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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6개월 전에 입교한 학생들이다. 도편수 이광복 선생님의 멘토링으로 3칸짜리 집을 지어가고 있다. 기능면에서 약간 부족할지 모르지만  원칙에  충실한 집을 지을 것이다. 지용한옥학교 학생들을 위한 기숙사로 사용할 계획이다.
▲ 도편수와 집짓는 1기 학생 불과 6개월 전에 입교한 학생들이다. 도편수 이광복 선생님의 멘토링으로 3칸짜리 집을 지어가고 있다. 기능면에서 약간 부족할지 모르지만 원칙에 충실한 집을 지을 것이다. 지용한옥학교 학생들을 위한 기숙사로 사용할 계획이다.
ⓒ 정부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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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용한옥학교에서 앞으로 일년 동안 한옥을 짓는 기술을 익히고 그 기술로 한옥을 지어가는 과정 얘기를 해갈 생각이다. 우주(宇宙)는 집 우(宇)와 집 주(宙)가 합쳐진 단어다. 너무 확대 해석일지도 모르겠지만 '집은 우주이다, 곧 전부다'라는 개념으로 정리해본다.

지금 우리에게 남아있는 한옥이 주로 궁궐을 포함한 문화재들이나 사찰 또는 양반들 집이기 때문에 멀고 낯설게 느껴진다. 그러나 주거 방식이 아파트로 바뀌기 전의 삶을 추억하거나 얘기 하다 보면 어느덧 집에 얽힌 사연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우리가 살았던 집들은 주변의 환경에 거슬리지 않고 자연과 더불어 존재했다. '나' 이전에 '우리'가 있었다. '내 아버지, 내 어머니'가 아닌 '우리 아버지, 우리 어머니'였다. '우리 집, 우리 학교'가 있었지 '내 집, 내 학교'가 아니었다.

우리 사회는 이기적인 나만 존재할 뿐 '우리'가 사라져 가고 있는 것 같다. 한옥 얘기를 통해 본성을 잃어가는 우리를 되돌아 보고 본래 우리 인성을 되찾는 길을 발견할 수 있다면 좋겠다.

오늘(8월 31일)부터 이틀간 한 공부 내용은 치목(부재를 집의 한 부분에 사용 할 수 있도록 자르고, 파고, 깍는 기술)에 사용되는 기본 공구의 날을 세우고 조정하여 정상적인 기능을 발휘하도록 한 다음, 이들 연장들을 사용해 부재를 자르고, 파 보는 실습이다.

선생님의 말씀에 의하면, 치목(治木)은 음과 양의 조화를 이용하여 새로운 창조물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 신의 영역에 가깝단다. 목수에게 실수는 전부를 잃는 것이다. 대들보로 사용하기 위해 200년 자란 소나무를 한치(33 mm) 짧게 잘랐다고 생각해보자 또, 목척(긴 목재로 만든 현장 기준 자)을 한치 틀리게 만들었다고 가정하고 그 결과를 상상해보자.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한 치도 안 틀린다'에서 한 치 오차는 아주 정밀함을 일컫는다. 그러나 목수에게 한치 오차는 치명적인 결함이 된다. 목수일은 고도의 집중력과 격한 육체 노동이 상존한다.

곡자와 먹통과 먹칼을 이용하여 먹줄을 놓는 재단을 끝내면 곧 바로 끌과 망치로 장부를 파야 하고, 면을 다듬기 위해 대패를 사용한다. 또 무거운 부재들을 이리저리 옮겨 정리해 놓아야 한다. 10분 동안 대패로 부재 면을 깍고 나면 땀으로 멱을 감을 수밖에 없다.

치목을 위한 연장의 초기설치와 사용 실습

한옥학교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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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흥

9시부터 시작하는 목수의 길을 가는 공부는 몸을 풀고 마음을 이완시키는 천년체조로 시작한다. 이 체조의 전 과정을 매일 실행하면 수명이 천 년으로 늘어나 사회적이나 인륜적으로 곤란한 문제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200살까지 살도록 천년체조를 재편성하여 우리들에 전수한다는 선생님의 말씀이다. 넘치는 유머감각이다.

끌날을 갈고, 대패날을 세워 대패집에 설치한다. 끌은 선생님이 알려주는 방법대로 각자가 틈틈이 알아서 갈아야 한다. 새 대패를 지급받은 학생들은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끌이 준비되면 실재 건축에 사용할 수 있는 금강송 부재에 장부를 파는 실습을 시작한다.

