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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상호 민주당 대변인.
우상호 민주당 대변인. ⓒ 권우성

지난 1년간 날카로운 '대여(對與) 공격수'로 맹활약해 온 민주당 우상호(48) 대변인이 4일 사퇴했다. 7.28 재보선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정세균 전 대표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그는 정 전 대표의 사퇴와 함께 당직을 놓게 됐다. 1년 365일에서 열흘이 모자란 355일 만이다.

 

1987년 연세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지난 17대 총선에서 당선돼 원내에 진출한 우 대변인은 몇 가지 눈길을 끄는 기록을 갖고 있다. 우선 원내·외를 합쳐 대변인만 4번째, '4선 대변인'이다.

 

그가 보좌한 당 대표들의 면면도 다채롭다. 열린우리당 시절 정동영·김근태 전 의장, 통합민주당 손학규 전 대표, 민주당의 정세균 대표 등 색깔이 서로 다른 대선주자급들에게 대변인 임명장을 받았다.

 

4번의 대변인을 지낸 기간도 도합 807일이라고 한다. 민주당의 '최장수 대변인'으로 통하는 박지원·정동영 의원에는 못 미치지만, 무시할 수 없는 기록인 셈이다.

 

우 대변인은 이날 오전 고별 브리핑에서 "807일간의 여행을 마친다,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이었다"고 지난 시간을 회고했다.

 

자신이 상대한 언론사 기자들을 향해서는 의미심장한 말을 던지기도 했다. 그는 "알고 있는 사실을 알려줄 수 없을 때 기자들의 눈을 마주칠 수 없었고, 사실관계가 다른 기사가 실릴 때는 기자가 원망스러운 때도 있었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대한민국 정치의 동반자이자 은밀한 공범이었음에는 틀림없다"고 말했다. 한국 정치의 현재 모습에 대한 책임이 언론에도 있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그래도 우 대변인은 "즐거웠던 고역을 마치려니 시원섭섭하다, 도와주신 언론인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는 인사도 잊지 않았다.

 

정부 여당을 향해서는 마지막까지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정부 여당이 이렇게 잘할 수 있느냐고 야당 대변인이 감탄하는 논평을 할 날이 올지 모르겠다"며 "지금처럼 야당 대변인이 지적하고 비판해야 할 사안이 도처에 넘치는 현실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우 대변인은 고별 브리핑의 마지막 대목에서 '새로운 정치'에 도전하겠다는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더 좋은 나라, 더 좋은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앞으로도 계속 노력하겠다"며 "절망과 패배감에 시달리고 있는 수많은 이 사회의 약자들에게 이 말씀을 드리고 싶다, 세상의 모든 아침은 다시 시작된다"고 끝을 맺었다.

 

당분간 여의도를 떠나게 된 우 대변인은 가족과 짧은 여행을 다녀온 뒤 서울 서대문구 지역구로 돌아갈 예정이다. 정세균 전 대표가 9월 전당대회 당권 도전을 공식 선언한다면 힘을 보탤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는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것은 없다"고 일단 선을 그었다.

 

우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앞으로는 실무 당직을 절대 맡지 않겠다"며 "블로거(blog.ohmynews.com/woosangho)로 돌아갈 것"이라고도 말했다. 당직자가 아닌 '정치인 우상호'로 평가받겠다는 뜻이다.

 

그는 최근 사석에서 "프랑스의 68세대처럼 한 국가를 이끌어갈 같은 세대를 가진 나라는 대한민국뿐"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386세대와 함께 지금과 다른 정치를 시작하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여의도를 떠나는 우 대변인의 행보가 주목을 받는 이유다.   


#우상호#대변인#서대문구#정세균#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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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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