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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티바이크(citybike)

.. 미국 등 선진국은 대부분 로드바이크(사이클)와 시티바이크(생활자전거)가 주류를 이루고, 산악자전거는 늘 소수의 취미로 제한된다 ..  <김병훈-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자전거여행 (전국편)>(터치아트,2009) 96쪽

"미국 등(等)"은 "미국 같은"으로 다듬고, '선진국(先進國)'은 '앞선 나라'로 다듬으며, '대부분(大部分)'은 '거의 모두'나 '으레'로 다듬습니다. "-가 주류(主流)를 이루고"는 "-를 많이 타고"나 "-를 즐겨 타고"로 손질하고, "소수(少數)의 취미(趣味)로 제한(制限)된다"는 "몇몇만 즐기고 있다"나 "즐기는 사람이 얼마 없다"로 손질해 줍니다.

 ┌ 씨티바이크 : x
 └ citybike : x

'생활자전거'는 '도시에서만 타는 자전거'일 수 없습니다. 생활자전거는 도시에서든 시골에서든 똑같이 '생활자전거'입니다. 시골에서 타는 생활자전거는 '컨츄리바이크'로 나누고 도시에서 타는 생활자전거는 '시티바이크'로 나눌 수 없어요. 어디에서나 생활자전거는 그예 생활자전거입니다.

보기글을 곰곰이 살피면, 이 글을 쓴 분은 자전거를 셋으로 나누고 있습니다.

 ┌ 로드바이크(사이클)
 ├ 시티바이크(생활자전거)
 └ 산악자전거

글쓴이 나름대로 셋으로 나누었다 할 텐데, 앞 두 가지는 영어로 적으면서 셋째 자전거는 우리 말로 적습니다. 앞 두 가지를 적은 흐름에 맞추어 셋째 자전거 또한 '마운틴바이크'로 적어야 아귀가 맞았을 텐데요.

돈이 많은 사람이든 돈이 적은 사람이든, 한국땅에서 한국사람이 타는 자전거에는 으레 알파벳으로 적바림하는 이름이 붙습니다. 우리 나라에서 만드는 자전거이든 다른 나라에서 만들어 사들이는 자전거이든 죄다 알파벳 이름투성이입니다. 더구나, 자전거를 타면서 '자전거'라 말하는 사람은 차츰 줄어듭니다. 나날이 '바이크' 타령을 하고 있어요.

사람들은 차츰차츰 '자전거포'이든 '자전거집'이든 다니지 않습니다. '바이크숍'을 다닌다고 읊습니다. 자전거 부품을 일컫는 이름을 모조리 영어로만 씁니다. '손잡이'나 '안장'이라 말하지 않고 '핸들'이나 '싯'이라 말합니다. '안장대'는 '싯포스트'라 말합니다. 뒤쪽을 보는 거울을 놓고 '뒷거울'이라 말하는 사람은 아직 못 보았습니다. 아니, 생활자전거를 타는 분들은 모두 거울이라 말합니다만, 생활자전거 아닌 자전거를 도시에서 타는 이들은 '미러'라 말하더군요.

어느 때부터인가 자전거꾼들은 '바퀴살'이라 하면 알아듣지 못하면서, '스포크'라 해야 비로소 알아듣기까지 합니다. '손잡이'라 말하면 어쩐지 비웃음을 사는구나 싶고, '레버'라 말해야 올바로 말하는 듯 여깁니다. 자전거 몸통을 놓고 모두들 '프레임'이라고만 합니다. '몸통'이나 '뼈대'라 말하는 사람은 만날 수 없습니다.

 ┌ 길자전거 ← 경주자전거 / 사이클 / 로드바이크
 ├ 살림자전거 ← 생활자전거 / 시티바이크
 └ 산자전거 ← 산타는자전거 / 산악자전거 / 마운틴바이크

자전거는 모두 자전거입니다. 다시금 말합니다만, 자전거는 같은 자전거입니다. 자전거로 길을 달립니다. 여느 살림살이를 꾸리면서 자전거를 타고 일터를 오가거나 저잣거리를 다녀오거나 볼일 보러 다닙니다. 자전거로 산을 오르락내리락하거나 산을 탈 수 있습니다. 달리기 내기를 하는 듯한 자전거를 살림자전거처럼 탈 수 있습니다. 산을 타는 자전거로 학교나 일터를 오가는 때에 탈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자전거는 타기 나름입니다.

