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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이 공정거래질서를 외치면서 중소기업을 쥐어짜는 현실에 대해 보수는 분노해야 한다, 부모의 재산 격차가 교육격차로 또 미래 격차로 이어지는 기회 자체의 불평등 사회에 대해 보수가 분노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인사편중 문제, 특정 지역 출신, 특정한 대통령 측근 그룹이 공기업의 임원, 공기업 자회사 임원, 자회사의 사외이사까지 다 특정 세력이 주무르는 것이 과연 건강한 보수의 모습인가. 나는 이런 보수는 아니라고 본다, 낡은 보수다."
 
김성식 한나라당 의원의 '직설'은 거침이 없었다. 18대 국회에 등원하면서부터 개혁성향 초선 의원 모임인 '민본21' 조직을 주도해 각종 선거 패배 때마다 쇄신의 목소리를 높여왔고, 정부의 실책에 대해 질타를 아끼지 않았던 김 의원은 이번에 한나라당 대표직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건강한 보수로의 환골탈태, 이번 전당대회의 중심 화두"
 
 한나라당 차기 당대표에 출마한 김성식 예비후보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실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중 "이번 전당대회는 계파를 넘어서는 전당대회와 '건강한 보수로의 환골탈태'가 중심이 되는 전당대회를 만들어내자"며 말하고 있다.
한나라당 차기 당대표에 출마한 김성식 예비후보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실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중 "이번 전당대회는 계파를 넘어서는 전당대회와 '건강한 보수로의 환골탈태'가 중심이 되는 전당대회를 만들어내자"며 말하고 있다. ⓒ 유성호

당 대표 선거에는 한나라당 당원들로 이뤄진 선거인단의 투표가 70%,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가 30% 반영된다. 당분간은 당원들이 아파하는 얘긴 대충 하고 희망을 얘기하면서 잘 보여야 한 표라도 더 나올 텐데, 지난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김 의원은 평소처럼 정부와 여당에 대한 쓴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특히 "이번 전당대회는 단순히 계파간 갈등, 또 계파 내의 갈등으로 가다가 '계파를 넘어서는 전당대회를 한번 만들어보자' '청와대의 지시나 받아서 하는 구체제가 아니라 당이 중심이 되는 체제를 만들어보자'는 하나의 분수령이 되지 않을까"라는 바람을 내비친 뒤 "건강한 보수로의 환골탈태가 중심 화두가 되는 그런 전당대회로의 성격변화에 내가 의미 있게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의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 사건과, 이로 인해 알려진 경북 영일·포항 출신의 고위 공무원 조직 영포회에 대해 "(책임자인) 이인규씨를 대기발령한다고 되겠느냐"며 "공정한 인사를 가로 막는 요소들을 다 해체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사제지간인 정 총리가 추진했던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6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반대표를 던졌던 김 의원은 "국민에 대한 신뢰라는 가치, 행정 비효율을 막으려는 또 다른 가치, 이런 것들을 다 의미있게 보고, 타협하고 설득해야 하는데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가선 안됐다"고 비평했다.
 
김 의원은 "서구의 보수당들은 민주주의와 인권의 수호자들이다. 왜 한국의 보수당은 고리타분하고 민주주의와 인권의 문제에 대해 고개를 돌리고 싶을 정도로 찌질한 모습이냐"며 한나라당의 아픈 곳을 찔러댔다.
 
김 의원은 "정말 부끄럽지 않은 정치 한번 해보고 싶다"며 "한나라당이 먼저 변해서 민주당도 건강하게 변하고 한국 정치 전체가 국민 행복과 한반도 급변시대에 대처할 수 있는 종합적인 정치력의 업그레이드, 이것이 바로 정치판에 뛰어든 나의 진짜 바람"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의 바람은 이뤄질까? 한나라당 당원들은 변화를 선택할까? 현재 상황은 김 의원에게 불리하지 않다. 득표 1등이 당 대표최고위원이 되고, 2~5등은 최고위원이 되는 전당대회에 출마자가 13명이나 된다. 친이·친박 각 계파의 표가 분산되고, 지방선거 패배로 한나라당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표가 김 의원에게로 몰린다면 승산은 충분하다.
 

"정운찬 총리, 정치적으로 문제 푸는 능력 부족했다"

 

- 지난달 29일 김 의원은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본회의 부의가 '민심에 반하는 일'이라는 취지로 알려졌는데, 자세히 부연하자면.

