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어제 비가 많이 와서 그런 가보다. 물이 많이 불어났어. 어쩌지?"
"허허, 이걸 어떡하지? 저기만 건너가면 되는데, 자전거 끌고 천천히 가볼까?"
"여기는 괜찮은데, 저기 앞에는 너무 위험하겠는데? 괜찮을까?"
"한 번 가보자. 정 안 되면 다시 돌아오지 뭐."
둑에 물이 넘쳐 건너갈 수가 없어요
자전거를 타고 군위에서 의성으로 가거나 우보를 갈 때면 늘 지나가는 길, 우보에서부터 위천을 따라 마을길을 지나고 논길, 둑길까지 타고 거의 10㎞쯤 달려왔을 때예요. 그런데 이거 큰일 났습니다. 마지막으로 위천을 가로지르는 둑을 하나 건너야 하는데, 어제 비가 와서 불어난 물 때문에 넘쳐서 흐르고 있었어요. 눈으로 봐서는 어쩌면 조심해서 가면 건널 수도 있겠다 싶어 들어섰는데, 생각보다 물이 많이 넘쳐서 갈등이 생깁니다.
게다가 둑 바닥이 물이끼가 많이 끼어서 자칫하면 둑 아래로 미끄러질 수도 있겠어요. 맨몸으로 건너는 것도 아니고, 자전거를 끌고 가야하는데 아무래도 그냥 건너기엔 너무나 위험했답니다. 이 둑만 건너면 손쉽게 갈 수 있는데, 달려온 그대로 10㎞를 다시 되돌아가야 합니다.
둑의 길이는 위천의 넓이만큼 꽤 길었지만, 물이 많이 넘쳐흐르는 곳은 3m쯤밖에 안 되기에 거기만 건너가면 되는데, 여간 모험이 아닙니다. 한 5m쯤 갔을까요? 물살이 차츰 세지면서 끌고 가던 자전거 앞바퀴가 그만 밀리고 맙니다.
어이쿠, 이대로는 안 되겠네요. 도저히 건너갈 수가 없었어요. 길이 너무 위험하니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되돌아가는 건 괜찮은데, 이 길이 아니면, 10km나 되돌아 나가서 919번 국도로 나가야 한답니다.
이곳은 차도 많이 다니는 데다가 무엇보다 갓길이 거의 없답니다. 자전거를 타고 가기엔 참으로 위험한 곳이에요. 그렇기에 늘 이 둑길을 지나서 논 가운데에 난 길을 따라 지나가곤 했는데 말이에요.
이젠 다른 방법이 없네요. 하는 수없이 되돌아가서 찻길로 가는 수밖에 없었어요. 지금까지 달려온 길을 다시 되돌아나가는 것도 문제지만 그게 더 큰 걱정이네요. 지난 날 이 길을 몰랐을 때, 멋모르고 찻길로 나갔다가 그야말로 식겁했던 적이 있었답니다. 갓길은 없고 오가는 차는 많은 데다가 모두 얼마나 빨리 달리는지 애를 많이 먹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 뒤로는 지도를 모조리 찾아보고 둑길을 찾아내서 이 길로 다니곤 했는데, 또 다시 찻길로 가야 한단 생각에 아찔한 생각이 드네요.
위험한 길로 안 가도 돼요. 잔찻길이 새로 생겼어요
길은 건너가지 못하고 신발만 물에 홀랑 젖은 채 다시 되돌아나갑니다. 왔던 길로 되돌아나가는 기분 아시나요? 그것도 10㎞쯤 달려왔는데, 그 길을 다시 돌아가야 할 때, 그것도 위험한 찻길로 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기분이 어땠을까요? 남편과 나는 투덜거리면서 큰 걱정을 안고 다시 돌아갑니다.
"어, 저게 뭐야? 저기 뭐가 있다."
"어디? 뭔데?"
"저기 봐, 뭔 다리 같은데?"
우리가 가고 있는 길 건너로 무슨 다리 같기도 한 게 보였어요. 분홍빛으로 되었는데, 위천 옆으로 쭉 따라서 이어진 듯 보였어요. 되돌아가는 길이 힘들어 투덜거리다가 뭔가 새로운 걸 발견하고는 신이 나서 발판을 밟아갔어요. 아, 길이 새로 났어요. 그것도 자전거 길입니다. 자전거 길이라고 하기엔, 무척이나 예쁜 길이네요.
