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누리가 되는 식당이 있다. 여수 학동의 장어탕 집이다. 값도 비교적 착한 집이다. 요즘 여수시내 식당의 장어탕 1인분 가격은 대부분 1만원이다. 그런데 이 집은 7천원으로 비교적 값이 착하다. 점심(낮12시~오후2시)때가 되면 6천원으로 더 착해진다. 헌데 이뿐인가. 에누리도 된다. 인근에 복지관 시설이 위치하고 있어서 어르신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그래서 돈이 부족한 어르신들에게는 에누리를 해준다.
값싼 게 비지떡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이집의 장어탕은 비지떡일까. 천만에 말씀이다. 여느 장어탕 집 못지않다. 맛도 품질도, 장어의 싱싱함과 맛에서는 결코 뒤지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손님들이 주문하면 수족관의 살아있는 장어를 곧바로 손질해서 끓여내기 때문이다. 음식 주문 후 조금 기다리는 여유가 필요하다.
"손님이 오셔서 주문하면 곧바로 끓여요. 그래서 장어 육질이 달라요."손질한 장어 뼈와 장어대가리, 다시마, 명태 등을 넣어 5~6시간 푹 끓여낸 육수를 사용하는 것도 이집의 맛의 비결이다.
"장어대가리에서 진짜 맛이 우러나와요."
장어를 남다르게 좋아해서 장어요리를 하게 되었다는 주인장(55. 김미경)의 내공 역시 만만치 않다. 장어와 함께 한 세월이 자그마치 20년이다.
육수와 땡초가 잘 어우러져서일까. 장어국물은 화끈하면서 시원한 느낌이다. 함께 한 지인은 산뜻한 국물이 정말 좋다고 했다.
"산뜻하니 좋네요."남자들이 좋아한다는 청각나물, 깊은 맛이 느껴지는 꼴뚜기젓, 찬도 대체로 맛깔스럽다. 풋고추를 막된장에 버무려낸 것도 특이하다. 맛이 제법이다. <자산어보>에 해송(바다의 소나무)으로 기록되어 있는 청각은 칼슘과 인, 비타민C가 풍부하여 어린이성장발육에 도움을 주며 빈혈을 예방하고 변비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어육수에 숙주나물과 싱싱한 장어를 넣고 끓여낸 장어탕은 진국이다. 밥 한술 말아 먹다보면 어느새 행복감이 묻어난다. 남도의 밥상은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보면 안 된다. 음식 하나하나가 한결 갖게 어머니의 손맛이 담겨있고 그 깊이가 있다.
이 집의 상호로 사용하고 있는 '아리랑숯불장어'는 큰딸아이가 한국적인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 이름 지었다고 한다. 주인장 말에 의하면 그 이름을 이곳을 찾는 단골손님들이 다들 좋아한다고 한다. '어이! 우리 아리랑에서 만나세'라며.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