"국회의원은 본회의 부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청와대나 정부가 본회의 부의해야 한다고 말하거나 이에 관계하는 것은, 국민을 이기려 하는 일로 밖에 안 보인다. 임동규 의원님 같이 국회의원 되기 전부터 머리띠 매고 반대한 분들의 순수성을 의심하지 않는다.

 

세종시 문제는 국민 절반이 수정안과 원안으로 지지가 나눠져 있을 만큼 어려운 사안이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수정안을 정말 하고 싶었으면, 박근혜 전 대표 등 여당 내부부터 대화하고 야당도 청와대에 불러서 진지하게 설득을 해야지, 원안을 고수하는 사람들을 '표나 의식하는 사람'으로 매도하니까 밀어붙이기의 전형이 된 것 아닌가.

 

사실 난 전당대회를 의식하면 기권을 하면 됐는데, 내가 원했던 '더 타협한 수정안'이 본회의에 올라온 것이 아니라서 반대한 것도 있고, 본회의 부의를 너무나도 밀어붙인 흔적이 역력해서 내 손해를 감수하고 반대표를 던진 것이다."

 

- 금방 얘기한 '원안을 고수하는 사람들을 표나 의식하는 사람으로 매도한 사람' 중 대표적인 분이 정운찬 총리 아닌가. 정운찬 총리의 서울대 상대 제자로서 입각에 반대했다고 들었는데.

"반대까지는 아니고 '하시려면 단단히 마음 잡수시고 하셔야 한다'고 말씀드렸다. 당시도 재보선 패배하고 국정 쇄신 차원에서 정 총리가 거론된 것 아닌가. 할 말은 하는 총리 균형 잡힌 총리가 될 자신이 있는가를 많이 생각하시도록 얘길 많이 드렸다. 그 분이 정치를 하신 분이 아니어서 정치적으로 문제를 푸는 능력은 충분하다고 볼 수 없다, 그런 것이 (정 총리의) 불필요한 말이 나오게 된 원인이다. 안타깝게 생각한다.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겠다는 신뢰라고 하는 가치, 반대편에선 행정 비효율을 막으려는 또 다른 가치, 이런 것들을 다 의미있게 봐주고, 그런 가운데 타협하고 설득해야 하는데,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가선 안됐다.

 

그러나 1차적인 책임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있다. 왜 대통령이 정 총리 뒤에서 그냥 있나. 본인이 더욱 적극적으로 박 전 대표도 설득하고 야당도 설득해야 했다. 나는 좋은 절충안도 가능했다고 본다. 정치가 실종되고 계파의 골이 깊어지고 여야 간 정쟁으로 만들어버렸다. 찬반을 넘어 대타협을 만들어내는 것이 정치의 본령이자 역할 아니냐."

 

- 사제지간인데, 정 총리가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정무적인 조언을 구하거나, 김 의원이 조언하지 않았나. 

"그렇진 않았다. 나는 국회의원이고 그 분은 총리실에 계시니까. 문제는 총리께서 마음대로 인사를 못하셨지 않나. 그것이 그 분이 갖고 계신 좋은 개혁적 정신, 경제나 교육에 대해 갖고 있는 건강한 생각들을 국정에 실현하지 못한 주요 원인이 아닐까 한다."

 

"나는 탈계파·변화·친서민 믿음 주는 '일거삼득' 후보"

 

 한나라당 차기 당대표에 출마한 김성식 예비후보.
한나라당 차기 당대표에 출마한 김성식 예비후보. ⓒ 유성호

- 전당대회에 10명이 넘는 후보가 나섰다. 쇄신 움직임을 지지하는 표가 결집해 김 의원이 승리할 수 있는 구도인지.

"빛나는 가치는 주변이 어수선할 때 오히려 가장 잘 드러날 수 있다고 본다. 지금이 한나라당이 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말하면서도 계파 대립 양상으로, 심지어는 계파 내에서 여러 사람이 나오고 지역주의가 내세워지는 이런 전당대회로 과연 국민들에게 용서 받을 수 있겠는가 하는 우려가 많다.

