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오로라의 자녀들다시 눈을 뜬 아시아시대의 자손들황금빛으로 휘감긴 봉우리 오르기를 갈망하는히말라야의 아들들 -락스미 프라사드 데보코타(네팔 국민시인)-
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나라 네팔에 살고 있는 시인들이 한국에 왔다. 그들은 히말라야의 영혼을 시와 음악과 그림으로 노래했다. 시를 낭송하는 동안 장내는 내내 신비로웠으며, 평화로웠으며, 행복했으며, 부드러웠으며, 사랑이 넘쳐흘렀다. 그것은 한 여름날 더위를 시원하게 식혀주는 한 줄기 히말라야 눈빛과 같았다.
지난 7월 25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는 '네팔 칼라사히탸 닷컴 프라티스탄(Nepali Kalasahitya Dot Com Pratishthan)'이 펼치는 네팔시인들의 '시 음악회(Poetry Concert)' 순회공연이 열렸다.
네팔 여류 시인 모밀라 조시( Momila Joshi) 단장이 이끄는 '시 음악회'는 세계의 지붕 네팔에서 날아온 18여명의 네팔 중견시인, 음악가, 예술가들과 많은 한국의 시인들이 참여했다. 시 음악회는 먼저 네팔 시인들이 네팔원어로 자신들의 자작시를 낭송하고, 이어서 한국 시인들이 한국어로 번역된 네팔시인들의 시를 낭송했다.
시 낭송회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네팔 전통 음악과 네팔 화가들이 그린 그림이 시 낭송 배경으로 깔려 시 음악회를 더욱 신비하고 돋보이게 했으며, 관중들은 히말라야의 시와 음악, 그림 속으로 점점 몰입되어 갔다.
네팔 시인들은 신발을 벗고 연단에 올라가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명상에 든 다음에 시를 온몸으로 낭송 했다. 낭송시는 씨타르, 타블라, 사랑기가 뽑아내는 생음악과 네팔 화가들이 그린 배경 그림으로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 냈다. 그것은 시와 음악과 미술이 한 때 하모니를 이룬 몰입이었으며, 마음을 가라 앉히는 선(禪)이었다.
네팔 트리뷰반 대학 고빈다 라즈 바트라이(Govinda Raj Bhattarai) 교수는 인사말을 통해서 네팔 '시 음악회'는 네팔의 영혼이 깃든 시와 음악, 그림을 지평선을 넘어서 세계 인류에게 평화와 행복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세계인류에게 평화를 전달하는 히말라야의 메시지특히 찬드라 레그미 박사(Chandra Regmi)가 이끄는 수카르마 음악(Sukarma)은 장내의 분위기를 시종일관 신비스럽고, 부드럽게 압도하여 나갔다. 레그미 박사는 인도 델리 대학에서 네팔 전통음악을 연구하여 박사학위를 받은 네팔 전통음악가로 클래식과 민속음악이 결합된 수카르마 음악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다.
레그미 박사의 씨타르(Sitar, 클래식 기타와 비슷한 현악기)와 프라모드 우파드야야의(Pramod Upadhyaya)의 타불라(Tabla, 박자를 맞추는 두 개의 작은 북), 스얌 네팔리(Shyam Nepali)의 사랑기(Sarangi, 아쟁과 비슷한 현악기)의 조화는 단순하면서도 히말라야의 영혼을 진하게 느끼게 하였다. 또한 네팔의 여러 시인들 중에서도 모밀라 조시와 크리슈나 프라사이의 낭송은 매우 깊은 인상을 주었다.
인생은 모두 물로 변한다네나 여기에 엎질러져누군가의 목마른 곳으로 흘러간다네시체가 되어 어딘가로 표류한다네여기,홀로 갠지스 강으로 흘러간다네…" - 모밀라 조시모밀라는 'Life is All but Water"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자신의 자작시를 온 몸으로 낭송했다. 시를 낭송하는 동안 그녀의 표정은 하나의 선으로 몰입되어 갔으며, 다양한 손짓은 시낭송의 효과를 더욱 높였다. 그녀는 시 분야에서 다양한 수상경력을 가진 네팔의 중견 여류 시인이다.
나는 구라스꽃*을꺾었다그리고 그것을 위대한 에베레스트의이마에 올려놓았다 - 크리슈나 프라사이*구라스꽃- 진달래과의 식물, 네팔의 국화
크리슈나 프라사이(Krishna Prasai)는 고은 시인이 "아시아의 정중앙 깊은 곳에서 태어난 시인"이라고 극찬한 네팔의 중견시인이다. 그의 선(禪)시집 "선 샤워(Sun-shower)"는 한국어로 번역되어 발간되기도 했다.
네팔에는 국민시인으로 추앙을 받고 있는 마다브 프라사드 기미레(Madhav Prasad Ghimire, 1909~1959), 럭스미 프라사드 데보코타(Laxmi Prasad Devkota, 1919~)를 비롯하여 많은 시인들이 활동을 하고 있는 시의 나라다.
'자비의 집' 이금현 원장 초청으로 이루어진 이날 시 음악회에는 류시화 시인과 가족아카데미아 이근후 이사장, 그리고 많은 한국 시인들과 네팔의 근로자들이 함께 참석했다.
이금현 원장은 앞으로도 한국과 네팔의 '시음악회'를 개최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열린 네팔 시인들의 시음악회는 한국과 네팔의 문화교류 증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