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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령도에서는 가는 곳마다 까나리액젓을 담가 놓은 통을 볼 수 있다.
 백령도에서는 가는 곳마다 까나리액젓을 담가 놓은 통을 볼 수 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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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위험한 곳에 뭣 때문에 가는겨?"

백령도에 가야 할 일이 생겼다고 말하자 마치 그곳이 위험요소가 다분한 제3세계라도 되는 듯 지인은 말한다. 천안함 사고 때문에 좋지 않은 기억이 남아서일 것이다. 사고 이후 가장 큰 피해를 보았을 백령도 주민들은 어떻게 지낼까, 궁금하기도 했던 터라 망설임 없이 결정했다.

8월 27일, 인천연안부두에서 백령도행 데모크라시에 몸을 실었다. 백령도는 15년 전 가족들과 함께 휴가차 다녀왔고 한번은 일 때문에 그 이듬해에 다시 다녀온 적이 있다. 이번이 3번째다. 일 때문에 갔을 때는 풍랑이 불어 배가 열흘 만에 나온 적도 있다. 그곳에 묶여 지냈던 기억이 있어 다시 백령도에 들어간다는 것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는데 부천 장애인종합복지관 봉사자들이 2박3일 동안 계획을 잡고 단체로 백령도에 들어간다는 말을 듣고 사진도 찍어 줄 겸 동행하기로 했다. 

 백령도행 배는 인천대교 아래를 지나가야 한다. 우리가 탄 배도 이곳을 통과했다.
 백령도행 배는 인천대교 아래를 지나가야 한다. 우리가 탄 배도 이곳을 통과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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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는 인천에서 북서쪽으로 191.4km 떨어진 서해 최북단의 섬으로, 북한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다. 이 섬은 동경 124도 53분, 북위 37도 52분에 위치한다. 북한의 장연군에서 약 10km, 장산곶에서 15km 떨어져 있다. 백령도 옹기포구에 도착하자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졸지에 희생된 아까운 젊은 원혼들이 흘리는 눈물이 비가 되어 내리는 것 같아 마음이 착잡하다. 포구에 도착해 백령도 주민을 만나자 궁금했던 것을 물어 보았다.

 옹기포구에서 보이는 천연비행장 사곳 해변가다.
 옹기포구에서 보이는 천연비행장 사곳 해변가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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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도가 심해 배멀미를 한 사람들이 있었다. 백령도에 도착하자, 긴장했던 몸을 풀어주기 위해 손 운동을 하고 있다.
 파도가 심해 배멀미를 한 사람들이 있었다. 백령도에 도착하자, 긴장했던 몸을 풀어주기 위해 손 운동을 하고 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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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사고 이후 백령도에 변화가 있었다면 뭐가 있을까요?"
"백령도 인구는 5000여 명 정도이고, 60%가 농업에 종사하고 15% 정도가 어업이에요. 나머지는 관광객을 유치하여 생계를 유지하는데 우선 관광객이 반으로 줄었어요. 관광객들이 돌아갈 때 백령도 특산물들을 많이 구입해 갔기 때문에 가계에 보탬이 됐지만 관광객이 많이 떨어지니 살기가 팍팍해졌지요. 

저기 까나리액젓 플라스틱 통을 들고 가는 사람들 보이죠? 천안함 사건으로 침체되어 있는 옹진관광을 활성화하고자 백령도-대청도 자유여행 팸투어를 8월 16일부터 시행하고 있어요. 팸투어로 오신 분들에게 나눠주는 선물이랍니다. 힘들게 사는 주민들이 많이 늘었다고 볼 수 있죠."

50여 명을 2박3일 동안 수용할 수 있는 장소가 녹록지 않기에 백령천주교회 교육관을 빌려 생활하기로 하고 짐을 풀었다. 하룻밤을 묵었는데도 여전히 비는 내린다. 날씨가 심상치 않다. 일기예보에서 오늘은 바람이 거세게 불어 인천에서 배가 뜨지 않았다는 말이 나온다. '배가 들어와야지 나갈 수가 있는데' 일순간 걱정하며 의견이 분분하다. 한쪽에선 이런 말도 나온다.

"천재지변인데 누가 우리를 탓하겠어? 어디 한번 나 없이 며칠이고 살아보라지. 엄마와 아내의 소중함을 몸소 느낄 기회를 주자고~. 그동안 소원했던 가족들에게 반성의 기회를 줄 수도 있지 않을까?……. 이렇게 통쾌할 수가…….바람아~ 석 달 열흘만 불어다오."

일기예보에서 태풍이 불 거라는 둥 배가 뜨지 않는다는 둥 하니 쾌재를 부르는 사람과 한걱정하는 이들로 왁자지껄하다. 그도 그럴 것이 가족들에게 헌신하고 짬나는 시간에 개인 취미생활을 할 수 있음에도, 뭔가 보람 있는 일을 찾아 경기도 부천시 오정구 작동에 위치한 장애인 종합복지관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어머니들이다. 모든 일상에서 벗어나 모처럼 휴가를 얻어 즐기러 왔으니 '스트레스여 안녕' 하고 외치고 싶었을 것이다.

 자연산 바닷장어가 석쇠 위에서 노릿노릿하게 익어간다.
 자연산 바닷장어가 석쇠 위에서 노릿노릿하게 익어간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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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어구이에 열중하는 봉사자들. 자원봉사자들은 손발이 척척 맞는다.
 장어구이에 열중하는 봉사자들. 자원봉사자들은 손발이 척척 맞는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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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어구이와 소주가 환상적인 궁합이라며 한 잔씩 나눈다.
 장어구이와 소주가 환상적인 궁합이라며 한 잔씩 나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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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삐 풀린 망아지라고 하기에는 좀 세월의 흔적들이 묻어 나오기에 가족들에게 독립선언을 하고 일상탈출을 한 자유인……. 뭐니 뭐니 해도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하지 않았던가. 백령도에는 양식이란 게 없다. 회도 생선도 모두 자연산이다. 봉사활동 하느라 고생한 어머니들을 위해 보양식이 준비되었다고 한다. 자연산 바닷장어다.

마당 한쪽에 장어를 굽기 위해 장작불이 지펴졌다. 50여 명이 먹을 25kg이나 되는 장어를 이곳 주민이 미리 준비해 두었다. 이글이글 타는 장작불 위에 석쇠를 올리고 손질된 장어를 듬뿍 올려놓자 지글지글 익기 시작한다. 자원 봉사자들이기에 손발도 척척 잘 맞는다. 고소한 냄새가 진동하고 반주로 소주와 맥주를 곁들이니 저절로 흥이 나는지 반주 없는 노래가 백령도에 울려 퍼진다.

반주 한 잔에 기분이 좋아진 봉사자들. 다음날 배가 뜨는지 안 뜨는지 궁금할 리가 없다.


#연안부두#사곳천연비행장#바다장어#인천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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