 

내가 출마함으로써 계파에 얽매이지 않는 화합의 기반을 만들 수 있고 거기에 따른 국민감동이 가능해질 것이다. 또 초선 쇄신운동을 해온 사람이어서 변화에 대한 국민들의 믿음을 끌어낼 수 있고, 내가 서민 출신의 경제통이니까 친서민 경제정책도 제대로 할 것이라는 믿음 즉, 국민 감동의 '일거삼득 후보'가 저 김성식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전당대회는 단순히 계파 간 갈등, 또 계파 내의 갈등으로 가다가 '계파를 넘어서는 전당대회를 한번 만들어보자' '청와대의 지시나 받아서 하는 구체제가 아니라 당이 중심이 되는 체제를 만들어보자'는 하나의 분수령이 되지 않을까, '건강한 보수로의 환골탈태'가 중심 화두가 되는 그런 전당대회로의 성격변화에 내가 의미 있게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 2일 한나라당 중앙위원회 주최의 정견 발표에서 ▲대통령은 '국정 동반자 약속' 지켜라, ▲일년 가량은 계파를 완전히 탈피하자 ▲박근혜 전 대표는 이재오 전 국민권익위원장의 은평을 재선거를 도우라고 제안했다.

"박 전 대표는 비록 피해자이지만 화합의 열쇠를 스스로 쥘 수 없느냐는 얘기다. 나는 화합의 얘기를 추상적으로 하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사안마다 적극적으로 당원들이 목소리 대변하면서 갈등 속에서 한 산을 넘어보는 역할을 하고, 금방 얘기한 대로 만들어내지 못하면 내가 사표를 던지겠다는 각오로 해내겠다는 것이다.

 

화합 말만 번드르르하게 하면 뭣 하겠나. 그동안 계파의 한쪽 편에 써서 서로 삿대질한 당사자들이 무슨 화해가 가능하겠나. 나 같은 사람이 당의 중심부에 들어서면, 국민들에게 진정으로 계파의 골을 넘어서는 화합을 할수 있다는 믿음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공천 눈치 보고 계파에 줄을 선 적이 없지 않나."

 

- 공천을 얘기했는데, 김 의원은 서울 관악구에 3번 연속 공천을 받았다.

"나에겐 관악이 운명과 같은 지역구다. 수도권에서 한나라당으로선 가장 어렵다고 하는 지역구 아닌가. 3번 출마해서 2번 낙선하고 겨우 당선됐다. 나는 이것을 한나라당을 지킨 것이라고 생각한다. 경기도 부지사로 갔을 때 오죽했으면, 관악갑의 나를 아끼는 고문이 '우리는 당신을 욕하지 않겠다 경기도에 있는 좋은 지역으로 가는 게 좋겠다'고 했지만 나는 관악구를 지켰다. 관악구는 야당 텃밭일 뿐 아니라 국민 통합적인 정치를 하지 않고, 젊은이들과 소통을 하지 않으면 배겨날 재간이 없는 곳이다. 그래서 나는 한나라당을 지키면서도, 건강한 보수로 미래지향적 보수로 바뀌어야 한다는 나의 소신과 실천이 강하게 축적돼 있다."

 

"한나라당이 바뀌면 한국정치가 바뀐다"

 

- 한나라당이 변할 수 있을까?

"지금은 여야가 낡은 보수와 낡은 진보, 동전의 양면처럼 얽혀있으면서도 선순환 아니라 정쟁의 악순환에 빠져 있다. 정치개혁을 해야 하는데,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이 먼저 책임 있는 건강한 보수로 환골탈태하게 되면,  진부한 진보도 미래 지향적인 진보로 바뀔 수 있고 대한민국 정치가 좋아진다. 국민이 행복해진다.

 

추상적인 얘길 좀 하자면, 나는 남북통일의 시대가 눈앞에 있다고 본다, 이 시기가 우리에게 재앙이 아니라 발전적인 고비가 되려면, 보수가 안보 뿐 아니라 평화, 북한 체제의 연착륙에 대한 웅대한 비전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건강한 보수로의 환골탈태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예전에는 성장하고 수출하면 일자리가 늘었지만, 지금 글로벌 시대에는 그게 안 된다.