그러나 우리 누리는 하루가 다르게 바뀝니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문화와 사회로 갈립니다. 이리하여 자전거 하나를 놓고 갈래에 따라 다른 이름을 붙여야 하곤 합니다. 안타깝게도, 다르거나 새로운 이름을 붙여야 할 때에 우리 말로 알맞게 이름을 붙이지는 못합니다. 우리 나름대로 우리 이름을 붙이려 하지 않고, 언제나처럼 영어를 끌어들입니다. 영어로 자전거 이름을 붙이고 영어로 자전거 갈래를 나누며 영어로 자전거 부품을 가리킵니다. 우리 누리는 온통 영어바람에 영어물결에 영어벼락이기 때문입니다.

 ┌ 고양이 - 들고양이 - 길고양이 - 골목고양이 - 산고양이
 └ 자전거 - 들자전거 - 길자전거 - 골목자전거 - 산자전거

고양이한테 새로운 이름을 하나둘 붙이는 흐름을 살피면서 자전거한테 새로운 이름을 하나둘 붙여 봅니다. 들판을 마음껏 누비는 자전거라면 '들자전거'라 할 수 있습니다. 또는 '들말(야생마)'을 떠올리면서, 거칠면서 홀가분하게 뛰어노니는 자전거를 '들자전거'로 일컬을 수 있습니다. 어쩌면, '비엠엑스(BMX)'라 일컫는 자전거한테 '들자전거'란 이름을 붙일 수 있겠지요. 길에서 신나게 달리는 경주자전거한테는 '길자전거'라는 이름이 어울릴 테고, 멀리 나다니지 않고 골목골목을 사뿐사뿐 도는 자전거한테는 '골목자전거'라는 이름이 어울리겠다고 느낍니다.

산에서 즐기는 자전거라면 굳이 '산악'자전거라고 두 글자로 적기보다는 '산'자전거처럼 한 마디로 '산'이라고만 적으면 한결 잘 어울리지 싶습니다. 우리 말을 살려서 쓰고 싶다면 '멧자전거'라 해 볼 수 있습니다. 아주 마땅한 소리입니다만, 살려서 쓰고 싶은 자전거꾼이 꾸준히 늘어난다면 '산자전거' 아닌 '멧자전거'라는 이름이 널리 자리잡을 수 있어요. 자전거를 사랑하면서 우리 말을 살려서 쓰는 데에도 마음을 기울일 수 있다면 얼마든지 이루어질 수 있는 일입니다.

이리하여, 자전거를 사랑하는 사람뿐 아니라 자동차를 사랑하는 사람한테도 매한가지입니다. 오토바이를 사랑하는 사람한테도 마찬가지입니다. 책을 좋아하든 영화를 좋아하든 노래를 좋아하든 다르지 않습니다. '북 키드'나 '씨네 키드'가 아닌 '책 아이'나 '영화 아이'요, '책 사랑이-책 즐김이'이거나 '영화 사랑이-영화 즐김이'입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어 '자전거 아이-자전거 사랑이-자전거 즐김이' 같은 이름을 얻습니다.

'자전거 손질꾼'이나 '자전거 솜씨꾼'이나 '자전거 아낌이'나 '자전거 돌봄이' 같은 이름을 하나하나 지어 볼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마음이라면 내 사랑을 고이 담아 자전거를 비롯한 우리 둘레 모든 곳에 아낌없이 사랑을 베풉니다. 섬기는 넋이라면 내 믿음을 살포시 실어 자전거를 발판 삼아 우리 두리 골골샅샅 싱그러이 섬기는 넋을 나눕니다.

덧붙이는 글 |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 글쓴이가 쓴 ‘우리 말 이야기’ 책으로,
<생각하는 글쓰기>(호미,2009)가 있고,
<우리 말과 헌책방 (1)∼(9)>(그물코)이라는 1인잡지가 있습니다.



태그:#영어, #미국말, #우리말, #한글,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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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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