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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구호단체인 JTS(Join Together Society)에서 기부와 나눔 활동을 하고 있는 배우 김여진.
 국제구호단체인 JTS(Join Together Society)에서 기부와 나눔 활동을 하고 있는 배우 김여진.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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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이산>(정순왕후 역)과 <그들이 사는 세상>(이서우 작가 역) 이후 출연 섭외가 많이 들어올 법한데 딱 끊겼다. 요즘 섭외가 거의 안 들어 온다. 문제는 내 안의 공포인 것 같다. 솔직히 겁을 먹었고, '찍혔나?' 의구심도 들었다. 자기 검열의 문제로 인식한다."

15살 어린 나이로 66살의 영조 임금과 혼인해 계비가 된 인물. 어린 나이지만 노회하고 능수능란한 야심가로 정조 임금의 생부 사도세자를 죽게 한 인물 가운데 하나. 바로 정순왕후다. 지난 2008년 MBC 드라마 <이산>에서 배우 김여진(38)씨가 맡은 역할이다. 표독스러운 연기로 실력파 배우라는 별칭을 얻었지만 KBS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 이후 TV에서 그를 만날 수 없게 됐다. 벌써 만 2년이 되어 간다.

그 사이 연극과 영화에 몰두하고 있지만 한국 사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 드라마를 외면하며 살 수는 없다. 언제든 돌아가고 싶은데, 시쳇말로 '불러주지 않아' 고민이다. 그는 최근 연극 <러브레터>를 끝냈으며, 영화 <이야기>와 <고래를 찾는 자전거>를 촬영하고 있다.

그런 그를 지난 16일 오후 서울 서초동 긴급구호단체인 JTS 별관 '길벗' 사무실에서 만났다. 배우로 살면서도 사회활동의 끈을 놓지 않고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그는 최근 관심사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딱 두 가지만 집중하자"며 "4대강 사업 저지와 인도적 대북 지원"을 꼽았다.

4대강과 인도적 대북지원에 집중하는 까닭

수상경력 및 출연작품

1998 청룡영화상 신인상수상
1998 이천 춘사대상영화제 신인상수상
2000 대종상 영화제 여우조연상
2002 제3회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여우조연상

연극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러브레터>
      외 다수

드라마 <대장금> <이산> <신돈>
          <토지> <그들이 사는 세상>
          <사랑한다 웬수야> 외 다수

영화  <처녀들의 저녁식사><박하사탕>
       <채식주의자> <내 사랑 내곁에>
       <바람난 가족> <취화선> 외 다수

김여진씨는 "수만 년 흘러온 우리 강을 도대체 무슨 근거로 파헤치는 건가"라고 묻고 "신뢰할 만한 연구결과나 동의 절차도 없이 그냥 밀어붙이면 되는 것이냐"고 개탄했다.

이명박 정부가 이렇게 밀어붙이는 것은 후딱 해치우지 않으면 안 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으로 보인다는 그는 "수만 년을 흘러온 강의 물줄기를 바꾸는 일은 적어도 몇십 년 계획을 세워 국민에게 묻고 허락도 받아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어떻게 이렇게 졸속으로 처리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혀를 찼다.

인도적 대북 지원 문제와 관련해서는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북한의 식량난에 대해 모른 척 해왔다"며 "나도 북한 김정일 정권이 너무 싫지만 쌀이 창고에 남아 돌아 창고 비용 때문에 골치 아프다는 뉴스를 계속 내보내면서 정작 굶어 죽는 북한을 위해 식량 지원을 하지 않는 것은 굉장히 잔인하고 무심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북한 사람들 입장에서 보자면 남한 사람들이 정말 얄밉고 싫을 것 같다"며 "이렇게 남북 관계가 대결 국면으로 가서 북한이 중국에 편승된다면 우리는 영원히 아주 작은 섬나라가 될 텐데 이명박 정부가 원하는 게 그것인지 묻고 싶다"고 한탄했다.
  
국제구호단체인 JTS(Join Together Society)에서 기부와 나눔 활동을 하고 있는 배우 김여진씨가 16일 서울 서초동 긴급구호단체인 JTS 별관 '길벗'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갖고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과 인도적 대북 지원 정책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국제구호단체인 JTS(Join Together Society)에서 기부와 나눔 활동을 하고 있는 배우 김여진씨가 16일 서울 서초동 긴급구호단체인 JTS 별관 '길벗'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갖고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과 인도적 대북 지원 정책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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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김여진씨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최근 어떤 작품을 촬영 중인가.
"두 작품을 동시에 찍고 있다. 개구리 소년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야기>와 <고래를 찾는 자전거>다. <고래를...>은 현재 울산에서 촬영 중이다. 울산 장승포에 고래를 찾으러 가는 이야기인데, 두 남매의 로드 무비랄 수 있다. 길에서 만난 엄마, 언양댁 역할을 맡았다. 천연 염색을 하면서 혼자 사는 여자인데 굉장히 성격이 괄괄한 역할이다. 이 작품은 저예산 영화라서 8월 말 9월 초면 촬영은 끝날 것이다. 개봉은 내년 신정연휴 때쯤 될 것 같다."

