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용산 송경동용산은 내가 떠나오기 싫었던 어떤 생의 정거장두고 온 나를 찾아한잔되면 나도 모르게 아저씨 용산으로 가 주세요 하는 경우가 있지거기 가면 아직도살점이 너덜너덜 헤어진 건물들내장처럼 쏟아져 나온 오래된 살림잘린 근육처럼, 부서진 뼈처럼불거진 철근더미들이 외롭고.거기 녹아내린 파란 샌드위치 판넬집거기서 여섯 구의 평범한 사람들이 통구이가 되어 실려 나왔지내가 남들보다 더 도덕적이어서그곳에 간 것은 아니었어내가 누구보다 더 윤리적이어서그곳에 간 것도 아니었어그곳에서만 학살이 일어나고 있는 것도 아니었어그런데 왜 내 영혼은허기진 유령처럼 그곳을 떠나지 못했을까그래 맞아나는 불에 탄 그들에게서 오히려마지막 남은 생의 온기나마 뺏어오고 싶었어냉동고에 갇힌 그들에게서조그마한 생기나마 얻고 싶었어그때 난 식어 있었거든그때 난 죽어 있었거든가서 보면 거기 늘 내가쓰러져 있었어미동도 않고 분노도 없이 슬픔도 없이내가 쓰러져 있었어그래서 절규했나봐보라구, 우리 모두가 여기쓰러져 있다고우리 모두의 죽음이 여기 방치되어 있다고우리 모두의 내일이 저기서 무너져 내리고 있다고그래서 나는 모두가 떠난 용산을떠나오지 못했나봐아직도 빼앗아오고 싶은 게 있는가봐아직도 거기 바보스럽게 쓰러져 있는 내게아직도 거기에 쓰러져 있는 우리에게미안했었나봐언제까지나 거기 있을 거냐고그래 맞아, 친구나는 앞으로도 내내 그곳을 갈 곳 잃은 유령처럼 서성이고 있을 거야그곳에서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를 찾기 전까지는내가 그곳에서 뺏어온 것이 무엇인가를 알기 까지는그곳에서 죽어간 이들의 명예가 회복되기 전까지는타인의 삶*을 살다 가는 한 사람처럼어떤 헌사가 없더라도나는 미안해서 용산을 떠나지 못할 거야* <타인의 삶>은 통독 전 동독에서 한 예술인의 사생활을 도청하던 정보요원의 실화를 다룬 영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난 후에야 주인공은 자신이 주요 감시대상이었음을 알게 된다. 그림자처럼 자신을 쫓던 정보 요원이 오히려 자신을 도왔다는 것도.