 

이제는 경제정책과 동시에 한편으론 보육·교육·일자리·전직훈련·주거·노후복지와 같은 생애의 고비마다 희망의 디딤돌을 놓아주고 재기의 사다리를 놓아주는 선진적인 경제 구조로 가야한다는 것이고, 이 두가지 일을 건강한 보수가 주도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정권 재창출을 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차원에서 주장하는 것이지 솔직히 지역구 문제는 마음을 아주 편하게 갖고 있다. 왜냐하면, 17대 총선, 내가 2번째 떨어질 때, 여론조사에서 조금 앞서고 있다가 탄핵사태가 일어난 직후 관악에 온 지 얼마 안 된 열린우리당 후보는 42%, 나는 8% 나왔다. 나는 그때부터 민심이 변화하지 않는 정당을 심판할 때는 정말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

 

내 지역구가 어려우니까 한나라당 개혁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솔직히 나같이 여러 번 낙선한 사람은 그런 문제를 초월한다. 정말 부끄럽지 않은 정치 한번 해보고 싶고, 한나라당이 먼저 변해서 민주당도 건강하게 변하고 한국 정치 전체가 국민 행복과 한반도 급변시대에 대처할 수 있는 종합적인 정치력의 업그레이드, 이것이 바로 정치판에 뛰어든 나의 진짜 바람이다."

 

- 한나라당이 바꿔야할 모습은?

"서구의 보수당들은 민주주의와 인권의 수호자들이다. 왜 한국의 보수당은 고리타분하고 민주주의와 인권의 문제에 대해 고개를 돌리고 싶을 정도로 찌질한 모습인가. 이것은 자신들의 고유의 가치를 망각하는 것이다. 공정성·투명성·노블리스오블리제 이런 것이야말로 진정한 보수의 가치 아닌가.

 

대기업이 공정거래질서를 외치면서 중소기업을 쥐어짜는 현실에 대해 보수는 분노해야 한다, 부모의 재산 격차가 교육격차로 또 미래 격차로 이어지는 기회 자체의 불평등 사회에 대해 보수가 분노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인사편중 문제, 특정 지역 출신, 특정한 대통령 측근 그룹이 공기업의 임원, 공기업 자회사 임원, 자회사의 사외이사까지 다 특정 세력이 주무르는 것이 과연 건강한 보수의 모습인가. 나는 이런 보수는 아니라고 본다, 낡은 보수다."

 

- 얘길 들어보니, '한나라당의 변화가 한국정치 변화의 지름길'이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게 내 소명이다. 그래서 미네르바 구속, '임을 향한 행진곡' 못 부르게 하고, 김제동씨 자르고 하는 것에 계속 목소리 낸 이유가 거기에 있다. '스폰서 검사 대충 넘어가면 안 된다고 문제를 삼았고, 특히 이번에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의 민간인 사찰 문제, 이인규씨 대기발령한다고 되겠느냐, 영포회 같은 조직이 있으니 무슨 공직 윤리가 바로 잡히겠느냐고 목소리를 내고 4대강 문제도 밀어붙이지 말고 국민 여론 수렴해서 수정해서 가자고 하는 것도 바로 그런 차원이다."

 

"정책 생산하는 정당, 최고위원회는 최저위원회 돼야"

 

 한나라당 차기 당대표에 출마한 김성식 예비후보.
한나라당 차기 당대표에 출마한 김성식 예비후보. ⓒ 유성호

- 만약에 당 대표가 되면 가장 먼저 할 일은?

"우선, 인사를 똑바로 하겠다. 거기에 3가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능력 위주, 선수 파괴, 초계파 이 3가지가 핵심이다.

 

첫째 정책위원회를 최고위원 산하로 옮겨야 한다. 최고위원들이 격론과 숙의 끝에 정책 능력이 가장 뛰어난 사람을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해야 한다. 지금은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이 러닝메이트로 돼 있는데 그런 식으로는 당이 정책을 주도할 수 없다. 원내는 의원들의 민주적인 의사결정 기구로, 정책위는 최고위원회 산하로 둬서 민심이 수렴되는 정책을 해야 한다.

 

민생 예산은 적어도 당이 짜서 정부에 요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민주주의와 인권에 관련된 것을 예로 들자면 정부는 어떻게 하면 시위를 좀 덜하게 만드느냐 뭐 이런 발상을 할 수밖에 없는데, 당은 민주주의와 인권에 관련된 것을 소홀히 할 수 없고 자유로운 소통의 중요성은 당이 정부보다 더 잘 느끼게 돼 있다.

 

최고위원회에서 정책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정책위원장으로 해서, 국회의원·원외위원장·각 지구당 별로 정책 모니터단을 만들어야 한다. 정책을 생산하는 당이 돼야 한다. 청와대와 정부가 보도자료까지 다 만든 당정협의자료에 대충 도장 찍어주고 입법하고 이런 것은 안 된다. 당 주도의 정책 생산 능력을 갖춰야한다는 말이다.