천년 세월이 지나도록 목조건물이 건재할 수 있는 비결은 이음(부재와 부재의 연결)과 결구(부재들의 교차점에서 짜맞춤)에 있다. 그러므로 부재의 이음과 결구를 위한 '치목과 장부파는 일은 목수가 해야 할 일의 전부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치목은 건축물을 완벽한 이해와 구체적인 설계가 없다면 불가능하다.

치목이 중요하다면 이를 위해 사용하는 연장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그러므로 기본을 배우는 처음 한 달 간 수업 내용의 이해와 습득 정도가 각 개인의 목수 등급을 결정하게 된단다. 치목과 장부파기 실습에는 곡자, 먹칼, 먹통, 톱, 망치, 끌 등의 연장이 사용되었다.

수업은 먼저 선생님께서 연장의 이치와 용도를 설명하고 직접 시범을 보인 다음 학생들의 실습 형태로 진행된다. 매 과정마다 결과물을 선생님께 제출한다. 결과물에 대한 평가와 기록은 선생님의 기록장에 비밀스럽게 기록되는 지라 학생들은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치목 공부 중 가장 먼저 배우는 내용은 부재를 자르고 켜는 톱의 원리를 듣고 실제로 켜보고 잘라보는 것이다. 재제기에서 금방 켜 온 금강송 향이 나의 내면으로 파고든다. 나무와 더불어 사는 목수 매력에 젖어본다. 앞으로도 좋을 것 같다.

90 x 90 mm 부재를 1cm 간격으로 10개 자르고, 절반 자르기도 10회를 마치자, 이제는 45도 각도로 부재를 자르는 실습이다. 어렵다고 느꼈지만, 37년 경력으로 무장한 이광복 도편수님의 지시에 충실하면 쉽게 넘어간다.

장부파기 실습은 끌과 망치를 이용하여 1치5푼 x 2치5푼 크기로 2개의 장부구멍을 파는 것이다. 하나는 반다지 또 하나는 내다지 장부로 파야 한다. 반다지는 장부구멍을 부재 두깨의 절반 만 파고, 내다지는 부재를 관통하도록 장부를 파는 것이다.

빨리 파겠다는 급한 마음에 끌을 치는 망치에 힘을 넣어 두들겨 팠더니 손도 다치고 장부 구멍의 모양도 심히 조잡하다. 이를 본 선생님이 "항아리를 팠구먼" 하면서 웃는다. 도(道)를 잃었다는 걱정이다. 조급함을 누르고 망치의 세기를 조절하면서 끌이 나가는 방향을 주시하면서 장부를 팠다. 안전하고, 쉽고, 효율도 높다. 끌 끝에 숨어있는 도(道)를 봤다.

초대 달마대사로부터 6대 혜능조사에 이르기까지 초기 선가에서 법의 승계 징표가 스승의 발우(스님 밥그릇)와 가사(낡고 헤진 승복)이었다. 신응수 대목장으로부터 이광복 도편수까지 목수 법의 승계 징표가 스승이 쓰시던 먹통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선가의 발우와 가사를 잘 알고 있는 나에게도 뜻밖이었다. 스승의 먹통은 '치목을 위한 도(道)의 상징'일 것이다 라고 미뤄 짐작해보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목수는 모름지기 천지인(天地人)을 얻어야 한다'

이 선생님께서 자주 쓰는 말씀이다. 처마 밑에서 지붕을 받치는 익공은 새의 혓바닥으로 막새, 곱새, 디새 들과 같이 하늘인 천(天)으로 통한다. 땅에 기둥을 박아 성스런 교접을 통해 땅 기운을 얻는다면 능히 지(地)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먹통과 먹칼을 들고 백 년 된 부재에 올라앉아 장부파는 나의 모습을 인(人)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 두려울 뿐이다. 


태그:#한옥, #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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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연구단지에 30년 동안 근무 후 은퇴하여 지리산골로 귀농한 전직 연구원입니다. 귀촌을 위해 은퇴시기를 중심으로 10년 전부터 준비했고, 은퇴하고 귀촌하여 2020년까지 귀촌생활의 정착을 위해 산전수전과 같이 딩굴었습니다. 이제 앞으로 10년 동안은 귀촌생활의 의미를 객관적인 견지에서 바라보며 그 느낌을 공유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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