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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때는 1979년 여름. 초등학교 5학년 때의 일이다. 칠월 말, 푹푹 찌는 더운 날씨다. 해는 추분점을 향해 내려가고 있지만 오후 들어 마루에 드는 태양 볕의 남은 열기는 아직도 긴긴 여름밤을 괴롭힌다. 좁은 방에 사내 녀석 삼형제와 어머니는 한 이불에, 출장을 가신 아버지를 대신하여 집에 와 계신 외삼촌은 건너편에 누워 잠을 청했다.

이렇게 한방에서 다섯 사람이 무더운 여름밤을 맞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열대야로 밤새 뒤척이던 나는 등목을 하고서야 겨우 잠을 청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날 밤 좁은 방에서 겪은 칠월의 열대야보다도 더 무시무시하게 다가온 공포가 기다리고 있었으니…. 그것은 나에게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인생의 최대 공포였다.

한여름밤, 다락방에서 흘러 나오는 소리의 정체는?

 일본의 대중작가 오니로쿠 단의 <꽃과 뱀>을 원작으로 한 동명영화 <꽃과 뱀>의 한장면.
일본의 대중작가 오니로쿠 단의 <꽃과 뱀>을 원작으로 한 동명영화 <꽃과 뱀>의 한장면. ⓒ 꽃과뱀

다락방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난다. 도대체 이 한밤중에 무슨 소리인가? 다락문 손잡이를 슬며시 잡아 당겨보니, 비료포대에서 뭔가가 불쑥 고개를 내민다. '으악~!' 그것은 바로 혓바닥을 날름대는 살기를 가득 품은 뱀이었다. 미끈한 갈색 몸에 빨그스름한 점이 주르르 박힌 무시무시한 놈이 나를 째려보고 있지 않은가.

온몸에 소름이 끼치고 힘이 좍 빠진다. 주춤주춤 물러서니, 이젠 이불 속까지 따라 들어와서 가슴을 더듬는다. 마침내 온몸을 감은 뱀은 흐느적거리며 나의 온몸을 감고 혓바닥을 흉측하게 날름거린다. 겁에 질려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면 칠수록 나의 온몸에 감아드는 뱀, 필사적으로 내 몸을 죄고 있는 그놈에게서 빠져나올 수가 없다.

마침내 나의 온몸에 독기운이 퍼지기 시작하고 마침내 내가 앞으로 꼬꾸라지자 뱀은 혀를 날름거리며 죄고 있던 몸을 푼다. 꿈인가 생시인가? 꿈치고는 너무도 선명하다. 살며시 눈을 떴다. 아직도 나는 엎드려 있다. 바로 그때 나의 온몸을 휘감는 누군가가 있었으니…. 그렇다. 그건 꿈이 아니라 현실이었다.

나의 다리를 서서히 더듬으면서 올라오는 그 무엇…. 정체불명의 괴수(?), 그것은 분명 사람이었다. 아주 천천히 음미하는듯 나의 허벅지를 더듬던 그 손은 마침내 내 바지와 속옷에까지 침범하기 시작한다. 아직도 꿈인지 생시인지 판단이 서질 않는다. 눈앞이 캄캄해지고 머릿속이 하얘진다.

'아니다, 내가 이렇게 당할 수만은 없어!' 온몸을 뱀처럼 감아드는 어둠의 손길을 애써 외면하며 어둠속에서 아주 천천히 실눈을 떠 본다. 그 정체불명의 귀신(?)은 어둠속이었지만 분명하게 형체를 드러낸다. 머리가 벗겨지고 뚱뚱한 중년남자였다. 꼭 스크루지 영감처럼 생긴….

내 허벅지를 더듬던 그 손은 바로...

'아, 현실이구나! 이게 제발 꿈이었으면….'

심장은 두근두근, 혹시나 심장 뛰는 소리라도 들킬까봐 마른 침을 꼴깍 삼킨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다. 정체불명의 그 남자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에 마음대로 몸을 떨 수도 없었다. 이젠 내 머릿속은 텅 비어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는다.

'하느님, 예수님, 부처님! 지금까지는 믿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꼭 교회와 절에 다니겠습니다! 제발 이 상황에서 벗어나게 해주세요.'

바로 코 앞에 씨름선수보다 더 튼튼한 우람한 외삼촌이 자고 있는데,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말은 나오지 않고, 머리는 하얗게 비었다. 드디어 그 놈이 내 바지와 속옷을 벗기려는 순간, 드디어 이를 악물고 용기를 냈다. 무작정 그 놈의 손을 잡았다. 그리곤 잠결인 척하며 살며시 말문을 열었다.

"삼촌, 좁아요! 저리 가서 주무세요."

여자인줄 알고 접근했다가 사내아이인줄 알고 놀랐는지, 이제 막 더듬기를 시작했는데 벌써 들통 나서 그랬는지는 알 수 없으나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순간 멈칫하는 그 남자, 그러나 식구들 가운데 깨는 사람은 아직 아무도 없다. 그 남자, 순간 잽싸게 이불을 걷어차고 마루로 튀어 나간다. 그 순간 나는 목청이 터져라 울부짖는다.

"으악~! 불이야! 삼촌!! 엄마!! 빨리 일어나요!! 도둑이야!"

다락방이 있는 분들, 조심하세요

나의 다급한 비명소리에 놀라 깨어 눈을 비비고 일어난 삼촌, 상황을 짐작할 틈도 없이 쫓아나간다. 튀어 나간 그 남자는 이미 문밖으로 도망치고 이어 대문 닫히는 소리만 요란하다. 그러나, 대문 밖으로 잽싸게 도망간 그 놈을 따라가던 삼촌은 대문 앞에서 순간 멈칫했다. 헉! 대문이 안에서 잠겨 있었던 것이다.

과연 그 놈은 어떻게 들어오고 어떻게 나간 것인가? 대문에는 주먹도 들어가지 않는 조그마한 우편함 구멍만 뚫려 있을 뿐이었다. 난 그날 공포에 떨며 한없이 울었다. 아침이 올 때까지, 그렇게….

이 일이 있은 후, 한동안 밤에 잘 때 이불에 몸이 스치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공포스럽게 다가웠다. 어느 것이 꿈이고 어느 것이 생시인가? 과연, 그 놈은 사람이었을까?

오늘밤, 집에 다락방이 있는 분들은 절대 문을 열지 마시라.

덧붙이는 글 | '무서운 이야기 하나 해줄까?' 응모글



#ㅏ#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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