- 여성인권단체를 후원하는 연극 <러브레터>이 끝난 지도 얼마 안 되는데 또 작품촬영에 들어가 쉽지 않겠다.
"체력이 달리기는 하나 힘들 건 없다."

- <러브레터>는 노 개런티였던 것으로 안다.
"돈을 받지 않았지만 정말 재미있게 일했던 작품이다. 개런티가 없을 때는 마음이 편하고 즐겁다. 어차피 관객 앞에 서는 것이라 일은 잘해야 한다. 이런 말을 하면 돈 안 되는 작품만 들어올 것 같은데(웃음), 나이트클럽에 가서 그냥 춤 추면 노는 것이지만 무대 위에 올라가 돈을 받고 춤을 추면 일이 된다. 똑같이 밤새 춤을 추어도 한쪽은 스트레스가 풀리고 반대쪽은 스트레스가 쌓이는 법이다.

내가 지금 하는 일을 일로 받아들이느냐, 아니면 유희로 하느냐 이 차이가 있는 것 같다. 특히 연기라는 작업은 유희성이 굉장히 강한 일이기 때문에 돈을 주지 않는다고 해서 못할 일은 아니다. 내가 좋아서 재미로 하는 때도 있는 게다.

그러나 방송은 노동의 의미가 크다. 내가 맡은 캐릭터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날그날 나오는 대본에 따라 내가 가진 순발력으로 빨리빨리 외워서 역할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긴장감이 훨씬 크다. 그 안에서는 유희성을 찾기 쉽지 않다."

"솔직히 나도 무섭다... 내 안의 공포가 문제"

- 이명박 정부 이후 드라마 출연섭외가 잘 안 들어 온다는 기사를 봤다.
"하하하. 솔직히 사실 확인은 안 되는 것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이명박 정부 때문에 방송섭외가 안 된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정황상 드라마 <이산(정순왕후 역)>과 <그들이 사는 세상(이서우 작가 역)> 이후 출연 섭외가 많이 들어올 법한 데 딱 끊겼다. 방송 드라마를 하고 싶은데 요즘 섭외가 거의 안 들어온다. (웃음)

문제는 내가 갖는 공포인 것 같다. 솔직히 겁을 먹게 됐다. 내가 하는 말과 행동 때문에 '찍혔나?' 의구심이 드는 거다. 내 안에서 나를 검열하는, 자기검열의 문제로 인식한다. 내가 하고 싶은 얘기가 있지만 그걸 안 하게 된다. 솔직히 그 보도 이후 굉장히 날카로워졌다. 왜 허락 없이 그런 기사가 나갔느냐고 다그쳤다. 그렇게 화를 내긴 했지만 정작 1차적인 책임은 내게 있는 것이다."

- 연극이나 영화 말고 드라마를 하고 싶은 까닭은 뭔가.
"많은 사람들이 보기 때문에 가장 힘이 있다. 드라마 자체가 굉장히 큰 힘을 갖고 있다. 미혼모나 에이즈 문제를 다룬 <고맙습니다>도 그렇고... <대장금>이나 <내 이름은 김삼순> 등을 통해 사랑보다는 일에 집중하는 모습에서 사회적 편견이 많이 깨졌다고 본다. 그 어떤 매체보다 강력한 힘을 갖고 있는 게 드라마다."

- KBS 블랙리스트 사건은 어떻게 보나.
"김미화씨가 KBS 블랙리스트 사건을 트위터에 언급한 뒤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본다. 솔직히 KBS가 그토록 블랙리스트가 없다고 주장하는 건 그들도 그 자체가 있다고 할 때 수치스럽다는 걸 알기 때문에 굳이 없다고 하면서 소송까지 거는 게 아닌가 싶다.

그들 스스로도 당당할 일이 아니라고 보는 거다. 만일 블랙리스트라는 게 진짜 있다면 그들 입장에서는 철저히 숨겨야 하는 것이고, 정말 있다면 그건 진짜 부끄러운 일이다. 그걸 알기 때문에 없다고 저러는 게 아닌가 싶다."

