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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서울시 서대문구는 1960~1970년대 서울의 모습이 그대로 보존된 개미마을(홍제3동 산 9-81번지 일대)을 영화 촬영지 등의 문화특구로 만들어 갈 방침을 밝혔다.

개미같이 일만하는 사람들이 모여 살게 됐다는 데서 유래한 개미마을.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개미마을이 문화보존특구로 지정되는 것에 마을 주민들의 의견의 들어봤다.

"촬영한다고 시끄럽게만 해서 싫어"

 서울 서대문구 홍제3동 8-91번지 일대, 개미마을. 사람들은 개미같이 일만한대서 마을 이름을 이렇게 붙였다.
서울 서대문구 홍제3동 8-91번지 일대, 개미마을. 사람들은 개미같이 일만한대서 마을 이름을 이렇게 붙였다. ⓒ 강민수
덜커덩 거리는 마을 버스를 타고 비탈진 아스팔트 길을 올라가 내린 마을의 삼거리 슈퍼. 연탄가게를 겸한 슈퍼에는 뜨거운 여름 오후, 땀을 식히러 나온 마을 주민들이 막걸리 한잔을 걸치고 있었다.

"하루 종일 일하다 집에서 좀 쉬려고 하면 밤늦게 영화촬영 한다고 찾아와서 시끄럽게 하고, 좁은 마을길에 큰 촬영 장비차들 들어간다고 차 빼달라고 하고 짜증나요. 다른데 가서 했으면 좋겠어요. 여기 주민들은 그것을 원해요. 다른 데다 영화세트장을 만들어서 해요."

1961년, 개미마을에 들어와 40년 가까이를 살아온 마을주민 권모씨는 영화촬영 때문에 있었던 불편들을 늘어놓았다. 권씨는 "한두 번씩 왔다 가는 것도 아니고, 주말만 되면 외부에서 사람들이 나타나 소란스럽게 한다"고 덧붙였다.

마을이 문화특구로 지정되면 이곳이 영화촬영장으로 쓰일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 권씨는 그렇다면 여기서 더는 못 산다고 딱 잘라 말했다. 권씨는 "서울시나 구청이 보상만 잘해준다면 어디로든지 나갈 용의가 있다"며 "이 마을을 살아온 다른 사람들의 마음도 다 같을 것"이라며 심정을 토로했다.

권씨 곁에서 묵묵히 막걸리를 넘기던 최모씨는 "정치인들이 그동안 우리마을 잘해준다 어쩐다 얘기들이 많았지만 여태껏 아무것도 해준 게 없다"며 "우리 마을은 집이 오래되고 번지수 정리가 안 되서 같은 주소의 집들이 많다"며 새로 증축하거나 보수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면서 어서 빨리 마을 문제가 정리되기를 바랐다.

[보존특구 찬성] "언덕에 경사가 높아 재개발 힘들어"

 개미마을 담벼락에는 사진과 같은 벽화들이 그려져 있다. 이 때문에 외부인들은 사진을 찍어가거나 개미마을을 영화,드라마 촬영지로 활용한다.
개미마을 담벼락에는 사진과 같은 벽화들이 그려져 있다. 이 때문에 외부인들은 사진을 찍어가거나 개미마을을 영화,드라마 촬영지로 활용한다. ⓒ 강민수

텃밭에서 일을 보다 흙손을 털어내며 슈퍼에 들어온 백학진(개미마을 이주대책 추진위원회)씨는 "일번 문화특구 지정말고도 이전부터 마을개발 논의들이 있어왔는데, 마을개발은 지역적 특성으로 인해 어려움이 많다"며 "특히 산자락에 위치한 데다 언덕이 심해서 용적률이 높은 건물을 못 짓게 돼 있다"며 구청의 문화특구 지정을 반겼다.

현재, 백씨는 문화특구 지정과 관련해서 구청장과 면담을 요청한 상태다. 개미마을을 대표해서 특구지정에 따른 관련 특혜와 이주대책을 논의하기 위함이다.

백씨의 말에 따르면 개미마을은 1만 350평의 면적에 97세대, 40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주민들 대부분이 일용직에 종사하고 있고 국민기초생활수급 대상자도 많다고 한다. 할머니, 할아버지 중에는 하루 끼니를 걱정하며 살아가는 독거노인도 부지기수. 전세, 월세로 사는 주민이 절반, 나머지 이곳에 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절반 정도 된다며 마을의 구성을 설명한다. 그러면서도 백씨는 마을의 자랑을 늘어놓았다.

"원래 개미마을은 인왕산 자락에 자리잡은 서울 지역에서 가장 공기 좋고 물 좋은 서울의 주요 명소였어요. 서울 4대문의 하나인, 광화문까지 10분 밖에 안 걸립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외부인들이 찾아오기 시작하면서 마을에 개발 논의가 일기 시작한 겁니다."

[보존특구 반대] "마을 주민 50%가 개발 원하는데..."

반면 2002년부터 이 마을의 개발을 추진해온 김종채 개미마을 공동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장은 "구청에서 문화보존특구라고 지정했다는데 이것은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며 "구청에서는 서울시가 지정한 우리마을 제1종지구단위계획(용적률이 제한돼 4층 이상의 건물을 지을 수 없다)을 변경해 문화보존특구로 지정을 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다.

구청장에게 질의서를 보냈다는 김 위원장은 "마을 주민의 50%가 마을개발을 원했었던 것인데, 왜 개발을 포기하고 문화특구로 지정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이미 마을에 318세대의 4층 다세대주택을 건설하겠다는 '하우징 ENC'의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대문구청 공보담당 관계자는 문화특구 지정에 대해 "개미마을의 개발이 지지부진하니까 이것에 매달리지 말고 다른 사업을 시도해보겠다는 취지"라며 "영화 로케이션이나 문인 거주 집단 창작촌 등의 사업들을 검토한 끝에 나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또한 "여러 방안들을 구상 중에 있으며 제일 중요한 것은 마을 주민들의 합의를 얻고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주거 환경을 개선해달라는 주민의 요구에 대해서 관계자는 "보상금을 주고 이주시키는 방안과 영화 촬영지를 조성한 뒤 이를 이용하는 제작진이 주민 생활비를 일정 정도 지원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강민수 기자는 오마이뉴스 12기 인턴기자입니다.



#개미마을#문화보존특구#재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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