 

두 번째, '봉숭아 학당'과 같은 현재의 의원총회를 개선해야 한다. 의원총회에서 쟁점이 있으면 패널도 초청하고 심지어는 청문회도 하면서 전문적이고도 계파를 넘어선 결정을 할 수 있는 의원총회가 돼야 한다.

 

세 번째, 지도부, 최고위원단은 '최저위원단'이 돼야한다. 현장으로 뛰어다녀야 한다.  당원들 속으로, 국민 속으로 뛰어 다녀야 한다. 당풍도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

 

추가로 또 중요한 것은 주례회동의 내용과 방식을 바꿔야한다. 지금 격주간 회동은 대통령이 필요할 때 했다가 건너뛰었다가 그런 식이다. 또 가서 (대통령 발언을) 수첩에 받아적어 오는 주례회동이다. 1주든 격주든 무조건 정례적으로 하고 당이 주문을 갖고 가고, 대통령도 당의 의견을 경청하는 쌍방향의 주례회동이 돼야 한다. 그러려면 강단이 있는 사람이 당 지도부에 들어가야 한다. 만날 청와대에서 지시하는 것만 따르던 사람들이 당 지도부에 있다면 그걸 할 수 있겠나."

 

"'남원정'과의 차이점? 탄탄한 콘텐츠"

 

- 한나라당의 '원조소장파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과 자신의 차이점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그분들이 해온 미래연대, 수요모임과 같은 '몸부림'이 있었기 때문에 한나라당이 고비마다 국민에게 의미 있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요즘 그분들 너무 쉽게 매도하는데, 그 분들이 모든 것을 완성하지 못한 것을 질책하는 것은 좋으나, 그렇게 쉽게 매도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나름대로 콘텐츠를 갖고 있다, 나의 '보수대혁신론'은 하루 이틀에 만들어진 게 아니다. 나는 민주화운동 출신이고 결혼을 하고도 징역을 살았던 사람이고, 안기부에 끌려가 57일간 불법 구금을 당하면서 거의 매일 고문을 당했다. 당시는 급진적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과연 전두환 정부가 평화적으로 물러날 수 있겠느냐에 대해 나는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87년 6월 항쟁 당시 징역살면서 맞이했는데, 내가 넥타이부대, 김밥을 날라주던 평범한 장삼이사들을 보면서 '아 나야말로, 내 생각부터 민주화 돼야 한다' '나야말로 도그마에 빠져 있지 않은가'라면서 생각을 고쳐먹었다. 석방되고 나서 엄청난 독서를 했고, 금융연구회라는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의 한국 경제 공부팀에 계속 참여했고, 한나라당의 국가혁신위원회 등 각종 국가 비전을 만드는  위원회의 단골 참석자였다.

 

나는 건강한 보수가 가야할 길, 건강한 보수가 흡수해야할 진보적 어젠다에 대해 정책적인 면에서 누구와도 논쟁할 자신이 있다. 콘텐츠를 바탕으로 정치행태의 변화, 나아가서 그들만의 리더십을 못 세우고 파편적으로 흩어지는 것이 아니라, 나를 밀알로, 불쏘시개로 해서 건강한 보수가 한나라당의 신주류가 되는 정치개혁을 한번 해보고 싶은 것이다. 나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아직 시험대에 있다. 근데 그거 안 할거면 솔직히 배지나 몇 번 더 다는 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나는 그런 생각으로 정치를 한다."

 

- 당 내에서 가장 급진적인 사람인데, 이념적으로 거리가 먼 의원들과도 관계가 나쁘지 않아 보인다. 비결은 뭔가.

"나는 지금은 급진적인 사람이 아니다. 무슨 애기냐하면 민주화운동 경험도 얘기했지만, 한때는 급진적이었다는 걸 부인할 수 없다. 이제 나는 급진적인 것이 아니라 치열하다. 어떤 얘기를 할 때 잘 정리된 내용이 아니면 말을 잘하지 않는다. 내가 잘 모르는 일에 대해 함부로 지껄이듯이 말하지 않는다. 그리고 상대에 대한 배려를 전제로 한다.