- KBS 블랙리스트 파문과 별개로 연예인의 사회적 발언은 급격히 줄지 않았나.
"KBS에 블랙리스트라는 게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우리는 전혀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건 김제동씨 같은 사례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그건 연예인들에게 겁 먹으라는 신호다. 김제동씨 사례를 본 연예인들의 마음이 어떻겠나. 나도 잘못 발언했다가 김제동처럼 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솔직히 나도 무섭다. 다시는 방송을 못하게 되지 않을까 그런 두려움이 있다.

물론 나도 김제동과 같은 이유로 출연을 못하게 되는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웃음). 그러나 어떤 이유인지 나도 방송은 잘 안 들어온다. 섭외가 왔다가도 갑자기 몇 해째 같은 출연료를 받고 있는 데도 돈이 안 맞아 안 되겠다거나, 나이가 안 맞는다거나 등등의 이유로 하지 못하게 됐다."

대학 시절엔 극좌 운동... 인권 눈뜨며 세상이 달라졌다

배우 김여진.
 배우 김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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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 시절 학생운동도 꽤 열심히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하하. 열심히 했다. 그러나 딱 4년 하고는 그쪽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좌파운동권? 하하. 극좌였다, 극좌. 민중연대 학생회의. 대학 1학년 때 강경대 열사 추모집회에 나가면서 시작했고 혼자 집회도 많이 다녔다. 그 즈음 어떤 언니가 함께 하자고 해서 그 조직에 가담을 했다. 푸하.

그때 우리 구호가 '민중에게 권력을!'이었는데, 우리는 주로 철거촌을 많이 다녔다. 철거촌이니까 늘 불안에 떨어야 했다. 정파싸움도 많이 했다. 싸움을 많이 하면 사람이 피폐해진다. 그래서 정리했다. 행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의 지론은 자신이 행복해야 남에게도 행복을 줄 수 있고, 또 무엇이든 길게 잘 할 수 있고 또 오래 간다는 것이다. 행복하면 힘이 남아돈다. 괴롭지 않으니까. 또 시간도 남는다. 그렇게 되면 좋은 세상을 만들거나 다른 사람을 돕는 데 힘을 쓰게 된다.

학생운동을 했지만 내가 가진 성향은 딴따라였다. 노는 것 좋아하고, 노래하고 춤 추는 것 좋아하고 책 읽는 것, 음악 좋아하고, 또 연애하는 것 좋아하고. 그런데 학생운동을 하면 그런 걸 못하니까, 힘들고 답답했던 거지. 하하하하.

대안으로 생각했던 건 여성운동이었다. 그래서 여성학대학원에 가겠노라 하고 학점 관리하면서 졸업준비를 하다가 연극을 한 편 봤다. 서울 올라와 대학 다니면서 연극 한 편 못 본 거다. 그 자리에서 연극에 반했다. 대학원 시험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던 시간이었는데 그때 바로 그 극단에 '한달간 포스터 붙여 드릴게요' 했다. 그리곤 나도 그 작품으로 데뷔했다.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 학생운동을 접었어도 문득 신문을 보면 불끈불끈하지 않던가.
"심정적 지지는 했다. 투표하면 민주노동당 찍고 그런 식이었다. 그러나 나중엔 신문도 잘 안 봤다. 보면 피곤해지니까. 내가 하는 일에 집중하자, 그렇게 마음먹고 10년째 이렇게 살고 있다."

- 래디컬한 좌파운동에서 인권운동으로 관심이 옮겨온 배경이 궁금하다.
"학생운동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모든 가치를 뛰어넘는 가치는 뭘까 항상 목마름 같은 게 있었다. 궁극과 근원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던 때 법륜 스님이 하시는 '깨달음의 장'에 우연히 참여하게 됐다. 방송하면서 사회활동 하는 연예인들이 함께 수행하는 모임인데, 그 모임에 참여하면서 그동안 내가 궁금했던 궁극과 근원의 문제가 일거에 해소됐다. 그때부터 근원을 바로세우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됐고, 아시아에서 1달러 미만으로 사는 사람들의 생존에 대해 사회적 발언을 하게 된 거다."

