 수 있는 희망을 찾고자 한다. 또한 전태일 40주기를 맞이하여 그가 우리에게 남기고자 했던 것이 진정으로 무엇인 지도 다시 한 번 되새겨보고자 한다."연극 <엄마, 안녕>은 (사)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주최로 오는 9~11일(평일 오후 8시, 토요일 오후 5시) 사이 부산 민주공원 소극장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