 

생각의 차이를 존중한다. 한나라당과 청와대 사람들 정신 차려야 할 것이, 이젠 획일의 시대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젠 다양성 속에서 미래 지향적인 가치를 누가 먼저 녹여내느냐의 싸움이다. 그래서 나는 상대방의 입장을 존중하는 가운데 내 애길 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 자세가 21세기 소통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전당대회 출마 배경도 그동안 쇄신운동에 앞장서 온 초선 의원들 말고도, 그동안 묵묵히 침묵하던 초선 의원들이 '정권 재창출을 위해선 당신이 갖고 있는 콘텐츠, 초계파적인 지위, 쇄신에 대한 진정성 이것들을 다 합치면 국민 감동의 일거삼득이 아니냐'면서 후원금까지 넣어주면서 나가라고 해서 이 전당대회에 출마하게 된 것이다."

 

- 전당대회에 본인의 돈이 들지 않는 것인가.

"그건 아니고, 기탁금 8000만원 중 5000만원 이상을 15분의 선배·동료 국회의원들이 후원회 계좌로 직접 입금해 주셨고, 당원과 지지자들이 소액 후원을 해주셨고, 그외 나머지 금액은 약간의 예금으로 해결했다."

 

"영포회는 해체하고, 대통령은 '좌판의 서러움' 잊지 말아야"

 

 한나라당 차기 당대표에 출마한 김성식 예비후보.
한나라당 차기 당대표에 출마한 김성식 예비후보. ⓒ 유성호

- 최근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한 민간인을 사찰해서 거의 '패가망신'을 시키다시피 한 것이 알려졌고, '영포회'라는 공무원 조직이 의혹의 중심에 서게 됐다.  

"'인사탕평'이란 게 굉장히 중요한 과제 아닌가. 청와대가 새 진용 짜겠다고 해서 지켜보고는 있지만, 영포회 같은 걸 그대로 놔두고 '회전문 인사'로 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나.

 

그야말로 만 천하에 인재를 구하는 대탕평, 시대정신 흐름에 맞는 참신한 인재를 등용하기 위해서도 영포회와 같이 공정한 인사를 가로 막는 요소들을 다 해체해야 한다. 별 것 아닌 작은 권력들을 갖고 금도에 어긋나는 일들을 벌이면서 대통령에게 누만 끼치는 사람들 아니냐."

 

- 최근에 경찰에서 고문 사건이 났다. 아픈 기억이겠지만, 김 의원도 2번 구속에, 고문을 받은 경험이 있는데.

"78년 유신철폐 시위로 구속됐다. 정식 재판에 넘어갈 뻔 했는데 그때 당시 워낙 많은 사람들에게 구속영장이 떨어졌다. 감옥이 넘칠까봐 구류 한 달로 끝났다. 87년 11월에 개헌투쟁, 나는 사실 '전두환 정권 전복 투쟁'을 했다. 시민의 힘으로 전두환 정권을 무너뜨려야겠다고 생각을 했던 것이다. 징역 5년 선고 받고 2년 좀 넘게 살고 나왔다. 내 아내가 그동안 고생을 많이 했다.

 

57일간 안기부에 있었는데, 거의 50일 가까이 매일 고문을 당하다가 어느날 고문을 안 했는데 그날이 바로 박종철 열사가 돌아가신 날이었다. 갖은 고문, 물고문, 통닭구이 다 당하고 밤에는 멍들어 시커먼 몸에 안티프라민을 발라주는 군의관이 있었고, 그 다음날 다시 때리는 고문관, 비극적인 기억이다."

 

- 민주화 투쟁 최전선에 있었던 사람으로서 현재 한국의 민주주의 상황을 진단해달라.

"대통령께서 경제 살리기에 주력하다보니, 또 CEO 대통령이시다 보니, 민주주의와 인권문제를 국정 과제의 중심에 놓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런 가운데 대통령 주변 사람들, 특히 작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심지어는 친박 쪽에도 당직 하나 제대로 준 적 없지 않나. 이렇게 독식 해오다 보니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시민사회의 비판에 알레르기적으로 반응한 것 아닌가.

 

자기가 패거리를 지어 기득권을 쌓아가다 보니, 건강한 비판마저도 큰일 난 것처럼 장관이 고소·고발하고, 이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다. 대통령이 6·3운동 출신이고 좌판 행상 출신 아닌가. 대통령 취임식 하는 날 좌판할 때의 그 서러움을 잊어선 안 된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던 적이 있다.