나호교를 지나면서부터 919번국도 바로 곁에 새 길이 났던 거였어요. 구름다리 같은 모양으로 분홍빛으로 된 예쁜 길이었어요. 살았습니다. 이제 저 위험한 찻길로 나가지 않아도 됩니다. 이 길이 제대로 이어지기만 했다면 길 끝까지는 안전하게 갈 수 있을 듯합니다.
"야호, 이렇게 좋을 수가! 이 길을 알려주려고 오늘 둑에 그렇게나 물이 넘쳤나보다."
"하하하 그러게, 어찌됐든 가보자. 다시 돌아 나오더라도 어디까지 이어졌는지 가보자. 이런 길만 있다면, 찻길로 안 가도 되고 먼 길로 돌아가지 않아도 되니까 앞으로는 이리로 다닐 수 있겠네."
길은 참으로 멋스럽습니다. 땅이 있는 곳엔 풀빛 자전거 길로 깔려 있고, 그렇지 않은 곳엔 구름다리처럼 분홍빛으로 된 다리가 놓여 있네요. '위천' 내를 따라 나란히 이어진 길이 얼마나 예쁜지 몰라요.
무엇보다 조금도 위험하지 않고 둘레 풍경을 보면서 자전거 타고 가는 기분이 무척 기쁘고 즐겁습니다. 길 끝, 아까 둑으로 건너가지 못했던 바로 그 길 건너편까지 이어졌습니다. 참으로 신이 납니다. 없던 자전거 길이 새로 생긴 것도 기쁜 일인데, 길이 무척이나 예쁘고 아름답네요.
자전거 길이 어디까지 이어졌을까? 다시 가보자!
우리가 자주 다니던 길에 찻길 말고는 마땅히 갈 수 있는 길이 없어 둑길을 따라가고, 논길을 따라 가던 곳에 위험하지 않고 아름답기까지 한 자전거 길이 새로 난 건 참으로 신나고 다행스런 일이에요. 이 길이 어디까지 이어져 있을지 몹시 궁금합니다. 두 주 뒤(8일)에 또 다시 길을 나섰어요. 군위군 간동유원지(병천교)부터 시작하여 이어진 자전거 길을 꼼꼼히 살피면서 가봅니다. 길이는 얼마쯤 되는지 속도계로 거리도 재면서 가봤어요.
자세히 알고 보니, 바로 이 자전거 길은 군위군에서 지난해에 주요사업 하나로 시작한 일이었더군요. 군위군 어느 지역을 가도 늘 볼 수 있는 '위천'을 따라 탐방로와 산책길, 쉼터, 자전거 길까지 모두 갖추어 놓았어요. 드문드문 길이 끊어진 곳도 있었지만, 그 길만 벗어나면 또 자연스럽게 이어놓았기에 굳이 찻길로 나가지 않아도 되었답니다. 우보면 나호리, 나호교까지는 아무 탈 없이 갈 수 있었어요.
나호교를 지나서 한 100m쯤만 나가면 또 다시 길이 이어집니다. 이번에는 군위군 의흥면 읍내리 '원산교'까지 곧바로 갈 수가 있네요. 틈틈이 넓은 빈 터가 나오면 쉼터와 변소도 갖추어 놓았어요. 자전거 보관대까지 있더군요. 길이를 따져보니, 거의 15㎞나 됩니다. 이 길을 오고 가고 하면, 무려 30㎞나 되네요. 걷는 이들한테나 자전거를 타는 이들한테나 운동을 하기에도 아주 알맞은 거리가 되겠더군요.
무엇보다 위험한 찻길로 나가지 않아도 되는 것이 우리처럼 자전거를 타는 이한테는 더 없이 고마운 일이지요. 게다가 이곳 군위군에는 산악자전거를 즐길 수 있는 '임도'가 무척 많답니다. '춘산리임도', '매봉산임도', '마정산임도', '물부리산임도', '병수리임도', '노행리임도', '두북리임도', '바람재임도' 과 같은 여러 임도가 그야말로 널려 있는 곳이랍니다.
앞으로 이런 산길을 찾아가는 많은 '산악자전거 동호인'들한테도 매우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지요. 군위군을 가로지르는 위천 내를 따라서 철따라 논과들의 아름다운 풍경까지 보면서 갈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 일인지 모릅니다.
우리 부부도 새로 난 아름답고 멋진 자전거 길 덕분에 의성이나 영천 쪽으로 갈 때에 아무 걱정 없이 다닐 수 있겠네요. 그렇다면, 이쪽 지역 이야기도 많이 들려줄 수 있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