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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자활'과 더불어 '사회적 자활' 중요

1997년 IMF 경제불황 직후 정리해고에 따른 대규모 실업이 발생하자 1998년 출범한 '국민의 정부'는 이 문제 해결과 저소득층의 생활안정을 위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도입했다.

당시 정부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도입해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하는 국민들의 기초생활을 보장하는 한편, 노동능력이 있는 사람은 직접적인 생계비를 지원 받는 것이 아니라 자활사업을 통해 일하고 급여를 받아 자립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지역에 자활센터가 들어서며 자활사업을 진행했다. 부평지역자활센터는 아직 실업여파가 가시지 않고 있던 2000년 8월 부평에 들어섰다.

자활(自活)이란 자기 힘으로 살아간다는 뜻이다. 즉, 노동력이 있는 기초생활수급 대상자 등이 자활사업을 통해 자활할 수 있도록 각 지역 자활센터는 자활능력 배양, 기술능력 지원, 노동기회 등을 제공하고 있다.

부평지역자활센터(대표 박명숙)는 크게 두 가지 자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자활공동체다. 자활공동체는 2인 이상의 수급자 또는 저소득층이 공동사업자 또는 조합 형태의 사업체를 꾸린 것으로 부평자활에는 부평건설, 크린인천, 서해크린, 살림벗, 정다운간병, 산모도우미, 돌봄센터 등 7개 공동체에서 34명이 일하고 있다.

두 번째는 자활근로사업이다. 사업의 수익성은 다소 떨어지나 사회적으로 유용한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자활 참여자의 자활능력을 키워 시장 진입을 준비하는 사업이 이에 해당한다. 부평자활은 복지간병사업, 주거복지사업, 자전거사업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112명이 참여하고 있다.

자활근로사업 중 시장 진입 가능성이 높고 창업이 용이한 사업으로는 청소사업과 건물관리사업, 가정관리사 등이 꼽힌다. 이 분야에 참여하는 인원은 45명이다.

이밖에도 저소득가정, 영ㆍ유아, 여성, 노인,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게 자본주의 시장에서 취약한 공공서비스를 국가와 민간이 함께 책임지고 제공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대표적으로 중증장애인활동보조지원 사업이 이에 해당하며, 가사ㆍ간병방문, 노인종합도우미사업, 노인장기요양 사업 등에 90명이 참여하고 있다.

박명숙 대표는 "창립 당시 4명의 상근자는 16명이 됐고, 자활사업 참여자는 30명에서 300여 명이 됐으니 10배로 증가한 셈이다. 자활공동체는 공동체다. 그래서 단순히 경제적 자활에 국한돼서는 안 된다"라고 한 뒤 "참여자 대부분이 아픔이 있다. 사회적 관계가 단절돼있고, 정서적으로나 심리적으로도 그렇다. 이 때문에 경제적 자활과 더불어 사회적 자활이 중요하다. 그 시작은 공동체로부터 비롯된다"고 말했다.

부평자활 부평지역자활센터가 실시하는 자활근로사업에 참여하는 참가자들이 교육에 앞서 앞풀이로 몸을 풀고 있다. 경제적 자활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자활 역시 매우 중요한 과제다.
▲ 부평자활 부평지역자활센터가 실시하는 자활근로사업에 참여하는 참가자들이 교육에 앞서 앞풀이로 몸을 풀고 있다. 경제적 자활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자활 역시 매우 중요한 과제다.
ⓒ 사진 제공·부평지역자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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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10년, '사회적 기업'과 '공제협동조합'

10년을 맞이한 부평자활은 새로운 10년을 준비하고 있다. 자활사업이 정부의 지원을 받다보니 정부정책의 변화에 대응하는 한편 자립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새로운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자활사업이 경제적 자활에 초점을 두고 있으나 사회적 자활 역시 중요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사회적 자활, 즉 사람 사이의 관계나 정서적 안정 등을 지표화하기 어렵다. 대신 참여자수, 공동체 유지율, 임금 등은 금방 드러난다.

정부가 평가를 통해 차등 지원하겠다고 하면서 부평자활 역시 이 같은 평가항목을 무시할 순 없었다. 그래서 부평자활은 공동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시장에서 나름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방안으로 사회적 기업을 준비하고 있다. 부평자활 청소사업 분야 자활공동체인 '크린인천'과 '서해크린'을 통합해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 받기 위해 올 가을 신청할 예정이다.

박명숙 대표는 "자활공동체는 소규모로 운영되다 보니 발전을 모색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또 자활공동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열악하다. 이를테면 자활을 재활로 인식한다거나, 전문성과 기술력, 노동의지 등이 낮다거나, 심지어 노동조건을 좋지 않게 보는 경향이 있다"며 "나름의 규모를 갖고 사회적 인식 전환을 위해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부평자활은 이미 구성원들의 합의를 이끌어냈으며, 통합 후 사회적 기업 전환을 위한 경영컨설팅도 마친 상태다. 이르면 9월 중 통합 법인을 설립한 다음 10월에 사회적 기업 인증을 신청할 예정이다.

새로운 시도인 만큼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대가 크다. 자활공동체사업을 여러 해 진행하다보니 참여자의 전문성은 이미 확보됐고, 경영컨설팅을 받고는 자신감도 얻었다.

사회적 기업과 더불어 부평자활이 중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자활공제협동조합이다. 10년 동안 자활사업을 진행하면서 자활사업을 위한 은행(=금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이를 직접 만들기로 한 것.

박명숙 대표는 "모태라 할 수 있는 상조회를 수년 동안 운영했다. 현재 내부토론을 하고 진행하고 있는데 반응이 좋다. 우리도 방글라데시의 그라민 은행이나 국내 사회연대은행처럼 우리가 직접 출자해 우리를 살찌울 수 있는 금융을 설립할 수 있고, 설립해야 하며, 설립할 계획"이라고 한 뒤 "지역사회에 공동체가 많아질수록 사회는 건강하다. 금융의 사각지대에 놓인 우리를 우리 스스로 돕고 충분히 자립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경제#사회적 기업#자활공제협동조합#부평지역자활센터#자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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