 

시대에 맞지 않는 부분은 국정 쇄신책의 일환으로 개각도 하면서 대통령께서 적절하게 언급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대통령이) '한국 민주주의에 나름대로 한몫했던 사람으로서 또 좌판행상을 했던 사람으로서 민주주의가 좀 더 성숙되도록, 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제가 되도록 더욱 보강하겠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막고 국제적 논의에 중심역할을 하는 것을 뛰어 넘어 그 부분을 더욱 보강하겠다'고 하면 국민들이 얼마나 박수 치겠는가. 그 뒤 국정과제도 국민들이 믿고 더 성원해주지 않겠나."

 

"80년 수배중 잡혀 입대, 철책근무가 고맙다"

 

- 집권 여당, 특히 보수정당의 대표라면 안보의식 뿐 아니라 국방의 의무 이행도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군대는 병장 만기 전역한 걸로 알고 있다. 당시 운동권이라면 보통 입대를 자원해서 하진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80년 광주 때 수배 당했다가 잡히면서 군대에 가게 됐다. 잡히니까 그냥 나를 군대에 집어넣었다. 15사단 철책병이었다. 나는 그런게 고맙다, 육군 병장에 철책 근무 안 했으면 건방기가 남아 있을 수 있고 보통 사람의 정서를 느끼는 데에도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보통 군대 갔다 오면 부대 있는 쪽으로는 소변도 안 본다고 하지 않나. 그러나 나는 감사하게 생각한다. 지난 번 강원도에 어머니 모시고 휴가 갔다 오면서 화천군 다목리 39연대 부대 앞도 가보고 사령부 앞에서 사진도 찍고 그랬다."  

 

- 김성식 의원 인터뷰 기사를 게재하면, 항상 붙는 댓글이 있다. '이런 사람이 왜 한나라당이냐' 혹은 '옳은 말이지만, 그래도 한나라당이기 때문에 안돼'라는 내용이다. '김성식은 왜 한나라당이냐'를 다시 물어볼 수밖에 없다. 

"1997년도에 제정구 선배와 함께 정치를 하다가 당시 지역주의 청산을 위해 통합민주당과 신한국당이 합당해서 한나라당이 될 당시 그때 들어왔다, 그것은 나의 운명이다, 한나라당을 바로 세우는 것, 미래 지향적으로 만드는 것. 관악에서 2번이나 낙선했지만 다른 데에 흔들흔들 하지 않고 한나라당을 지켜왔다.

 

그런데 한국 정치의 본류를 바꾸기 위해선 한나라당 바꾸는 일이 훨씬 의미 있고 보람찬 일이다. 그리고 '무조건 한나라당은 안 된다'는 이분법적 시각을 만든 책임은 한나라당에 있다, 그것을 부정하진 않지만, 나 같은 사람이 건강한 보수의 신주류 형성에 기여하게 되고 그것으로 인해 많은 분들이 한나라당에 마음을 열게 된다면 그것이 바로 내가 정치하는 보람이요,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 최근에 트위터를 개설 했는데.

"나는 PC통신 시절에는 디지털 세상의 선두주자였다. 94년에 한국 최초의 온라인 포럼을 만든 사람이다. '월드 와이드 웹'시대에 들어온 이제는 '디지털 팔로워'에 불과해졌다. 당에서 나눠준 옴니아2는 진작에 던져 버렸다. 트위터를 하려고 '아이폰4'이나 '갤럭시S'를 사려고 기웃기웃했는데 우리 딸이 '고민하지 말고 아이폰3GS를 사서 당장이라도 시작하라고 해서 시작했고, 딸 얘기대로 조금이라도 빨리 시작하는 것이 더 좋은 것 같다.

 

사실 나는 트위터로 내 홍보를 하려고 했다. 대정부 질문에서 내년부터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기념식에서 부를 수 있도록 하겠다는 답변을 정운찬 국무총리로부터 받아냈다는 내용을 올렸는데 반응이 영 신통치 않았다. 그래서 내 일상과 내 마음, 내가 알고 있는 경제 정보를 올렸고, 최근에는 김성식 청문회를 트위터로 중계했는데, 많은 분들이 흥미롭게 보시는 것 같았다. 트위터는 반응을 빨리 빨리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IT 기술 발전이 소통이 아니다. 다양성 인정, 탈권위, 획일이 아닌 타인에 대한 배려 이런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김성식#한나라당#전당대회#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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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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