"한지민 모금통은 금세 찼는데... 목소리가 커졌다"

국제구호단체인 JTS(Join Together Society)에서 기부와 나눔 활동을 하고 있는 배우 김여진씨가 북한 어린이 분유 보내기 모금캠페인에 사용되는 젖병모양의 저금통을 들어보이고 있다..
 국제구호단체인 JTS(Join Together Society)에서 기부와 나눔 활동을 하고 있는 배우 김여진씨가 북한 어린이 분유 보내기 모금캠페인에 사용되는 젖병모양의 저금통을 들어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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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구호단체인 JTS(Join Together Society)에서 기부와 나눔 활동을 하고 있는 배우 김여진씨가 "하루에 1달러 미만으로 사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시작하게 되었다"며 활동 동기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국제구호단체인 JTS(Join Together Society)에서 기부와 나눔 활동을 하고 있는 배우 김여진씨가 "하루에 1달러 미만으로 사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시작하게 되었다"며 활동 동기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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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TS는 긴급구호단체인데, 주로 어떤 활동을 했나.
"하루에 1달러 미만으로 사는 아시아 어린이들을 위한 모금캠페인을 진행했다. 거리모금 총책임자인데, 매년 5월과 12월 명동에서 캠페인을 하고 있다. '아이들의 엄마가 되어달라'는 캠페인인데, 젖병 모양의 저금통을 모아 분유 보내기 캠페인도 한다.

지금 북한에는 절실한 도움이 필요하다. 올해 홍수피해가 컸고, 배급도 끊긴 상태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배급이 끊겼으니 이건 죽으라는 얘기다. 2008년 아사자가 20만~30만이었는데 올해는 100만~300만 단위로 넘어갈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대북제재로 식량지원이 원활하게 안 되니까."

- 인도적 대북지원활동에 적극적인 것 같은데 에피소드는 없었나.
"2008년 MBC 드라마 <이산>을 할 때였는데, 함께 촬영했던 배우들과 함께 캠페인에 나가자고 해서 모두 나왔었다. 그때 명동에서 모금함을 들고 다니면 사람들이 한지민씨는 다 알아보고 금세 모금함이 꽉꽉 차는데, 나는 아닌 것이다. (웃음)

그러니까 이게 딱 하기 싫어지더라. 비교되는 게 싫고, 그러니까 캠페인에 열중한다기보다는 자꾸 내 모금통에 돈이 얼마나 모였나 신경 쓰게 됐다. 그러니 목소리는 작게 나오고, 돈을 주는 사람들에 대한 감사함보다는 오로지 내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그것만 신경쓰고 있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때 딱 목이 매었다.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부터 진심을 담아 외치기 시작했다. 목소리가 더 커졌다. 배고픈 사람은 먹어야 합니다! 아픈 사람은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어린 아이들은 제때 배워야 합니다! 이 구호가 가슴을 쳤다.

종교와 이념 그 어떤 갈등을 뛰어넘어 절대적으로 반드시 해결돼야 하는 게 있는데 그건 바로 인권의 문제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 다음에 민주주의도 있을 수 있다. 굶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당장 밥은 먹어야 한다. 거기서 출발한 게 북한 어린이 돕기 운동인데, 정치적인 것으로 휘말리기도 했다."

- 유독 북한 어린이 돕기 운동을 하는 까닭이 뭔가.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굶어죽는 사람이 있는 나라는 북한뿐이다. 발육이 부진하고 저체중 때문에 아프고 이런 아이는 있을지라도 굶어서 죽는 사람은 아시아에서 북한 빼고 없다. 2008년 법륜 스님이 70일 단식하신 적이 있는데, 48일째 단식하던 날 뵈었다.

그때 나는 사람이 굶으면 저렇게 되는 구나 느꼈다. 바싹 마르고 기운이 없으니 쿵쾅 잘 넘어지셨다. 그걸 보면서 도대체 사람이 얼마를 굶으면 죽게 되나 생각하게 됐다. 나도 3~4일 굶어봤는데 진짜 죽겠더라. 몸이 너무 괴로웠다.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먹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생각이 안 난다. 미식거리고 온 몸이 다 아프다.

내가 체험하고 나니 굶어죽는 일은 막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정말 많이 울었다. 나는 살면서 이 얘기를 계속 하겠노라 마음먹었고, 초등학교와 대학을 다니면서 강연을 하고 서명운동도 벌였다.

북한 어린이 얘기를 할 때마다 눈물이 났고 많이 울었다. 그즈음 연예인 자살이 이어졌다. 안재환씨, 최진실 선배. 최진실 선배는 연기자들이 가려는 궁극이다. 국민 요정이자 국민 스타였고, 이혼하고 아이를 둘씩이나 낳았지만 그래도 주인공을 놓치지 않았던 배우다. 그런 사람이 비쩍 말라 괴로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쪽에서는 먹을 게 없어 굶어죽고, 한쪽에서는 마음이 불행하고 힘들어 죽는구나 싶으니 진짜 마음이 아팠다. 분단의 비극을 다시 느끼게 됐다."

