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근대화하다 : 근대화하는 시점

.. 이것은 일본이 근대화하는 시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  <츠지모토 마사시/이기원 옮김-일본인은 어떻게 공부했을까?>(知와사랑,2009) 38쪽

'시점(時點)'은 '때'나 '무렵'이나 '자리'나 '마당'으로 다듬고, "중요(重要)한 의미(意味)를 갖는다"는 "중요한 뜻이 있다"나 "큰 뜻이 있다"로 다듬어 봅니다.

 ┌ 근대화(近代化) : 근대적인 상태가 됨
 │   - 생산 설비의 근대화 / 근대화된 사회 / 나라를 근대화하다
 │     근대화하기 위하여 각고의 노력을 하였다 / 생산 시설을 근대화하다
 │
 ├ 일본이 근대화하는 시점에서
 │→ 일본이 근대에 이르는 때에
 │→ 일본이 근대로 거듭나는 무렵에
 │→ 일본이 근대로 바뀌는 흐름에서
 └ …

"근대적인 상태가 됨"을 가리킨다는 '근대화'입니다. 그러면 '근대적'은 무엇일까요? 국어사전을 뒤적이니 "근대의 특징이 될 만한"이라고 나옵니다. 그러면 '근대'란 또 무엇일까요? 다시금 국어사전을 뒤적이니, "얼마 지나가지 않은 가까운 시대"라고 나옵니다.

말뜻을 이모저모 짚어 봅니다. '근대화'란 "얼마 지나가지 않은 가까운 시대 상태가 됨"을 가리키는 셈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이런 말뜻대로라 한다면, '근대화' 같은 말마디를 넣어서 이야기하는 "설비의 근대화"나 "근대화된 사회"나 "나라를 근대화하다" 같은 글월은 무슨 뜻과 생각과 느낌을 담으려 했던 셈일까요?

 ┌ 생산 설비의 근대화
 │→ 생산 설비를 새로 고침 / 생산 설비를 새로 갖춤
 ├ 근대화된 사회
 │→ 새로워진 사회 / 새로 거듭난 사회
 ├ 나라를 근대화하다
 └ → 나라를 새로 바꾸다 / 나라를 새로 일구다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아무래도 '근대화'란 '새롭게' 하는 일을 가리킬 때에 써 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새로 태어나도록' 하는 일을 가리키고, '다시 태어나게끔' 하는 일을 가리키며, '아주 거듭나도록' 하는 일을 가리키려고 이런 말마디를 읊지 않느냐 싶습니다. '근대화'라는 이름으로 하는 일은 하나같이 '예전 모습을 걷어치우며 새로운 모습이 되도록 하려는 일'이었거든요.

지난날 개화기 때라든지, 군사독재자가 꾀한 새마을운동이라든지, 언제나처럼 '근대화'는 '옛것을 낡았다고 여기며 서양 문물을 새것으로 받아들이는 일'이곤 했습니다.

 ┌ 근대화하기 위하여 각고의 노력을 하였다
 │
 │→ 새로 거듭나도록 뼈를 깎듯이 애썼다
 │→ 다시 태어나려고 아주 힘썼다
 │→ 새로워지고 싶어서 무척 땀을 뺐다
 └ …

새 삶을 찾는 일은 꼭 좋다고만 할 수 없으나, 내 삶이 제자리걸음을 걷거나 고인 물이 되지 않도록 다스리면서 새 삶을 찾는 일은 퍽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새 길을 열고 새 마음으로 추스르며 새 나라를 이룩하고자 애쓰는 일은, 꼭 지난날 우리 자취를 걷어치우는 데에만 있지 않다고 느낍니다. 오래된 문화를 지키거나 갈고닦으면서도 언제나 새로워질 수 있습니다. 어제 내 모습을 오늘 내 모습으로 알뜰히 다스리거나 간수하면서도 한결같이 새롭고 빛날 수 있어요.

영어로 '뉴(new)'를 앞에 붙여야만 새로워지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새마을'이라는 토박이말을 쓰다가, 나중에는 '新도시'라는 한자말을 쓰다가, 이제는 'newtown'이라는 영어를 쓰고 있는데, 다 똑같은 곳을 가리키는 이름을 껍데기만 바꾼다 해서 새로워지지 않습니다. 예나 이제나 똑같이 '새마을'을 쓰면서도 우리는 언제나 새로운 삶 새로운 생각 새로운 일을 펼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새마을'이든 '신도시'이든 '뉴타운'이든 하는 말을 쓰는 나라님들은 참말로 이 나라 이 겨레 이 삶터를 새로우면서 아름답도록 거듭나게 하려는 마음으로 이러한 말을 쓰지는 않았을 테지요. 돈을 더 많이 벌고 권력을 더 단단히 누리려는 마음에서 이러한 말을 쓰고 있을 테지요.

 ┌ 일본이 새롭게 태어나는 마당에
 ├ 일본이 새로 거듭나는 때에
 ├ 일본이 새로워지는 무렵에
 └ …

새로운 말은 나라밖에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깜냥껏 우리 테두리에서 우리 슬기를 빛내며 새로운 말을 일굴 수 있습니다. 우리 가슴 한켠에서 잠자고 있는 말마디를 깨어내면서 새로운 말 문화를 가꿀 수 있습니다. 우리 국어사전을 뒤적이면서 죽어 버렸던 낱말을 되살릴 수 있는 한편, 이런저런 말마디를 엮거나 짜 보면서 새로운 낱말을 선보일 수 있습니다.

길은 우리 바깥에도 있으나 우리 안쪽에도 있습니다. 길은 다른 이가 이끌어 주면서 뚫을 수 있지만 우리 스스로 가시밭길을 헤쳐나가면서 열어젖힐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 더 나은 길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어느 쪽으로만 가야 한다고도 할 수 없습니다. 그저, 우리한테 있는 힘을 우리 스스로 안 쓰면 어느 누가 쓰겠느냐 싶으며, 우리한테 힘이 없다 하여도 서로 어깨동무를 하면서 젖먹던 힘까지 내며 용을 쓰고 몸부림도 치고 해야 하지 않느냐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 글쓴이가 쓴 ‘우리 말 이야기’ 책으로,
<생각하는 글쓰기>(호미,2009)가 있고,
<우리 말과 헌책방 (1)∼(9)>(그물코)이라는 1인잡지가 있습니다.



#-화#한자#우리말#한글#국어순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