- 한국에도 굶는 아이들이 많다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하루에 한끼 두끼 굶는 결식아동이 있기는 하지만 굶어 죽는 정도는 아니다. 기아와 아사는 완전히 다르다. 굶어죽는 사람에게 먼저 밥을 줘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 보수단체 회원들은 대북지원이 김정일 체제를 유지하는 수단이 된다고 비판하는데.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북한의 식량난에 대해 모른 척 해왔다고 본다. 무심했다. 나도 북한 김정일 정권이 너무 싫다. 자기 백성이 굶어죽도록 놔두는 무능한 정권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식으로도 용서할 수 없는 나쁜 정권이라고 본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가. 쌀이 창고에 남아돌아 창고 비용 때문에 골치 아프다는 뉴스가 계속 나온다. 그런데 북한은 굶어 죽는다. 식량난이 심각하다. 그러면서 또 통일세를 걷겠다고 한다. 정말 잔인하고 무심한 것 아닌가.

북한 사람들 입장에서 보자면 남한 사람들이 정말 얄밉고 싫을 것 같다. 중국과 미국이 경제지원을 하지 않는 것과 별개로 정말 얄미울 것 같다. 결국 이렇게 남북관계가 대결국면으로 가서 북한이 중국에 편승된다면 우리는 영원히 아주 작은 섬나라가 될 것이다. 대륙으로 나가는 그 어떤 길도 봉쇄 당한 채. 이명박 정부가 원하는 게 그것인지 묻고 싶다."

"북한인권운동? 굶는 사람들에게 밥부터 주자"

- 북한인권운동단체도 많은데, 이 운동에는 왜 참여하지 않나. 
"북한을 북한이라고 보지 않고 아시아의 아주 작은, 우리와 전혀 상관없는 나라라고 생각해보자. 오랜 독재를 경험하고 있고 그 내부에서 벌어지는 정확한 상황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밖으로 알려진 것은 강제노역이 심하고 고문도 당하는 등 인권이 열악한 상황이다. 열악한 인권 상황 중에 가장 심각한 것은 굶어죽는 일이다. 이랬을 때, 가장 핵심은 굶는 사람 밥 먹이는 일 아닌가?

대북 쌀 지원부터 해서 굶은 사람 밥부터 먹이고 그 다음에 시시비비 가릴 것 가리고 그래야 하는 것 아닌가. 기본적인 지원도 해주지 않으면서 너희들 고문 심하지? 강제노역도 한다며? 이렇게 하는 것은 구경꾼에 불과하고 진심으로 그들을 돕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너희는 아주 나쁜 나라에 살고 있어! 그렇게 말만 하면 뭘 하나. 그래서 뭘 어쩌자는 건가. 당장 사람은 굶고 있는데. 그래서 북한문제와 관련해서는 좌든 우든 대응이 별로 마음에 안 든다."

배우 김여진씨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마친 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4대강을 그대로 흐르게 해 주세요'라고 쓴 종이를 들어보이고 있다.
 배우 김여진씨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마친 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4대강을 그대로 흐르게 해 주세요'라고 쓴 종이를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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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적 대북지원 이외에 어떤 사회문제에 관심이 있나.
"4대강 사업이다. (한숨 푹 쉬고) 한반도를 흘러온 강들은 수만 년을 흘러온 강들이다. 인간이 살아봐야 고작 100년 아닌가. 수많은 세월 흘러온 강에 비하면 인간은 그저 물방울도 안 되는 존재들이다. 도대체 무슨 근거로 강을 파헤치는 건가. 어떤 신뢰할 만한 연구결과나 동의절차도 없이 그냥 밀어붙이면 되는 건가.

이명박 정부가 지금 이렇게 밀어붙이는 것은 후딱 해치우지 않으면 안 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수만 년을 흘러온 강의 물줄기를 바꾸는 일인데 적어도 몇 십 년 계획을 세워 국민에게 묻고 허락도 받고 그래야 하는 것 아닌가. 어떻게 이렇게 졸속으로 처리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물을 맑게 하고 홍수를 막겠다고 하는 일이라면 정말 긴 호흡으로 천천히 국민들에게 일일이 설명하면서 그 타당성을 얘기해준 다음에 해도 늦지 않는다. 이렇게 급하게 임기 내에 끝내야 한다고 서두를 일이 아니다."


태그:#김여진, #YOHJINI, #한지민, #소셜테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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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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